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년 전 여름 한국에는 무슨 일이?

bondstone 2014. 4. 23. 21:17

[채권이야기] 2년 전 여름 한국에는 무슨 일이?

 

2년 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2 5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로 글로벌경제의 극단적 위험이 부각되면서, 6월초 당시 금융위원장 등 우리나라의 고위당국자들은 유럽 재정위기는 대공황 이후 최대의 충격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연일 경고했다. 한국은행총재와, 기획재정부장관 출신의 산은지주회장 역시 ‘1920년대는 대공황이며, 지금 상황은 대불황’이라면서 이에 동참했다.

 

그로부터 2년 여가 흘렀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회복이 가장 빨랐고, 모범적으로 금융위기를 빠져 나온 국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위기를 경고하는 멘트들이 며칠 동안 언론의 1면을 장식하고 난 뒤, 우리나라의 대부분 기업활동은 멈췄다. 하반기 계획되어 있던 고용, 투자, 구매 계획들이 모두 취소되고 컨틴젼시 플랜이 발동되었다. 가계도 마찬가지다. 모든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이 멈췄는데 성장이 될 리도, 자금수요가 생길 리도 없다. 그러나 고위당국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균형재정을 고집했다. 12년 상반기까지 한국경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시기에 주요국들은 공격적인 정책대응으로 우리를 추월했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모두 대규모 양적완화와 경기부양을 결정했다.

 

 

산업 구조조정도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중국에 의존해서 키워두었던 우리나라의 산업재, 소재산업의 비중은 여타국들에 비해 여전히 높다.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금융위기 이전 고점을 약 95% 회복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경제를 주도적을 이끌며 약 300%가 넘는 고용회복률을 보인 업종은 교육/헬스케어, 레져, 사업서비스 등이다. 미국도 전통적인 제조업, 금융업, 건설업은 아직 1/4도 따라가지 못했다. 신흥국의 대표선수인 중국 역시 구조조정과 함께 신산업으로의 성장동력 이전이 한창이다. 08년 저점 대비 상승률이 컸던 업종은 신산업들인 헬스케어, 내구소비재, IT이다.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은 저점 대비 30% 내외에 불과하지만, 이들 업종은 약 80%나 상승했다. 즉 미국은 신산업을 중심으로 재편하며 주가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중국 역시 신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과 함께 성장을 병행하고 있다. 두 나라의 산업포트폴리오 변화는, 새정부 들어 경제부총리직을 부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자금은 대부분 대기업과 거액자산가들에게 쏠려있다. 그러나 대기업은 법인세를 피하기 위해 사내유보금을 쌓고 있고, 거액자산가들은 종합소득과세를 피하기 위해 현금을 쌓고 있다. 자금수요가 거의 없다 보니 정기예금 금리는 사상최저치까지 내려갔다. 09년 이래 처음으로 통안채1년 금리가 정기예금보다 높아졌다. 이젠 그 자금들이 꾸역꾸역 단기 채권으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가 올라가기 어려운 구조다. 전세계가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대전환(Great Rotation)이 화두였던 지난 1년 여 동안 우리나라는 거꾸로 주식형펀드에서 10%가 빠졌고 채권형펀드로는 무려 23%가 들어왔다. 엉뚱한 Reverse Rotation이 진행 중이다.

 

반면 중소기업, SOHO, 가계 및 A급 이하 기업들은 여전히 어렵다. 특히 회사채를 계속 갚기만 하는 A급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AA급 이상 우량기업들의 회사채는 물건을 구하지 못해 가격이 폭등하고 있지만, A급의 주로 산업재, 소재 기업들은 여전히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이들을 위한 자금조달이 ABS CBO 형태의 지원으로 나오든, 은행의 자금이 투입되든, 혹은 구조조정과 M&A 등을 위한 대출 혹은 자금조달이 발생하든, 어떤 형태로든 자금이 그쪽으로 빨려 들어가야 금리가 오를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듯 하다.

 

한편 외부적인 요인으로 금리가 오르려면, 미국의 금리인상이 적어도 6개월 안에 가시권으로 들어와야 한다. 채권금리는 적어도 3분기 중반까지 지금의 재미없는 횡보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 신용스프레드만 보면 크레딧채권은 고평가 상태다. 그러나 만기보유하여 이자를 수취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정기예금과 비교하면 매력은 여전하다. 현금을 들고 금리상승을 기다리기 보다는, 단기영역은 정기예금 대비 매력도가 높아진 크레딧물로, 장기물은 크레딧물 대비 스프레드가 남아있는 장기국채로 이자수익을 확보하면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