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 노동생산성 뒷걸음…옐런 ‘신중 모드’

bondstone 2015. 6. 18. 01:09

[글로벌투자 따라잡기] 미 노동생산성 뒷걸음…옐런 ‘신중 모드’

경기 부양 기조 더 이어질 가능성, 주식 투자자엔 단기 ‘호재’ 중기‘악재’

 


재닛 옐런 의장의 ‘입’에 글로벌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다. 언제 인상을 시작할 것인지,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의 인상 속도와 폭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관심이다. 무려 11년 만에 금리 인상이 재개되는 만큼 금융시장의 우려는 상당하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때마다 역사적으로 신흥국들은 달러 강세에 따른 자금 이탈로 경제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1994년에는 멕시코의 페소화 위기가 남미 전역으로 확산됐고 달러 강세를 유도한 1995년의 역(逆)플라자 합의로 2년 뒤 아시아가 외환 위기를 맞았다. 1999년 금리 인상의 끝 무렵에는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됐고 2004년에는 2년간 4.25% 포인트의 기준 금리를 인상했지만 지나치게 예측 가능한 금리 인상으로 향후 글로벌 금융 위기의 단초가 됐던 미국발 부동산 거품을 키우고 말았다.


실업률 하락 원인 놓고 시각차
금리 인상을 포함한 통화정책 정상화의 밑그림을 살펴볼 수 있는 미국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 6월 17일 열렸다. 전반적인 통화정책 기조는 우려했던 것과 달리 완화적이었다. 당일 글로벌 주식시장은 상승했고 미국의 단기금리는 하락했다. 관심을 모았던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 위원들의 서베이 결과를 담은 점도표였다. Fed 위원들의 올해 연말 기준 금리의 중위값은 0.63%로 3월과 같았지만 평균은 0.57%로 0.20% 포인트 낮아졌다. 2016년 말과 2017년 말의 중위값은 각각 1.63%, 2.88%로 3월보다 0.25% 포인트씩 낮아졌다. 장기 균형 금리 전망은 3.75%로 동일했다. 연내 기준 금리 인상을 시작하는 것이 Fed 위원들의 컨센서스이기는 하지만 이후 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지난 3월 예상했던 것보다 꽤 느려질 것이라는 조사 결과다.

 

올해 미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은 1분기의 ‘일시적 위축’을 반영해 1.8~2.0%(종전 2.3~2.7%)로 대폭 하향했지만 2016년 2.4~2.7%, 2017년 2.1~2.5% 수준으로 전망이 같거나 3월에 비해 0.1% 포인트 정도 소폭 상향 조정됐다. 성명서에서도 미국의 경제활동과 고용 및 주택 시장, 민간 소비 상황에 대한 Fed의 평가를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 인상은 가능하겠지만 첫째 금리 인상 시기보다 인상 경로가 중요할 것”이라면서 첫째 금리 인상의 중요성이 너무 과장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금리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보다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하고 미국 경제 전망이 달러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임금 상승률이 소비지출을 억제하고 있고 달러 강세가 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 미국 경제의 하방 위험”이라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 Fed 총재의 6월 초 발언과 일치한다. 이 밖에 옐런 의장은 최근 신흥 시장의 불안에 대해 “우리의 정책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로 금융시장과 신흥 시장의 변동성이 나타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FOMC는 자연실업률을 3월과 동일한 5.0~5.2%로 제시했다. 자연실업률은 완전고용하에서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는 실업률을 의미한다. 지금이라도 기준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매파 위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4월 실업률이 5.4%까지 하락하면서 자연실업률에 상당히 근접했기 때문에 지금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고 미룬다면 자칫 거품의 위험을 키워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옐런 의장을 포함한 비둘기파 위원들은 자연실업률이 4%대 초반까지 낮아졌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최근의 고용 지표와 실업률이 큰 폭으로 개선된 이유가 기업들의 생산성 하락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미국의 올해 1분기 노동생산성은 마이너스 1.9%로, 작년 4분기 마이너스 2.1%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0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즉 고용 지표 개선은 기업들이 생산성 하락을 커버하기 위해 노동 투입을 늘렸기 때문이며 계속해 노동 투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므로 부양 기조를 더 오랫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다 보면 기업들은 노동시장을 떠난 유휴 인력까지 찾게 될 것이고 한편으로는 설비투자를 늘리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 경제는 생산성을 높이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 금리 인상 이후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이 Fed 위원들의 서베이를 담은 점도표보다 늘 완화적인 기조를 띠는 배경이다. 이러한 생산성과 잠재성장률 논쟁은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주장하는 한국의 구조 개혁 논의와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늘려야 미래의 잠재 성장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이후로 경기 정점 미뤄지나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성장률은 2016년 2%대 후반을 정점으로 2017년부터 완만하게 낮아져 2025년에는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율 정체, 오바마 케어의 혜택을 받기 위한 저소득층의 직장 포기 등 구조적인 노동인구 감소가 배경이다.

