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quity

강경한 대북 정책, 취임 100일을 앞둔 트럼프의 승부수

bondstone 2017. 4. 13. 16:13

Weekly Note


4~5월 주식시장 호재를 찾아봐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트럼프의 대북정책, S&P 500 실적, 미일 경제대화, 옐런 연임 가능성 등과 함께 짚어봤습니다.


1. 강경한 대북 정책, 취임 100일을 앞둔 트럼프의 승부수

4월 29일은 트럼프 취임 100일입니다.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없습니다. 그래서 보호무역이 부각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북한 문제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판을 깨는 승부사는 없습니다. 트럼프가 진정한 승부사라면 판을 흔드는 게 목적이지, 산업화되고 인구가 밀집한 동북아에서 충돌과 같은 긴장 그 이상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약 5거래일 내로 KOSPI에서 영향력이 소멸됐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KOSPI는 과매도이고 상승추세선 하단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VIX가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QE가 VIX의 하락 안정화 요인이었다면, QT는 VIX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QE나 QT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 대비 통화정책의 상대적 기조입니다. 옐런 의장은 금융위기 이후의 통화완화기조가 중립으로 변했다고 했지만, 경제 상황과 비교해서 보면, 여전히 완화적입니다. 17번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시장이 매파적이라고 해석하지 않았던 2000년대 중반과 유사합니다.


따라서 최근 VIX의 상승은 QE에서 QT로의 전환기에 나타나는 마찰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 프랑스 대선과 트럼프의 경제/외교 정책 불확실성도 기여한 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VIX가 10pt 초반에 머무는 꿀 같은 시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VIX의 평균값이 20pt 초반에 있던 시기로 회귀할 가능성도 높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주가지수의 ‘강한’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S&P 500의 1분기 EPS는 전년대비 8.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적시즌에 실적전망이 상향됐던 예년의 경향을 고려하면 두 자릿수 (12%)의 증가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올해 남은 세 분기 동안 EPS 증가율은 정체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증가 수준은 견조하지만 모멘텀은 둔화되는 모양새입니다. 미국 주식 중에서는 성장세가 강력한 IT (특히 반도체)를 제외하면, 꾸준하게 수익을 안겨주는 주식 (경기방어주, 배당주 등)이 중기 관점에서 좋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2. 미일 경제대화, 인프라 기대 다시 불러 일으키는 계기되나?

트럼프의 말바꾸기 행보가 계속되면서, 다음주에 있을 미일경제대화에 대한 주목도 역시 낮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극적인 뉴스거리는 많이 없더라도, 전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동맹 사이인만큼 의외로 실질적인 성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일경제대화는 거시경제정책(재정/금융정책), 인프라/에너지/우주, 미일 간 무역틀 등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 일본은 인프라투자에 무게를 싣고 회담에 나설 예정입니다.


미국은 무역을 다자 또는 지역간 협정 대신 양자간 협정으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교역 상품의 차이 때문에, 무역을 하다보면 무역흑자가 나는 상대국도 있고 적자가 나는 상대국도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단순하게 '우리(미국)한테서 무역흑자 내는 나라들 리스트 한 번 뽑아볼까'라는 식의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전세계의 교역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기보다는, 어떤 나라도 미국에게서 큰 돈 벌어가면 안된다는 식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게 비합리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겉으로는 보호무역을 외치지만, 국제무대에서 ‘강한 미국’을 재건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에게 ‘북한을 압박하면 교역 이슈를 살살 다뤄주겠다’고 제안한 것을 통해 미국의 의도는 다시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이번 미일 경제대화에서도 미국은 일본을 '인프라투자의 쩐(錢)'을 댈 국가로 삼고 공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의회에서는 돈을 안 줄 것 같으니, 스스로 한껏 몸을 낮추는 일본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을 것입니다. 펜스 부통령과 함께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도 이번 여정에 동행합니다. 험악한 어깨를 같이 보내 좀 더 뜯어내려는 모양입니다. 실리를 추구하는 트럼프다운 전략입니다. 이후에는 중국과 아시아 일대를 개발하는 일대일로만큼이나, 인프라가 낡은 미국도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미국에 돈 되는 인프라투자처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장을 다시 밀어 올릴만한 이슈거리를 찾고 있는 주식시장에서는 인프라 기대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관련주들이 적절하게 조정을 받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3. 트럼프의 옐런 연임 가능성은 통화정책 불확실성 완화 요인

