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 확산의 고비는 3월 중순까지, 위험자산 분할매수 기회

bondstone 2020. 3. 2. 17:24

[똑똑해지는 투자상식] 코로나19 확산의 고비는 3월 중순까지, 위험자산 분할매수 기회

신동준 Ph.D. KB증권 리서치센터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중국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매년 2월 스페인에서 열리던 세계 최대의 모바일 산업 박람회인 MWC (Mobile World Congress)는 33년 역사상 처음으로 취소되었고, 3월 5일 개막 예정이던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 (전국인민대표자회의,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도 43년 만에 처음으로 연기되었다.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 내에서는 공포감 속에서도 2월 19일 이후 신규 확진자수의 증가세가 한풀 꺾이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반면, 2월 중순부터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확진자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전염병 확산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정부는 2월 23일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 (제한적 전파)’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지역사회 전파 및 전국적 확산)’ 단계로 격상했다. ‘심각’ 단계 발령은 2009년 신종 플루 사태 이후 처음이다. 2월 말에는 미국에서도 감염 경로를 알지 못하는 코로나19 환자가 보고되었고, 미국에서는 워싱턴 주에서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이제는 바이러스가 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 (pendemic)으로 번질 것이라는 공포가 금융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전염병이 중국을 넘어서 한국, 일본, 이탈리아 등 주요 제조업 국가들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상반기 중 글로벌 경기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 당국의 춘절 연휴기간 연장으로 일부 중국산 중간재 및 부품은 공급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2월 초부터는 글로벌 제조업 기업들의 일시적인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차가 공장가동 중단을 발표했고, 이후 재가동에도 불구하고 부품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일본의 도요타, 닛산, 독일의 다임러, 미국의 포드, 테슬라 등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도 마찬가지다. 중국발 코로나19가 중국의 생산과 유통을 마비시키고 중국 인접 국가와 교역국으로 확산됨에 따라 향후 글로벌 경제의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사스 당시 4.3%에서 2019년에는 16.3%까지 높아졌다. 중국의 생산 차질은 전세계 공급망 충격을 통해 주요 교역상대국의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2월 조업일수 감소폭을 고려한 중국의 생산감소폭은 약 18%에 달해 상반기 중 글로벌 제조업 경기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2020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인 5.9%보다 0.3%포인트 낮아진 5.6%로, 특히 1분기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4.5%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중국 후베이성의 집중 산업인 자동차와 IT 관련 중간재 생산 비중까지 고려하면 중국의 생산 차질 여파는 한국과 베트남, 일본 등 중국산 중간재 수입이 큰 국가들의 성장세 약화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다만, 모든 산업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IT 산업 중에서도 중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확보한 스마트폰, 가전 부문은 생산 차질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지만, 반도체, IT하드웨어, 디스플레이 업종의 경우에는 중국 현지 공장의 생산 차질과 신규라인 투자지연 등이 오히려 수급 개선과 가격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급망 충격 속에서도 가격이 신축적이면서 수요가 비탄력적인 중간재의 매수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전염병 확산의 사례를 감안할 때 중국 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충격은 2월을 정점으로 4~5월 내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이 중국의 흐름을 따라간다면, 지역사회 전파가 중국보다 한 달여 뒤에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신규 확진자수 급증의 고비는 3월 중순까지가 될 전망이다. 경제적 충격은 상반기에 집중되겠지만, 경험적으로 전염병의 부정적 충격은 일시적이었으며 경제와 주식시장의 장기 추세를 꺾었던 사례가 없었다는 학습효과가 금융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경제적 충격이 상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부양에 소극적이던 중국정부가 각종 금리인하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고, 2월 말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긴급성명을 통해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시사했다.  채권시장에는 향후 1년 안에 두차례 이상의 금리인하가 반영되면서 미국 국채금리는 사상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물론 기준금리를 낮췄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활동이 일시에 멈추고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게 되면, 문제가 없던 기업들도 현금흐름이 막히고 부도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렇게 실물경제에서 나타날 부정적인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것과 함께, 무엇보다 연준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전염병이 단기간에 가라앉지 않겠지만, 반대로 모두가 접촉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결국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되거나, 또는 백신의 개발로 안정을 찾아간다는 것이 그 동안의 경험이었다. 이후 금융시장은 경기의 방향성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은데, 코로나19 이전 미국과 중국, 한국 등의 장기적인 펀더멘털은 개선되기 시작하는 흐름이었다. 글로벌 경제전망의 시계를 조금 더 확장해보면, 글로벌 경제의 성장 속도는 2020년 상반기 2%대 초반에서 2020년 4분기와 2021년 상반기에는 3%대로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상반기 부진이 하반기에는 회복되면서 생산과 교역, 투자를 증가시키는 선순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로 인해 상반기 중 부진했던 소비 및 서비스부문의 생산 차질을 극복하기 위한 각국의 적극적인 재정확대 및 통화완화, 신용공급 정책도 경기회복에 기여할 것이다. 상반기의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위험자산 분할매수의 기회가 될 것이다.


중국 주식의 경우에는 경기 저점 기대와 정부의 정책지원에 대한 신뢰 강화, 양호한 유동성 공급 지속 등에 따라 신경제 분야 (전기차, 5G, 반도체)의 견고한 실적이 이어지는 중이다. 중국경제가 1분기 저점을 형성하고 2분기부터는 강한 반등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국주식의 단기 투자매력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미국 S&P500의 경우에는 지수의 하단이 예상보다 조금 낮아졌지만, 연준의 통화완화가 이어지는 국면에서 지수가 3,050pt를 의미 있게 하회했던 경우는 없었다. 한국 주식의 경우 전염병 확산이 확인된 만큼 이익추정치 하향과 주가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2009년 신종 플루의 사례를 감안할 때 코스피는 고점 대비 최대 10% (2,000pt 초반) 내외의 조정 가능성이 있다. 실적전망이 하향되던 2019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PER) 평균 10.7배 수준인 2,100pt 이하에서는 분할 매수를 권고한다. 저점은 1,930pt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2020.3.2

KB골든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