 

향후 옐런 의장 등 비둘기파들의 주장이 Fed 전반의 컨센서스로 반영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즉 실업률이 4%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5.4%의 실업률하에서도 Fed는 보다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 나아가 미국 경제의 정점이 2016년 이후로 연장될 것이고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연장되는 만큼 단기채권에 비해 장기채권을 보유함으로써 노출되는 불확실성을 의미하는 장기금리의 기간 프리미엄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지금은 미국의 국채 10년 금리가 2.50%를 상단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옐런 의장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미국 국채 10년 금리도 한 단계 더 레벨업 돼야 한다.

 

물론 금융시장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연장에 단기적으로 환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기금리가 한 단계 더 상승한다면 그동안 주식의 밸류에이션 매력을 높여 줬던 저금리의 혜택은 감소하게 된다. 생산성 증가와 4%대 초반의 자연실업률 논쟁은 장기채 투자자에게는 단기적으로 호재(금리 하락)이지만 중기적으로는 악재(금리 상승)가 될 것이며 주식 투자자에게도 단기적으로는 호재(저금리 기조 유지에 따른 주가 상승)가 되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악재(장기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매력 감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지켜봐야 할 중요한 포인트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 djshin@hanafn.com

 

2015.7.1

한경비지니스 제 1021호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2&nkey=2015062501021000241&mode=sub_view

 

 

아래는 원문

 

<글로벌투자 따라잡기> 미국 금리인상을 바라보는 포인트, 생산성과 자연실업률 논쟁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 “첫 금리인상 시기보다 인상 경로가 중요하다”
하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언제 인상을 시작할 것인지, 그리고 금리인상을 시작한 이후의 인상 속도와 폭은 얼마나 될 지에 대한 관심이다. 무려 11년 만에 금리인상이 재개되는 만큼 금융시장의 우려는 상당하다. 역사적으로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설 때마다 신흥국들은 달러강세에 따른 자금이탈로 경제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1994년에는 멕시코의 페소화 위기가 남미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달러강세를 유도한 1995년의 역(逆)플라자 합의로 2년 뒤에는 아시아가 외환위기를 맞았다. 1999년 금리인상의 끝무렵에는 IT버블이 붕괴되었고, 2004년에는 2년간 4.25%포인트의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지나치게 예측가능한 금리인상으로 향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되었던 미국발 부동산 거품을 키우고 말았다.

지난 6월17일, 금리인상을 포함한 통화정책 정상화의 밑그림을 살펴볼 수 있는 미국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렸다. 전반적인 통화정책 기조는 우려했던 것과 달리 완화적이었다. 당일 글로벌 주식시장은 상승했고 미국의 단기금리는 하락했다. 관심을 모았던 것은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위원들의 서베이 결과를 담은 점도표였다. 연준 위원들의 올해 연말 기준금리의 중위값은 0.63%으로 3월과 같았지만 평균은 0.57%로 0.20%포인트 낮아졌다. 2016년말과 2017년말의 중위값은 각각 1.63%, 2.88%로 3월보다 0.25%포인트씩 낮아졌다. 장기균형금리 전망은 3.75%로 동일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는 것이 연준 위원들의 컨센서스이기는 하지만, 이후 인상속도에 대해서는 지난 3월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꽤 느려질 것이라는 서베이 결과다. 