트럼프는 선거기간 중에 옐런을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저금리로 오바마 대통령을 도왔다는 것인데, 이전에 몇 번 말씀 드렸던 것처럼 트럼프에게 가장 필요한 연준 의장은 비둘기파 의장이고 옐런은 여기에 딱 맞는 사람입니다. 전일 WSJ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옐런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옐런을 좋아하고 존중한다고 했습니다 (I like her, I respect her). 유세 기간 중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공식적으로 폐기한 인터뷰에서 옐런의 연임 가능성을 내비친 것입니다.


옐런의 연임 가능성은 꽤 높다고 봅니다. 금융시장에는 호재입니다. 옐런이 연임하게 되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퇴임 전에 테이퍼링을 결정했던 버냉키와 달리, 옐런은 대차대조표 축소를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점진적'을 항상 강조하는 분이지만, 대차대조표 축소를 퇴임 전에 서두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시장 일각에서 있었는데, 이마저 불식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장 교체에 따른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낮출 수 있습니다.


옐런의 연임 가능성을 낮지 않게 보는 이유는, 옐런의 연임이 저지되면 역사적인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연준 초기에는 공개시장운용을 담당하는 뉴욕 연준 총재가 사실상 연준 의장이나 다름 없었고, 연준 의장은 거의 명예직이었습니다. 그 시절을 제외하면, 임기 중에 사망한 블랙 의장 (1934년) 이후 연준 의장의 단임 사례는 없었습니다. 1978년부터 약 17개월 재임했던 밀러 의장이 있었지만 재무부장관으로 발탁되면서 중도하차한 경우였습니다. 경질로 볼 수 있는 사례는 멕케이브 의장 (1951년) 뿐이었습니다. 1951년 재무부-연준 합의 (1951 Treasury-Fed Accord)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의 잡음을 이유로 트루먼 대통령이 사퇴를 종용했었습니다.


1951년 재무부-연준 합의는 '돈이 필요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무제한으로 중앙은행이 받아주던 것을 거부한다'는, 역사적인 중앙은행 독립선언이었습니다. 이후 연준 독립성은 크게 강화됐습니다. 트럼프가 공화당원을 앉히겠다며 정치적 발언을 했지만, 1970년 이후를 보면 레이건 대통령 (공화당)은 볼커 의장 (민주당)을 연임시켰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민주당)은 그린스펀 의장 (공화당)을 연임시켰고, 오바마 대통령 (민주당)도 버냉키 의장 (공화당)을 연임시켰습니다.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경질하는 것이 선거 기간 인기몰이를 위해서는 좋을지 모르지만, 의회에서 민주당 일부의 지지가 필요한 현 상황에서는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옐런의 임기는 내년 2월 3일까지이고, 보통 임기가 끝나는 이전해의 10월경에 차기 의장을 임명합니다. 보통 봄 즈음부터 주요 후보들이 물망에 오르고, 한여름이 되면 시장의 주요 이슈가 됐었습니다. 올해 외신은 테일러 룰을 만든 테일러 교수 정도를 가끔 언급할 뿐입니다. 참고로 테일러 교수는 현 점도표 최상단에 점을 찍을 사람입니다. 트럼프가 원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옐런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면, QE에서 QT로의 급격한 전환을 우려하거나, 시장 급락 시 중앙은행 풋 (central bank’s put)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