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 국채보다 매력적인 정책금융채

bondstone 2015. 5. 28. 02:16

[글로벌투자 따라잡기] 중국 국채보다 매력적인 정책금융채

3대 정책성 은행이 발행…금리 높고 정부의 암묵 지원 받아

 

 

 
 

중국은 한국과 비슷한 국가 신용 등급을 지녔지만 국내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투자처로서 투자자의 관심이 높다. 더구나 한국 증권사들도 위안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자(RQFII) 한도를 획득하면서 하반기에는 중국 채권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중국 채권 투자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채권 투자에서 유동성 위험과 채무불이행 위험을 따져보는 것은 기본이다.

 

중국의 채권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왔다. 채권 발행은 2000년 4000억 위안에서 2014년 6월 2조9000억 위안으로 7배 이상 증가했고 발행 잔액 기준으로는 2000년대 1조7000억 위안에서 2014년 6월 27조2000억 위안(약 4조2000억 달러)으로 약 16배가 증가했다. 한국 채권시장보다 3배가 크며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3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큰 시장이다.


자체 상환 능력은 상업은행보다 낮아
유통시장은 장외시장인 은행 간 채권시장과 상업은행 창구시장, 장내시장인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 시장으로 나뉜다. 그중 은행 간 채권시장의 거래량이 약 91%를 차지한다.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채권은 은행 간 채권시장의 정책금융채로, 중국개발은행(CDB)·중국수출입은행(China Exim)·중국농업개발은행(ADBC)이 발행한 채권이다. 이들 정책금융채가 중국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발행 비중은 약 31%로 국채와 동일하다.

 

한편 3대 정책성 은행을 합친 것보다 자산 규모가 더 큰 상업은행들의 채권 발행 비중은 4%에 불과하다. 유동성 위험을 우려하는 투자자라면 상업은행보다 정책성 은행들을 눈여겨볼만하다.

 

정책성 은행의 역할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른 산업자금의 조달이다. 중국개발은행은 국가 기반 산업 자금 조달에, 중국수출입은행은 수출 지원 금융 및 해외투자 금융에, 중국농업개발은행은 곡물 및 유류 비축 등 농업 관련 자금 조달에 특화돼 있다. 이들은 1994년 설립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하면서 그 영향력이 확대됐다. 정책성 은행들의 여신 기준 시장점유율 합은 14.5%로 비교적 높다.

 

그러나 중국 정책성 은행의 자체 채무 상환 능력이 상업은행보다 양호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의 주요 상업은행들은 경쟁을 통한 효율성을 추구하는 반면 정책성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적 역할에 중점을 두다 보니 상업은행보다 수익성이 낮다. 부채비율은 더 높다. 그나마 대형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는 중국개발은행이 수익성과 재무구조 측면에서 상업은행들과 비교할 만하다.

 

정책성 은행의 낮은 수익성과 취약한 재무구조는 중국의 금융 개혁 과정과 관련이 있다. 금융 개혁 이전에는 중국정부가 소유한 국영은행(과거 중국공상은행·중국건설은행·중국농업은행·중국은행으로 현재의 톱 4 상업은행들)들이 정부의 통제하에 은행 사업을 영위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국영은행의 상업화를 통해 은행 간 경쟁을 활성화하고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 초반부터 금융 개혁을 단행했다.

 

정책성 은행은 설립 초기부터 수익성보다 공공성 자금 조달이 목적이었다. 이들 중 중국개발은행만 수익성 확보가 가능했고 2008년에 중국개발은행도 상업화를 위해 주식회사로 전환되면서 추가 유상증자가 이뤄졌다. 하지만 금융 위기 이후 정책적 역할이 더 중요하게 대두되면서 현재까지도 상업화는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떤 장치를 통해 중국 정부는 정책성 은행이 자금 조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을까. 정부는 상업은행들이 독립적으로 경쟁을 통해 수신 및 여신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 반면 정책성 은행에 대해서는 채권 발행을 통해 정책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했다.

 

첫째, 중국 정부는 계속 지분 구조 100%를 유지했다. 둘째, 정부가 직접 정책성 은행을 통제하고 지배해 왔다. 설립 당시 중국 정부의 규정에 따르면 재무부는 3대 정책성 은행의 예산 수립부터 운영을 검토하고 승인했고 손실이 발생하면 재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해 줬다. 셋째, 중앙은행은 정책금융채의 발행을 승인해 왔다. 관련 규정에 의해 정책 금융채의 투자자를 금융사 등으로 제한해 은행 간 시장에서만 거래되도록 했다. 또한 적시의 채권 상환 의무를 규정햐 정책성 은행이 조기 상환이나 채무불이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은행이 감시해 왔다. 넷째, 정책성 은행을 국제결제은행(BIS) 자본 적정성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의 자회사로서 공공 금융회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점을 감안해 BIS 자기자본비율도 이를 적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책금융채는 비록 명시적으로 정부의 보증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국가와 동일 신용 등급을 적용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 정책성 은행들이 채권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고 채권시장에서는 암묵적인 정부 지원을 신뢰하고 낮은 이자율이 적용되도록 조치했다.

 

결론적으로 정책성 은행의 자체 신용도는 상업은행보다 약하지만 상대적으로 강한 정부 지원과 그에 기반한 채권시장에의 높은 접근성이 정책성 은행의 신용을 끌어올리게 했다.

 


초기 중국 채권시장 투자 수단으로 적합
위안화 표시 채권의 경우 정책금융채는 금리 측면에서 국채보다 매력적이다. 2015년 5월 현재 정책금융채가 같은 잔존 만기의 국채보다 0.65% 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 3년 만기 은행채 금리가 같은 만기의 국채보다 0.14% 포인트 높다.

 

달러 표시 채권의 경우 한국수출입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의 금리 차가 약 0.15% 포인트로 중국수출입은행의 금리 매력이 높지 않다. 오히려 중국 상업은행들의 금리가 신용 등급에 비해 높다. 중국 상업은행들은 최근 활발한 외화 표시 채권 발행으로 유동성도 좋다.

 

2014년 5월 중국 상무부 연구원 신용 평가와 인정센터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2213개 상장회사 중 약 744개(33.6%)가 분식 가능성이 있고 그중 부동산 업체가 98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중국 회사 중 국제 신용 등급을 보유한 회사는 약 200여 개에 이른다. 이 중 절반이 투자 적격 등급에 해당하며 투자 적격 등급 중 약 80%가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 소유의 국영기업이다. 이들의 신용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재무 실적에 따른 신용 분석이 이뤄져야 하며 다음으로는 정부 및 지방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중국의 정책성 은행들이 발행한 정책금융채는 수익률이 높지는 않지만 초기 중국 채권시장에 접근이 가능한 투자 수단이 될 것이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 djshin@hanafn.com

 

한경비지니스 1018호

201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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