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경기침체의 전조인가?

bondstone 2017. 11. 30. 13:02

[머니 인사이트]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경기침체의 전조인가?

신동준 미래에셋대우 운용전략실장


뜨거운 증시, 그러나 경기확장기의 후반부라는 우려

세계증시를 이끌고 있는 미국 증시의 거침없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나스닥과 다우30, S&P500은 연초 이후 각각 28.4%, 20.6%, 17.3% 상승하며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39.2%나 급등한 기술주(IT) 섹터가 압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과열 논란과 함께 이제 막 불을 지피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코스닥과 달리 미국은 중소형주지수인 러셀2000도 연초 이후 13.2% 상승하며 다른 지수들과 동반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강건한 미국경제의 영향력이 유로존과 일본을 넘어 신흥국으로 확산되며 세계경제 모두가 의심없는 성장을 나타내고 있는데다,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업이익 전망이 여전히 탄탄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완화와 세제개혁이 내년에도 주식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강한 확신의 결과다. 내년을 전망하는 월가 투자은행들의 보고서도 거의 모두 확신에 찬 낙관론들로 채워졌다.


비관론자들의 목소리는 서너달 전에 비해 힘이 빠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와 주가하락이 임박했다는 다양한 논리와 경고들은 여전히 솔깃하게 들린다. 무엇보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며, 현재 경제성장 속도에 비해 주가상승이 상당히 빨랐다는 것과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비싸다는 것도 사실이다. 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12MF P/E)은 18.1배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증시거품이었던 2000년초와 1929년 이후 가장 높다. 미국의 경기확장국면은 100개월을 넘어서며 1990년대와 1960년대에 이어 역사상 세번째로 긴 경기확장기를 지나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주식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미국경제가 확장기의 후반부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의 배경, 경기침체의 전조인가?

주식시장에서 미국증시의 고평가와 경기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작아졌지만, 최근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경기침체에 대한 논쟁이 다시 한창이다. 미국의 국채10년 금리와 2년 금리의 차이(이하 ‘10년-2년 스프레드’)가 0.60%포인트 이하로 좁혀지면서 2007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수익률곡선(Yield curve)은 역사적으로 시장을 예측하는 가장 뛰어난 수단 중의 하나로 기능해 왔다. 수익률곡선은 만기별 채권금리의 차이를 도표로 표현한 것인데, 만기가 길수록 채권금리도 높아져 일반적으로 수익률곡선은 우상향하는 형태를 그린다. 


시장참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수익률곡선의 형태다. 일반적으로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질수록 경기는 개선될 것으로, 반대로 평탄화될수록 경기는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수익률곡선의 형태를 해석하기 위해 다양한 조합의 단기금리와 장기금리를 비교한다. 미국 국채시장에서 가장 관심있게 관찰하는 만기 조합은 10년과 2년의 금리차, 10년과 3개월의 금리차, 그리고 30년과 5년의 금리차다. 


최근 10년과 2년 금리 차이가 빠르게 좁혀지면서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축소되었다는 사실은 의미있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1990년대초, 2000년대초, 그리고 2007년 등 경기침체 발생 직전에 수익률곡선은 빠르게 평탄화되었다. 나아가 10년-2년 금리차가 역전된 이후에는 어김없이 경기침체가 찾아왔다. 


간략하게 표현하면, 장기금리는 채권의 만기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단기금리들의 평균과 같다. 2년물과 같은 단기금리들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10년물 이상의 장기금리는 미래의 성장이나 기대인플레이션에 더 크게 좌우된다. 


최근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 축소의 배경을 몇가지로 나눠 생각해 보자. 

첫째, 연준(Fed) 정책의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낮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금리인상의 결과로 나타나는 과잉긴축의 위험 신호라는 것이다. 


경기가 호황국면에 접어들면 중앙은행은 그동안 풀었던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양적긴축을 개시한다.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서거나 곧 나설 것이라는 예상만으로도 일드커브는 평탄화되고 10년-2년 금리차는 축소된다. 현재 경제는 호황이지만 지금의 유동성 흡수로 인해 미래의 성장과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중앙은행이 과도한 금리인상과 긴축으로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긴다. 더구나 과거와 달리 인플레이션 조짐도 별로 없다.


