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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이야기

bondstone 2017. 3. 24. 09:54

[신흥국] 인도이야기


최근에 인도를 다녀온 지인과 이야기를 나눈 내용들입니다. 결론적으로 인도는 좋을 것 같습니다.


인도의 첫인상이 어때하고 물어봤더니, 당장 '너무 못살아' 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뭄바이의 경우, 도시 인구의 절반이 극빈층이라고 합니다. 뭄바이의 슬럼이 세계 최대라고하는데요, 인도에서도 유독 뭄바이가 심한 경우라고 합니다. 길거리나 바닥에 장판하나 깔고 자는 사람들이 널려 있는데, 현지인들이 절대 과일, 야채, 물, 그리고 얼음은 먹지 말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한번은 맥도널드갔더니 소고기를 먹지 않는 풍습 때문에 햄버거는 없고, 치킨버거만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런 슬럼에 살면서도 교육은 받을 수 있고, 부모들과 본인들도 공부를 해서 가난을 벗어나려는 의지가 꽤 강하다고 합니다. 진학해서 멀쩡한 직업을 갖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뭄바이같은 대도시 극빈층들이 형편에 비해 아기를 너무 많이 낫고, 그러다 보니 웬만해서는 그 가족들이 거주할 만한 집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슬럼이 계속 커지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부동산이나 인프라는 굉장히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프라만 깔리면 고용이나 물류비용이나 성장이나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해 보였다고 합니다.


흥미로왔던 점은 1) 민주주의가 경제 성장이나 개혁에 발목을 잡으면서도 그 때문에 현재 정부가 정책을 낼 때 엄청 고민을 해서 세밀하게 정책을 짠다는 점과, 2) 이번 정권들어 인도 정부관료들을 IR 담당자처럼 교육시키는데,  아주 고대시절부터 보면 인도가 중국만큼 강하고 잘살았다며 지금 중국처럼 고성장하기 위한 전략 짜기에 엄청 바쁘다고 합니다.


한편 최근 화폐개혁 이후 경제와 사회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여부였는데, 일단은 거의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적어도 대도시(뭄바이/델리)에서는 은행이나 ATM기에서 줄서서 돈을 인출하는 현상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걱정했던 경기 둔화에 대한 부분들도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합니다.


당초 화폐개혁은 지하에 있는 돈을 끌어내 1) 적법하게 세금을 내게 하고, 2) 은행으로 자금을 이동시켜 은행의 자금조달과 대출 여력을 개선시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과정에서 실제 서민들에게 현금이 부족해져 고통을 받는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인도에서는 Paytm이라는 온라인결제시스템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현금이 없어도 충분히 결제가 가능해져 서민들이 느끼는 고통도 거의 사라졌다고 합니다. 인도의 인터넷망은 한국보다는 좀 더디지만(지하에서는 잘 안터짐), 핸드폰은 많이 보급이 되어 전자결제로도 충분히 거래가 가능해졌습니다. 한마디로 화폐개혁을 둘러싼 여러 혼란들은 끝났고, 오히려 금융거래의 투명성은 높아지고 전자결제와 같은 산업의 디지털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긍정적인 효과들이 더 큰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반면, 국유은행에 대한 부실 문제는 해결에 시간이 좀더 걸릴 것 같았습니다.

지난해 여름 이후에는 추가적인 부실 해결 조치가 없었는데요, 현재 인도 정부는 비대한 국유은행보다는 화폐개혁으로 자금조달이 용이해진 민간은행을 통해 시중에 자금 공급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인도 경제에 아킬레스건인 부실문제가 빠르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장 속도가 빨라서 부실문제가 당장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주선거 결과는 그다지 여당인 BJP당에 우호적이지는 않다고 합니다. 인도도 지역색깔이 강해서 국가 전체로 보면 모디와 BJP당의 지지율이 높지만, 하원을 결정하는 주선거는 그야말로 지역 색깔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지만, 일부 기득권을 제외하면 모디와 BJP에 대한 지지율이 상당히 높아 개혁이 중단될 정도의 정치적 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습니다.


기업 이야기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Shriram Transport Finance(NSE:SRTRANSFIN)이라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사람들에게 트럭을 사도록 대출해주는 기업입니다. 인도에서 트럭은 저희로 치면 푸드트럭처럼 1인 기업이나 운반 및 용달을 하는 업무 종사자이 주로 이용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출해준다는게 리스크이긴 하나 인도 경제를 믿고 가난을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을 믿고 대출을 해주는 비지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회사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개인이 트럭을 사서 사업을 하는 경우는 열악하고 영세업자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대출금리가 10%가 넘는데도 대부분 3~4년 안에 다 갚고 부도율도 높지 않다고 합니다. 아마도 인도 내수 성장 속도가 엄청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기업이 인도의 밑바닥 경기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업주가는 현재 12~1월에 바닥을 기록한 이후 서서히 반등하고 있습니다. 인도 내수 경기의 가늠자로서 한번씩 쳐다볼 만한 비지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인도 역시 많은 한계를 갖고 있고, 기대에 비해 더디게 변하는 나라이긴 하나 화폐개혁에 따른 충격은 생각보다 빠르게 탈피하고 있고, 정부의 정책 신뢰도 유지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인도를 좋게 보는 시각은 너무 흔해서 새롭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볼 만한 시장인 것 만큼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