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Issue

유럽 재정위기, 원인에서 찾는 해법

bondstone 2011. 11. 27. 20:32

유럽 재정위기, 원인에서 찾는 해법

 

국제통화의 역사: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유로화
서구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와 로마, 이들에 의한 유럽발 재정위기가 2년째 진행 중이다. 단일통화인 유로화의 해체설까지 논의되고 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유럽 최초의 국제통화는 그리스의 은화였던 드라크마(drachma)화였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에서 발행되었으니, 세계 최초의 국제통화라고 볼 수 있다. 이후 로마(이탈리아)의 금,은화가 국제통화의 지위를 이어받았고, 서기 4세기 비잔틴제국의 금화 솔리더스(solidus)--> 13세기 이탈리아의 제네바와 피렌체의 금화--> 17세기 네덜란드의 길더(guilder)--> 18세기말 영국 파운드를 거쳐, 드디어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현재의 달러화가 국제통화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러고 보면, 우리에게 달러(USD) 중심의 세상은 너무나 익숙하지만, 긴 인류의 역사로 보면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세계최초 국제통화의 출발지였던 그리스와 이탈리아,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유로화가 위기를 맞고 있다.

 

 

▌재정위기의 원인: 단일통화로 인한 구조적 불균형

 

물가 차이에 의한 역내 경상수지 불균형
유로화는 99년 결제를 위해 도입되어 02년 이후 통용되었다. 이론적으로 단일통화 지역은 상품과 생산요소(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고, 경직된 각국의 상품가격과 임금으로 남유럽국가들은 높은 인플레가 유지되었다. 유로 도입 이후 각국의 명목금리가 하향 수렴되면서 인플레율이 높았던 남유럽국가들의 실질금리는 하락했고, 낮은 조달비용에 기반한 자본유입이 집중되면서 이들의 고성장이 시작되었다.


고물가의 영향으로 남유럽국가들의 실질실효환율도 고평가되기 시작했다. 05년 이후에는 남유럽과 여타 유로존 국가들의 실질실효환율이 역전되었고, 유로존 회원국간 경상수지 불균형으로 나타났다.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된 남유럽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된 것이다. 독일, 네덜란드 등 경상수지 흑자국은 남유럽국가들의 채권을 매수하며 자금을 공급했고, 남유럽국가들은 재정적자가 심화되었다. 유로존 역내의 금융연계성은 점점 더 높아졌다. 독일은 통일 이후 10년간(91~00년) GDP 대비 경상수지가 적자(-0.5~ -1.7%)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유로 도입에 즈음한 01년 이후 10년 동안 완전한 흑자로(평균 4.5%) 돌아섰다. 독일의 역내 수출 비중은 약 60%를 넘는다.

 

 

 


▌임계점을 넘어선 유럽의 재정위기
유로존 내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핀란드 등 단일 통화인 유로화의 혜택을 입었거나, PIG 3국(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익스포져가 높은 국가들의 자금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자금지원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유로존의 신뢰도가 훼손되고 있다. 돈을 낼 수 있는 국가 숫자는 감소하고, 받아야 할 국가 숫자는 증가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2010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19%다. 국채10년 금리가 6~7%를 넘나들면서 이자비용으로만 1년에 GDP 대비 7.7%가 지출된다. 0~1%대 성장의 이탈리아 경제가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까지 집행된 구제금융으로만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는 GDP의 50~100%, 그리스는 약 350%을 지원받았지만 디폴트 우려는 여전하다. PIIGS 5개 국가들의 예산적자 및 국채만기의 재투자를 위한 2012년 자금조달 필요액은 총 1.3조유로, 2013년은 1.2조유로다. EFSF의 레버리지 확대를 고려해도 만만치 않은 규모다. EFSF는 아직 구체적인 자금조달 및 레버리지 방안도 확정되지 못했다. 또다시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실물 및 금융연계성이 높은 동유럽과 오스트리아, 벨기에, 그리고 프랑스까지 주변국들로 불안이 전이되고 있다.