둘째, 장기채 수요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고령화와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 힘입은 자산가격 상승으로 연금과 보험자산이 증가하면서 장기채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를 통해 막대한 장기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미국의 재정지출 확대로 내년에는 장기채 발행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최근 미국 재무부는 내년에 발행될 국채의 잔존만기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셋째, 중앙은행들의 합작품이라는 해석이다. 연준의 양적긴축과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영란은행(BOE)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면서 넘쳐나는 자금들이 미국의 장기채도 매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연준의 정책 영향 때문이 아니라도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앞으로 올 경기둔화를 예고하는 전형적인 신호라는 것이다. 


다가오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가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한 거품일 것

현재의 금리인상이 미래의 성장과 인플레에 대한 기대를 낮춤으로써 수익률곡선은 평탄화되고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국의 세제개혁안을 포함한 주요국의 재정과 통화정책, 인프라투자 등이 미래의 잠재성장과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 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하지 않는 한 10년-2년 금리차 축소는 계속될 것이다. 이를 당장의 경기침체 예고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경험적으로 경기확장기의 종료는 늘 확장기의 후반부에 나타나는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여 허둥지둥 금리를 인상했던 중앙은행의 과잉긴축으로 촉발되었으며, 그에 따라 10년-2년 금리차가 역전되면서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출 때 마무리되었다. 그 직전까지 주가는 더 상승했다. 그런 의미에서 10년-2년 금리차는 아직 약 0.60%포인트의 여유가 남아있다고 보는 것이 더 낫다. 


경기확장기의 후반부에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완화와 세제개혁, 재정지출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파월 신임 연준의장은 경제학자가 아닌 법조인이자 실용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전임 의장들에 비해 통화정책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이다. 따라서 통화정책은 트럼프가 원하는 저금리 기조를 합의제로 유지하면서, 파월을 반대했던 공화당 의원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법조인으로서 금융규제 완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금융규제 담당 부의장으로 내정된 랜달 퀄스와는 칼라일에서 함께 일한 경험도 있다. 만약 지금이 거품이라면 다가오고 있는 것은 거품의 붕괴와 침체보다, 오히려 더 강한 거품일 개연성이 더 높아 보인다.


[그림] 경기침체 직전에 어김없이 역전된 미국국채 10년-2년 금리차

 


2017.11.30

한경비즈니스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2&nkey=2017121101150000271&mode=sub_view&utm_source=dable&utm_source=dable



아래는 기사


[머니 인사이트] 美 장·단기 금리 차 축소, 경기 침체의 전조?

뜨거운 증시, 그러나 경기 확장기의 후반부라는 우려


[한경비즈니스= 신동준 미래에셋대우 운용전략실장]세계 증시를 이끌고 있는 미국 증시의 거침없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 증시 3대 지수인 나스닥·다우30·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강건한 미국 경제의 영향력이 유로존과 일본을 넘어 신흥국으로 확산되며 세계경제 모두가 의심 없는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업 이익 전망이 여전히 탄탄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와 세제 개혁이 내년에도 주식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강한 확신의 결과다. 내년을 전망하는 월가 투자은행들의 보고서도 거의 모두 확신에 찬 낙관론들로 채워졌다.


비관론자들의 목소리는 서너 달 전에 비해 힘이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와 주가 하락이 임박했다는 다양한 논리와 경고들은 여전히 솔깃하게 들린다. 현재 경제성장 속도에 비해 주가 상승이 상당히 빨랐다는 것과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비싸다는 것도 사실이다. 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 비율(12개월 PE)은 18.1배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증시 거품이었던 2000년 초와 1929년 이후 가장 높다. 미국의 경기 확장 국면은 100개월을 넘어서며 1990년대와 1960년대에 이어 역사상 셋째로 긴 경기 확장기를 지나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주식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가 확장기의 후반부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 국채 10년-2년 금리 차, 10년 만에 최저 


