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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성장률 하향조정의 의미와 몇가지 궁금증

bondstone 2012. 10. 12. 03:02

안녕하십니까 동부증권 신동준입니다.

 

저는 오늘 새벽(?), 채권시장협의회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향후 6개월 동안 기준금리가 2.75%에서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과,

현재 포워드금리는 2.50%까지 25bp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약 70%(18bp) 선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채권가격은 고평가되었다는 말씀은 어제 보고서로 드렸습니다.

[Bond Flash] 2.75%에서 향후 6개월간 기준금리 동결 예상

 

 

그러나 한국은행의 수정 경제전망을 감안할 때 몇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1) 한국은행은 전기비 GDP성장률을 0.3%(3Q12)를 저점으로, 0.8%(4Q12)--> 0.8%(1Q13)--> 0.9%(2Q13)--> 1.0%(3Q13)--> 1.0%(4Q13)으로 전망했습니다.

 

뉴스로는 "성장률 하향조정으로 내년 상반기에 분기별 1% 하회"라고 떴습니다만, 0.8%, 0.9% 성장이라면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습니다. 지금까지의 기준금리 인하는 전기비 성장률이 두분기 정도 연속으로 0.5% 이하로 가거나, 최소한 한분기 정도는 그 이하로 현저히 낮은 경우에 단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전망치 궤적으로만 보면, 전기비나 전년동기비 기준으로 저점은 3Q12, 방향성은 완만한 개선을 예상하고 있는 듯 합니다.

 

 

 

2) 그래도 한가지 찜찜한 것은, 한국은행이 제시한 GDP갭률의 궤적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3Q12의 저조한 성장률이 포함된 올해 하반기의 GDP갭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알겠는데, 마이너스 폭이 무려 -1.2%쯤 됩니다. 더더욱 부담스러운 것은 2013년 상반기의 GDP갭률의 마이너스 폭이 올해 하반기 보다 살짝 더 커지는 것으로 그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소폭 줄어듭니다만, 그래도 -0.8% 정도는 돼 보입니다.

 

더구나 앞서 성장률 전망에서 전기비 0.3%(3Q12)와 0.8%(4Q12)가 성장하는 올해 하반기보다 0.8%(1Q13)과 0.9%(2Q13)이 성장하는 내년 상반기의 GDP갭률 마이너스 폭이 더 커진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 정도 GDP갭률의 방향성과 폭이면 올해 하반기보다 내년 상반기가 더 나쁘다는 의미이므로,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여지도 있습니다. 금리인하 논쟁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겠네요.

 

그러나 사실은 일종의 기술적인 착시현상입니다.

GDP갭률은 (실질GDP-잠재GDP)/잠재GDP*100 으로 구합니다. 잠재GDP를 어떻게 추정해내는가에 따라 연구기관별로 숫자들은 천차만별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오른편에 있는 것은 제가 그린 그림입니다. 직관적으로 이해해 보시죠. 즉,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의 기울기와 같은 기울기로 성장하면 GDP갭률 (-)폭은 유지됩니다.  ②처럼 잠재성장을 밑도는 기울기의 성장을 한다면 GDP갭률의 (-)폭은 확대됩니다. 그러다가 ③에서처럼 ②보다는 성장의 기울기가 가팔라지지만, 여전히 잠재성장의 기울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GDP갭률은 오히려 (-)폭이 확대됩니다. ③의 경우가 앞서 언급한 내년 상반기의 상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 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마침 모 언론사 기자께서 전화가 걸려왔을 때 의문을 제기했더니, 한국은행에서 이해하기 쉬운 도표를 구하셨네요. 인터뷰 기사를 같이 첨부합니다.

 

 

 

"한은은 올해 3분기 전기대비 0.3%의 저조한 성장률을 보인 후, 4분기 들어서 1%를 살짝 밑도는 성장세로 회복한다고 전망했다. 즉 한은은 우리나라 경제는 올해보다 내년이 훨씬 좋을 것이라 봤다. 그런데 정작 경제침체 정도를 나타내는 GDP갭의 마이너스폭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한은은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반등하면서 나타나는 기술상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즉 잠재성장률의 오름폭을 실제 성장률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기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잠재성장률은 매 분기 1.01%씩 증가하고 실제성장률은 완만히 증가폭을 넓힌다고 가정했을 때, 일정구간에서 GDP갭률은 확대되다가 다시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림 참조)

 

한은은 GDP갭률이 중요한 지표이긴 하지만, 이 지표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우리 경제의 성장지점이 어디에 와 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라는 것이다. 김상기 조사국 조사총괄팀 팀장은 “2008년 리만 브라더스 사태 당시 우리나라 GDP갭률은 - 4%대까지 떨어졌다”며 “현재 -1%대의 GDP갭률은 그때와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데일리 인용)

 

 

아, 한가지 더 있네요. 이번주 국감에서 한국은행이 제출한 GDP갭률은 또 다른 숫자들입니다. 뉴스상 1Q12와 2Q12는 각각 0%, -0.4%이며, 3Q12와 4Q12는 모두 -0.2%로 제출되었습니다. 앞의 GDP갭률 전망치인   -1.0%이 넘는 숫자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달에 발표된 국회예산정책처가 추정한 GDP갭률은 -2.0%가 넘습니다. 한은총재께서 "플러스였다"라고 말한 작년도 마이너스 값으로 추정되어 있습니다. 즉, 각 기관별로 차이가 큽니다. 따라서 GDP갭률이 마이너스라도 그 폭이 줄어들었던 05년의 경우, 10개월 동안 기준금리는 동결된 경험이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3) 마지막으로, 하향 조정된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3.2%로 예상보다 너무 낮습니다.

 

아마도 증권사가 아닌 정부나 국제기구, 연구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숫자들 중 가장 나쁜 숫자일 겁니다. 그만큼 내년 성장률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일 수 있으므로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역시 통계적 착시에 가깝습니다.

올해 7월에 한국은행은 수정 전망을 통해 분기별 전기비 성장률을 그림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2Q12는 0.3%, 그리고 3Q12는 1.1%, 4Q12는 1.0% 였습니다. 당시 이메일을 통해 특히 3Q12 숫자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숫자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3개월만에 3Q12와 4Q12의 숫자가 각각 0.3%, 0.8%로 하향수정되었습니다.

 

엑셀판에 확정된 성장률 숫자를 넣고, 전기비와 전년동기비 전망치로 역산을 해보면, 재미있는 점이 발견됩니다. 예전 전망치를 넣으면 당연히 올해 3.0%, 내년 3.8%입니다. 그런데...3Q12와 4Q12의 두가지 숫자만 달랑 바꿔 넣어도 (2013년 숫자는 전혀 건드리지 않아도) 성장률은 2.4%, 3.2%로 변합니다. 즉, 추정컨데, 2013년의 성장률 하향조정은 2013년의 전망을 건드린 것이 아니라, 이미 확정되거나 확실시되는 3Q12와 4Q12의 수정만으로도 가능하다는거죠. 한국은행이 내년을 생각보다 나쁘게 보는 것이라기 보다는 역시 통계적 착시에 가깝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말씀드린 이야기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실현된다는 것을 가정이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또 의미가 반감될까요?

 

벌써 새벽 3시반이 넘었네요. 좀 횡설수설이라도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골프를 안치니, 방에서 실컷 잠이나 자다 와야겠습니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