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험요인 세가지, 현금보다는 채권 보유가 더 낫다

bondstone 2013. 11. 21. 02:50

[신동준의 채권이야기] 글로벌 경기로 예상한 채권투자..현금보다 채권이 낫다

 

“내년 채권금리는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다. 문제는 금리의 상승 속도다.”

 

투자자들을 만나보면 내년 글로벌 경기가 회복할 것이란 데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채권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자가 쌓인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자산이다.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상승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 현금을 보유하는 것보다 채권을 가지고 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

 

내년의 글로벌 경기는 ‘리플레이션(Reflation·통화재팽창)’이다. 경기는 회복되지만 물가는 안정돼 있다. 경기회복과 함께 수요가 늘면 물가가 상승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잠재성장을 회복하지 못한 만큼 물가가 상승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들의 평균 성장률과 물가를 내년도 전망과 비교해보면 결과는 뚜렷하다.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들의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후 평균 수준을 회복했지만, 물가는 아직 평균수준을 한참 밑돌고 있다.

 

글로벌 물가 추이 중앙은행이 볼 때 금리를 인상하거나 통화 긴축 정책을 굳이 써야 할 이유가 없다. 주가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미국조차도 통화 흡수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할 정도로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에서는 채권금리가 오르더라도 인상 속도가 빨라지기는 쉽지 않다.

 

6월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회장은 ‘내년 중반쯤’이라고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하겠다고 언급했다. 시장에 충격은 컸다. 시장은 자연스럽게 금리인상을 떠올렸다. 전세계 금리가 급등했고 신흥시장은 큰 위기를 겪었다.

 

연준과 재닛 옐런 신임 의장은 연말이나 내년 1분기 안에는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연준은 제로 금리 기간을 더 연장하거나, 실업률 목표수준을 더 낮추거나, 심지어는 상황이 악화되면 다시 양적완화 규모를 늘릴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질 것이다.

 

금융시장에는 양적완화 규모가 절반쯤 줄어든 내년 중반 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중반부터 양적완화가 앞으로 언제 완전히 종료될지, 언제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할 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확인해야 할 위험이 세가지 있다. 첫째, 미국의 제조업 부활이 신흥국 수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과거만큼 신흥국 수출이 늘어날 수 있을 것지를 확인해야 한다. 글로벌 제조업지수가 상승해도 신흥국 수출은 반등할 기미가 없다.

 

둘째, 최근 늘어나는 은행과 보험의 대출 증가세가 경기가 회복한다는 시그널인지 수요기반이 약해진다는 부정적 시그널인지 검증해야 한다. 저소득층일수록 부채의 증가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자영업자 가구의 부채가 가장 많다는 사실도 부담스럽다.

 

셋째, 최근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경기보다는 물가를 따라 통화정책을 수행한다. 경기는 나쁘지만 물가상승률이 높은 신흥국들은 대체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고, 경기는 회복되고 있지만 물가가 너무 낮은 선진국들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더 완화적인 정책을 계획 중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경기선행지수는 높고, 물가는 낮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우리나라가 통화 완화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의 선택이 주목된다

 

2013.11.20

조선일보/프리미엄조선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21/2013112100088.html

 

 

아래는 원문

 

위험요인 세가지, 현금보다는 채권 보유가 더 낫다
(2013.11.20)


투자자들을 만나보면 대체적으로 내년도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내년 채권금리는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금리의 상승 속도다. 채권은 시간이 흐를수록 매일매일 이자가 쌓인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는 자산이다.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상승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 현금을 보유하는 것보다 채권을 가지고 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의미다. 이자의 힘이다.

 

내년의 글로벌 경제환경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리플레이션(Reflation)’이다. 경기는 회복되지만 물가는 안정되어 있는 국면이다. 경기회복과 함께 수요가 올라오면서 물가가 상승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잠재성장을 회복하지 못한 만큼 물가가 상승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들의 평균 성장률과 물가를 내년도 전망과 비교해보면 결과는 뚜렷하다.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들의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후 평균 수준을 회복했지만, 물가는 아직 평균수준을 한참 밑돌고 있다.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금리인상이나 긴축의 시급성은 약할 수 밖에 없다. 주가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미국조차도 매월 850억달러씩 공급되는 유동성의 양을 조금 줄이자는데도 의견이 분분하다. 아직 흡수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할 정도로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에서는 채권금리가 오르더라도 속도가 빨라지기는 쉽지 않다.

 

6월 버냉키 쇼크 당시에는 “내년 중반쯤”이라고 양적완화 축소의 종료시점을 언급하면서 시장에 충격이 컸

다. 경기와 무관하게 일정을 정해놓고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나가는 일정은 긴축에 대한 공포를 이끌어낸다. 시장은 자연스럽게 종료시점 이후의 금리인상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전세계 금리가 급등했고 신흥시장은 큰 위기를 겪었다.

 

이러한 혼란의 경험은 연준의 정책을 좀 더 세련되게 만들 것이다. 연준과 옐런 신임 의장은 연말이나 내년 1분기 안에는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연준의 입장에서는 제로금리 기간을 더 연장하거나, 실업률 목표수준을 더 낮추거나, 심지어는 테이퍼링 때문에 향후 부정적 영향이 커지면 언제든지 다시 양적완화 규모를 다시 늘릴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줄 것이다. 금융시장의 부정적 영향은 오히려 양적완화 규모가 절반쯤 줄어든 내년 중반 경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때부터는 양적완화가 앞으로 언제 완전히 종료될지, 언제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할 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시점은 내년 중반 경으로 예상되는데, 그 때부터 금리상승 속도는 빨라질 위험이 있다. 그러나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오히려 내년 상반기까지는 확인해야 할 위험이 몇가지 남아있다.

첫째, 공장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과 에너지 혁명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제조업 부활이 신흥국 수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과거만큼 신흥국 수출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글로벌 제조업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시차를 두고 회복되어야 할 신흥국 수출의 반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최근 늘어나고 있는 은행과 보험의 대출증가가 경기회복의 긍정적 시그널인지 수요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부정적 시그널인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일수록 부채의 증가속도가 훨씬 더 빠르며 자영업자 가구의 부채가 가장 많다는 사실은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셋째, 최근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경기보다는 물가를 따라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경기는 나쁘지만 물가상승률이 높은 신흥국들은 대체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고, 경기는 회복되고 있지만 물가가 너무 낮은 선진국들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더 완화적인 정책을 계획 중이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은 경기선행지수는 선진국보다 높고, 물가는 선진국보다 낮다. KDI는 우리나라가 통화완화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의 선택이 주목된다.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를 앞두고 채권금리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그러나 채권금리의 상승속도는 생각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이다.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도 지난 여름처럼 충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확인해야 할 위험요인도 많다. 채권투자자들은 적어도 향후 6개월 정도는 금리상승에 대비한 현금확보보다는 우량한 크레딧채권을 사서 보유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