[그림] 점도표: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서베이
자료: 연방준비제도, 하나대투증권

올해 미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은 1분기의 ‘일시적 위축’을 반영하여 1.8~2.0%(종전 2.3~2.7%)로 대폭 하향했지만 2016년에는 2.4~2.7%, 2017년은 2.1~ 2.5% 수준으로 전망은 같거나 3월에 비해 0.1%포인트 정도 소폭 상향조정되었다. 성명서에서도 미국의 경제활동과 고용 및 주택시장, 민간소비 상황에 대한 연준의 평가를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옐런 연준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인상은 가능하겠지만 첫번째 금리인상 시기보다는 인상 경로가 중요할 것”이라면서 첫번째 금리인상의 중요성이 너무 과장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금리인상을 위해서는 적절한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보다 결정적 증거가 필요할 것이며, 미국경제 전망은 달러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임금상승률이 소비지출을 억제하고 있고, 달러강세가 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 미국경제의 하방위험”이라는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의 6월초 발언과 일치한다. 그 밖에 옐런 의장은 최근 신흥시장의 불안에 대하여, “우리의 정책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로 금융시장과 신흥시장의 변동성이 나타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향후 관전 포인트: 옐런의 새로운 실험, 자연실업률 논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자연실업률은 3월과 동일한 5.0~5.2%로 제시했다. 자연실업률이란 완전고용 하에서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는 실업률을 의미한다. 지금이라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매파 위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4월 실업률이 5.4%까지 하락하면서 자연실업률에 상당히 근접했기 때문에, 지금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고 미룬다면 자칫 거품의 위험을 키워 미국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옐런 연준 의장을 포함한 비둘기파 위원들은 자연실업률이 4%대 초반까지 낮아졌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최근의 고용지표와 실업률이 큰 폭으로 개선된 이유가 기업들의 생산성 하락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미국의 올해 1분기 노동생산성은 -1.9%로, 작년 4분기 -2.1%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0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즉 고용지표 개선은 기업들이 생산성 하락을 커버하기 위해 노동투입을 늘렸기 때문이며, 계속해서 노동투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므로 부양기조를 더 오랫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다 보면 기업들은 노동시장을 떠난 유휴인력까지 찾게 될 것이고, 한편으로는 설비투자를 늘리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경제는 생산성을 높이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 금리인상 이후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이 연준 위원들의 서베이를 담은 점도표보다 늘 완화적인 기조를 띠는 배경이다. 이러한 생산성과 잠재성장률 논쟁은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구조개혁 논의와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증대시켜야 미래의 잠재성장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 자연실업률 수준에 근접한 미국의 실업률  
자료: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하나대투증권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경제의 성장률은 2016년 2%대 후반을 정점으로 2017년부터 완만하게 낮아져서 2025년에는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율 정체, 그리고 오바마케어의 혜택을 받기 위한 저소득층의 직장 포기 등 구조적인 노동인구 감소가 배경이다.

향후 옐런 등 비둘기파들의 주장이 연준 전반의 컨센서스로 반영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즉 실업률이 4%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5.4%의 실업률 하에서도 연준은 보다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 나아가 미국경제의 정점은 2016년 이후로 연장될 것이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연장되는 만큼, 단기채권에 비해 장기채권을 보유함으로써 노출되는 불확실성을 의미하는 장기금리의 기간프리미엄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지금은 미국의 국채10년 금리가 2.50%를 상단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옐런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미국 국채10년 금리도 한 단계 더 레벨 업 되어야 한다.

물론 금융시장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연장에 단기적으로 환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기금리가 한단계 더 상승한다면, 그동안 주식의 밸류에이션 매력을 높여주었던 저금리의 혜택은 감소하게 된다. 생산성 증가와 4%대 초반의 자연실업률 논쟁은, 장기채 투자자에게는 단기적으로는 호재(금리하락)지만 중기적으로는 악재(금리상승)가 될 것이며, 주식 투자자에게도 단기적으로는 호재(저금리 기조 유지에 따른 주가상승)가 되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악재(장기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매력 감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지켜봐야 할 중요한 포인트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
djshin@hanafn.com/ 3771-7509

 

2015.6.18

한경비즈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