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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성장에 대한 시각

bondstone 2011. 11. 12. 13:15

[매경의 창] 3%대 성장에 대한 시각

 

"3%대 성장률 만족 못한 채심각한 경기침체로 해석하고 경제주체가 과잉 반응할 때오히려 큰 문제 야기될 수 있어"

 

내년 성장률이 3%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안 그래도 살기 팍팍한데 내년에는 더 힘들어질까 걱정이다.

그렇다면 3%대 성장률이 정말 그렇게 낮은 것일까.

최근 필자는 2000년도 1인당 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선 국가들의 성장률을 살펴본 적 있다(이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Summers-Heston 자료를 살펴보았다). 세계 경제 위기를 잉태할 정도로 선진국이 큰 호황을 지속했던 2007년까지로 기간을 한정해도 2000년 이후 7년 동안 1인당 소득의 연평균 증가율이 4%를 넘어선 국가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도시국가인 홍콩과 싱가포르가 예외적으로 4% 내외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유럽 국가로는 유일하게 아일랜드가 4% 정도 성장률을 보였으나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직격탄을 맞아 침몰했다.

이미 많은 산업에서 세계적인 기술 수준과 격차를 좁혀왔고, 동시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우리 경제에서 3%대 성장률은 그리 실망스러운 수치가 아니다.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 우리 연평균 성장률은 이미 4% 내외로 둔화되었으며, 오래전부터 대부분 전망기관들은 2020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2%대 중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오고 있다.

이와 같은 성장률 둔화가 우리 경제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경제개발 초기단계에 7~8% 성장률을 수십 년간 지속함으로써 극심한 가난에서 벗어난 몇 안 되는 국가들 중 하나였으며, 소득이 크게 증가한 이후에도 우리와 소득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 중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김연아와 소녀시대가 세계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등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 국민의 전통적인 근면성에 창의력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 국민적 자긍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긍정적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에도 우리 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오히려 3%대 성장률을 일시적인 경기 침체로 해석하고 반응할 때 보다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한두 해만 지나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빚을 내 산 집은 결국 가계에 부담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적절한 위험관리를 등한시하고 공격적인 투자만을 지속하는 기업 경영도 화를 자초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3%대 성장 전망에 화들짝 놀라 무리한 부양정책을 시행할 경우 미래에 더 큰 부담을 지우게 된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과거 추세를 단순 연장한 성장 및 세수 전망에 기초를 두고 확대한 복지 프로그램이 대재앙으로 돌변할 수 있다. 성장률 하락 추세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해야 할 것이나, 뚜벅뚜벅 다가오는 저성장 시대를 직시하고 그것에서 파생할 문제점에 대비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짧은 시간 안에 부자가 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꿈이다.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정치권에서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것은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붙잡기 위해 "나하고 결혼하면 손끝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게 해줄게"라고 약속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상대방에 대한 따뜻한 마음의 전달이 필요한 것이지, 실현 가능성이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실현 가능하지 않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있는 재산 없는 재산 다 팔고 빚까지 내서 배우자 호강시키려고 할 때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정치는 꿈을 먹고살지 모르지만, 경제는 냉정한 계산을 먹고산다.


 

 
[조동철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11.11.11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