주식시장에서 미국 증시의 고평가와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작아졌지만 최근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한 논쟁이 다시 한창이다. 미국의 국채 10년 금리와 2년 금리의 차이(이하 ‘10년-2년 스프레드’)가 0.60%포인트 이하로 좁혀지면서 2007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은 역사적으로 시장을 예측하는 가장 뛰어난 수단 중 하나다. 수익률 곡선은 만기별 채권 금리의 차이를 도표로 표현한 것이다. 만기가 길수록 채권 금리도 높아져 일반적으로 수익률 곡선은 우상향한다.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수익률 곡선의 형태다. 일반적으로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질수록 경기는 개선될 것으로, 반대로 평탄화될수록 경기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수익률 곡선의 형태를 해석하기 위해 다양한 조합의 단기 금리와 장기 금리를 비교한다. 미국 국채 시장에서 가장 관심 있게 관찰하는 만기 조합은 10년과 2년의 금리 차, 10년과 3개월의 금리 차, 30년과 5년의 금리 차다.


역사적으로도 1990년대 초, 2000년대 초, 2007년 등 경기 침체 발생 직전에 수익률 곡선은 빠르게 평탄화됐다. 나아가 10년-2년 금리 차가 역전된 이후에는 어김없이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 


간략하게 표현하면 장기 금리는 채권의 만기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단기 금리들의 평균과 같다. 2년물과 같은 단기 금리들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10년물 이상의 장기 금리는 미래의 성장이나 기대 인플레이션에 더 크게 좌우된다.

 




최근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 축소 배경을 몇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보자. 


첫째, 미국 중앙은행(Fed) 정책의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장·단기 금리 차 축소는 낮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금리 인상의 결과로 나타나는 과잉 긴축의 위험 신호라는 것이다. 


경기가 호황 국면에 접어들면 Fed는 그동안 풀었던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양적 긴축을 개시한다. Fed가 긴축에 나서거나 곧 나설 것이라는 예상만으로도 수익률 곡선은 평탄해지고 10년-2년 금리 차는 축소된다. 현재 경제는 호황이지만 지금의 유동성 흡수로 미래의 성장과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Fed가 과도한 금리 인상과 긴축으로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긴다. 과거와 달리 인플레이션 조짐도 별로 없다.


둘째, 장기채 수요가 대폭 증가했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와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 힘입은 자산 가격 상승으로 연금과 보험 자산이 증가하면서 장기채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양적 완화를 통해 막대한 장기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미국의 재정지출 확대로 내년에는 장기채 발행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최근 미국 재무부는 내년에 발행될 국채의 잔존 만기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셋째, 중앙은행들의 합작품이라는 해석이다. Fed의 양적긴축과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중앙은행(BOJ), 영국중앙은행(BOE)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면서 넘쳐나는 자금들이 미국의 장기채도 매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Fed의 정책 영향 때문이 아니라도 장·단기 금리 차 축소는 앞으로 올 경기 둔화를 예고하는 전형적인 신호라는 것이다. 


◆ ‘더 강한 거품’이 온다 


현재의 금리 인상이 미래의 성장과 인플레에 대한 기대를 낮춤으로써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되고 장·단기 금리 차가 축소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당장의 경기 침체 예고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경험적으로 경기 확장기의 종료는 늘 확장기의 후반부에 나타나는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해 허둥지둥 금리를 인상했던 중앙은행의 과잉 긴축으로 촉발됐다. 그에 따라 10년-2년 금리 차가 역전되면서 Fed가 금리 인상을 멈출 때 마무리됐다. 그 직전까지 주가는 더 상승했다. 그런 의미에서 10년-2년 금리 차는 아직 약 0.60%포인트의 여유가 남아 있다고 보는 것이 더 낫다. 


경기 확장기의 후반부에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 완화와 세제 개혁, 재정지출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제롬 파월 신임 Fed 의장은 경제학자가 아닌 법조인이자 실용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전임 의장들에 비해 통화정책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이다. 따라서 통화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저금리 기조를 합의제로 유지하면서 파월 의장을 반대했던 공화당 의원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법조인으로서 금융 규제 완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금융 규제 담당 부의장으로 내정된 랜달 퀄스 Fed 이사와는 칼라일에서 함께 일한 경험도 있다. 만약 지금이 거품이라면 다가오고 있는 것은 거품의 붕괴와 침체보다 오히려 강한 거품일 개연성이 더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