 

 

 

 


▌ECB의 발권력과 국채매입에 대한 기대

 

ECB와 Fed의 차이
ECB(유럽중앙은행)의 발권력에 대한 기대가 높다. ECB는 EU회원국의 중앙은행들이 소유하고 있다. 2011년 1월말 현재 ECB의 자본금은 53.2억유로이며 유로화 도입국(17개국) 중앙은행이 70.0%를 출자하고 있다. ECB의 통화정책 수행으로 발생하는 통화수익이나 손실은 자본금 출자비율에 따라 유로화 도입국 중앙은행에만 배분된다. ECB의 공개시장조작은 분권화 방식에 따라 ECB 뿐 아니라 유로지역 각국 중앙은행에 의해 공동으로 수행된다.

 

11월21일 현재 ECB의 국채 직매입 프로그램(Securities Markets Program: SMP)을 통한 매입잔액은 1,945억유로이다. Fed의 양적완화와 달리 ECB는 국채 매입 이후 단기예금 입찰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하는 불태화정책을 펼쳐 왔다. ECB가 SMP로 매입한 국채는 각국 중앙은행의 장부(B/S)에 편입된다. PIIGS 국가들의 국채를 위주로 매입하고 있지만, 그리스 국채의 헤어컷 등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손실 가능성이 있다. 손실 발생시 ECB와 각국 중앙은행의 순이익으로 커버하고, 나머지는 ECB가 8%, 각국 중앙은행이 손실분담비율에 따라 분담한다. Fed는 양적완화를 통해 헤어컷 리스크가 없는 미국국채를 매입했지만, ECB는 다르다. 우량국 국채 보다는 주로 헤어컷 리스크가 있는 남유럽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 결국 각국 정부의 몫이다. 단일 정부가 없는 느슨한 지원은 위험국 국채 매입이 늘어날수록 ECB의 신뢰도를 낮춘다.

 

 

 


▌해법은 환율에 의한 자동 조절기능
재정 위기를 겪었던 국가들의 공통적인 해법은 환율에 의한 자동 조절기능이었다. 통화가치 하락으로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외국자본이 유입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우리나라의 97년 외화유동성 위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측면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남유럽국가들의 부채위기는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았다. 또다른 부채와 보증을 통해 부채를 상환하는 구조와 긴축재정만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다. 남유럽 5개국(PIIGS)에 대한 유럽계 은행들의 직접 및 간접 익스포져는 각각 2.5조달러, 0.6조달러에 이른다. 이들은 디레버리지를 앞두고 있다.

 

유로본드 발행, EFSF 레버리지, IMF의 대출, ECB의 국채매입 등 어떤 형태의 대책이 마련되더라도 결국은 누가 돈을 낼 것인가가 핵심이다. Key는 유로화 도입 이후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독일의 의사결정에 달려있다. 그마저도 늦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PIIGS 익스포져가 높은 프랑스와 경제규모 대비 유럽向 수출 및 차입 비중이 높은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함께 돈을 내야 할 AAA국가들의 신뢰가 흔들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국가들은 대체적으로 과거 로마 문화권에 살았던, 남유럽의 낙천적인 라틴족들이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도 국민의 70% 이상이 라틴족이다. 동유럽에서는 루마니아(아예 국명이 Romania)가 라틴족이다. 반면 근면한 독일과 북유럽국가들은 모두 게르만족의 후예들이다. 영국의 앵글로색슨과 북유럽 일부의 노르만은 게르만의 일파다.

 

역사적, 정치적으로 유럽은 통일을 위해 수많은 민족전쟁을 거듭해왔다. 유로화의 출발은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통일 이후 독일의 확장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제 유럽은 독일만을 쳐다보고 있다. 중국 등 다른 대륙의 국가들이 독일에 앞서 지원에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만약 일부 국가의 유로존 탈퇴로 유로화 가치가 급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환율의 자동 조절기능에 의존해야 한다면, 유럽은 독일 혹은 PIIGS 국가들의 탈퇴로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독일에 이어 중국 등의 외국자본이 국채가 아닌 지분 등에 투입되는 것이 수순일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임계점을 넘어섰다.

 


 

출처: 2012년 금리전망: 동부책략 2012 - 망설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