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리인하 속도조절론 부상

bondstone 2009. 2. 11. 09:07

 

[신동준의 채권이야기] 유동성 함정 우려…금리인하 완급 필요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보다 높은 국내 8개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고, 추가경정예산의 조기 편성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지난 일주일 동안 금리상승 요인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국고채3년 금리는 0.1%포인트 하락했다.

 

3.3%대에서 단기간에 3.8%대로 급상승한 데에 따른 반작용에다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덕분이다.

 

그런데 금통위를 바라보는 시장의 분위기는 지난 몇 개월과 비교할 때 사뭇 다르다. 지난달까지는 금리를 서둘러 빠른 속도로 인하하지 않는 한국은행에 경기침체의 책임을 묻는 분위기였다. 채권시장은 금리인하를 선반영해 앞으로 나갔고, 한국은행은 이를 뒤쫓는 형태였다. 그런데 2월 금통위에서는 오히려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할 경우 한국은행의 과잉유동성 공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듯한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0.5%포인트보다는 0.25%포인트의 금리인하면 충분하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하면서 향후 정책대응의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자금의 단기 부동화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이는 것은 유동성함정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다.

 

유동성함정이란 금리가 더 이상 낮아지기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지게 되면 사람들은 현재 바닥인 금리가 언젠가는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중앙은행이 아무리 돈을 많이 풀어도 그 돈은 경제주체들에 의해 보유되고 금리는 떨어지지 않아 경기부양효과를 낼 수 없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은행이 풀고 있는 풍부한 유동성은 모두 단기 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투신사 MMF 잔액은 113조원을 넘어섰고, 실세 콜금리는 2% 내외까지, 그리고 3개월물 통안채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한참 낮은 1.97%까지 떨어졌다. 기준금리가 바닥권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이 강해질수록, 추가로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경기부양효과는 미약해질 수밖에 없다.

 

국채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전후해 이익을 실현하고 싶어하는 시장참가자들이 증가하게 된다. 3%대 중반의 이자가 나오는 채권을 3년간 만기보유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결국 금리는 상승압력이 커지게 되고, 그런 의미에서는 이미 유동성함정에 어느 정도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터는 기준금리 인하의 속도를 조절하고 돈이 돌지 않는 곳에 직접적인 처방을 통해 자금시장 내의 막힌 곳을 뚫어주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BBB등급 회사채를 매수하기로 하거나 기업구조조정펀드와 은행의 자본 확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지금은 시중 유동성이 부족하다기보다는 단기시장 쪽에 고여 있는 것이 문제다. 2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향후 금리인하의 속도조절을 시사하더라도 이러한 정책에 대한 의지와 몇 가지 구체성을 보여준다면 채권시장의 충격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

 

2009.2.11

헤럴드경제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9/02/11/200902110483.asp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9/02/11/200902110198.asp

 

아래는 원문

 

금리인하 속도조절론 부상

(2009.2.11)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보다 높은 국내 8개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고, 추경의 조기편성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지난 일주일 동안 금리상승 요인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국고채3년 금리는 0.1%포인트가 하락했다. 3.3%대에서 단기간에 3.8%대로 급상승한 데에 따른 반작용과 함께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공급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금통위를 바라보는 시장의 분위기는 지난 몇 개월과 비교할 때 사뭇 다르다. 지난달까지는 금리를 서둘러 빠른 속도로 인하하지 않는 한국은행에게 경기침체의 책임을 묻는 분위기였다. 채권시장은 금리인하를 선반영해 나갔으며, 한국은행은 이를 따라가는 형태를 취했다. 그러나 2월 금통위에서는 오히려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할 경우 한국은행의 과잉유동성 공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듯한 분위기다. 현재 시장의 예상은 대체적으로 0.5%포인트 보다는 0.25%포인트의 금리인하에 다소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하면서 향후의 정책대응의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자금의 단기부동화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유동성함정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많아졌다. 유동성함정이란, 금리가 더 이상 낮아지기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지게 되면 사람들은 현재 바닥인 금리가 언젠가는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중앙은행이 아무리 돈을 많이 풀어도 그 돈은 경제주체들에 의해 보유되고 금리는 떨어지지 않아 경기부양효과를 낼 수 없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은행이 풀고 있는 풍부한 유동성은 모두 단기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투신사 MMF 잔고는 113조원을 넘어섰고, 실세 콜금리는 2% 내외까지, 그리고 3개월물 통안채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한참 낮은 1.97%까지 떨어졌다. 기준금리가 바닥권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이 강해질수록,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경기부양효과는 미약해질 수 밖에 없다. 국채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전후하여 이익을 실현하고 싶어하는 시장참가자들이 증가하게 된다. 3%대 중반의 이자가 나오는 채권을 3년간 만기보유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결국 금리는 상승압력이 커지게 되고, 그런 의미에서는 이미 유동성함정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터는 기준금리 인하의 속도를 조절하고 돈이 돌지 않는 곳에 직접적인 처방을 통해 자금시장 내의 막힌 곳을 뚫어주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BBB등급 회사채를 매수하기로 하거나, 기업구조조정펀드와 은행의 자본확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지금은 시중유동성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단기시장 쪽에 고여있는 것이 문제다. 2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향후 금리인하의 속도조절을 시사하더라도 이러한 정책에 대한 의지와 몇가지 구체성을 보여준다면 채권시장의 충격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