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ng Idea·Strategy

전망의 리스크요인과 커브 스티프닝

bondstone 2012. 11. 18. 03:29

안녕하십니까 동부증권 신동준입니다.

 

글로벌 금융시장, 시장을 움직이는 공통된 논리가 없다

국내외 경기흐름은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미국경기는 빠르진 않지만 견조하며, 중국은 3Q12를 바닥으로 개선되고 있고, 유럽은 tail risk가 현저하게 줄어든 모습입니다. 국내외 경기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와 당국의 시각도 3Q12를 저점으로 완만하게 개선되는 방향으로 모여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KOSPI와 DJ지수는 각각 9월초와 10월초 고점 대비 -7.4%, -7.5% 하락했고, MSCI 주가도 10월초 고점 대비 -6.7%가 하락했습니다. 챠트의 모양도 좋지 않습니다. KOSPI는 주요 이평선과 일목균형표의 구름대 아래로 모두 내려앉았고, DJ와 S&P는 작년말 200일선 위로 올라선 이래 올해 딱 3일 200일선을 하회(6월초)했습니다만, 11월6일 200일선(12,992)이 깨진 이후 갭은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가고 있습니다(현재 12,588).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던 채권금리는 거래량과 변동성이 극도로 줄어든 채 지루한 횡보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고 3, 5, 10년 금리는 10월초 저점 대비 5~6bp가 상승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아직도 지나치게 고평가된 국채30년 금리만 15bp가 상승했습니다. 반면 미국 국채10년 금리와 9월초 고점(1.87%) 대비 -29bp 하락했습니다.

 

시장가격의 이상현상은 외환시장에서도 두드러집니다.

 

1) QE3 이후 원화(달러대비+3.1%)는 전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강한 통화가 되었습니다. 원화에 이어 2, 3, 4위는 중국(+1.5%), 대만(+1.4%), 태국(+0.8%)입니다. 달러인덱스가 1.9%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중국, 대만에 힘입어 아시아통화(+0.9%)의 강세가 상당히 두드러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경기 바닥론과 미국 대선이후로 미뤄진 환율보고서의 영향으로 최근 외환시장 개입이 과거만큼 활발하지 못했던 이유라고 봅니다.

 

2) 반면 아시아국가(+2.1%)들의 주가가 상당부분 상승한 데 반해 한국, 중국, 대만의 주가는 모두 -4~-5%대의 하락률을 보였습니다. 역설적으로 통화강세에 따른 수출부진 우려 등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그러면서도 홍콩주식(+5.4%)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상승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기대라는데요...글쎄요..

 

3) 달러인덱스가 QE3 이후 상승하고 있습니다만, QE3 직후에는 주가와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가 강했고, 미국 대선을 전후해서는 주가와 금리가 하락하면서도 달러가 강했습니다. 늘 동행하던 아시아와 신흥국통화도 QE3 이후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글로벌 주식, 채권, 외환시장의 최근 움직임은 논리가 없습니다. 다 제 각각 움직이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요즘 오히려 "리스크요인"들에 대해 더 긴장하며 집중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공통된 논리가 없다면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 펀더멘털에 기반한 논리적인 접근 보다는 직관적인 접근이 더 유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더구나 무언가 다른 압도적인 공포나 엑션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우리가 틀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고민입니다.

 

여전히 저희의 기본 시나리오는 금리상승과 커브 스티프닝입니다. 4Q12~1Q13의 경기방향성은 완만한 개선(잠재성장을 밑돌지만)이며, 채권금리는 박스권 상단(국고3년 2.95%, 10년 3.20%)을 상회할 것이며, 4Q12는 펀더멘털, 1Q13은 수급까지 더해지며 금리상승과 커브 스티프닝이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러번 말씀드렸던 내용입니다.

[Bondstone] 고평가된 안전자산의 위험

 

따라서 오늘은 기본 시나리오보다 저희의 전망이 틀릴 수 있는 리스크요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가능성은 약 30%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대선과 재정절벽 vs. 6월초 금융위원장의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 발언의 공통점

10월 이후 미국 기업들은 부진한 3Q12 실적을 발표했지만, 같은 시간 미국 경제지표들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이런 경우 보통 주가와 금리는 상승합니다. 그러나 3Q12 실적발표 이후 미국의 주가와 금리는 하락했습니다. 오히려 기업들은 실적과 동시에 대규모 감원계획을 발표하며 스스로 위축되는 분위기입니다.

 

우리나라의 6월초 흐름과 유사할 위험이 있습니다. 6월초 김석동 금융위원장께서 "유럽 재정위기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은 경제활동을 일단 멈췄습니다. 당시 금융기관이나 기업을 만나면 한결같이, "정부 최고위층이 저런 정도의 발언을 한다면 분명히 뭔가가 있는 것이다. 일단 계획된 투자와 고용, 소비를 보류시켰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실제 대기업들은 이후 컨틴젼시 플랜등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경제지표는 망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5월까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던 국내 경제지표는 소비자동향, 가동률, 산업생산 등 6월 이후 급락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흘러나오는 뉴스플로우를 보면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제지표는 양호하지만, 기업 CEO들의 인터뷰나 서베이는 재정절벽을 앞두고 모든 투자계획 등을 보류하며 감원 등을 통해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재정절벽 위험에 대응하는 분위기입니다. 정말 그렇다면, 한두달 이후 미국경제지표도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급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10월초 TV 토론 직후 롬니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불확실성이 부각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10~11월 경제지표를 긴장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11월 들어 발표된 10월 고용지표나 설문 지표인 ISM 제조업/서비스업지수, 소비자신뢰지수 등의 흐름이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만, 지난주 소매판매가 살짝 주춤했습니다. 태풍 샌디의 영향이 섞여 있어 아직은 판단이 어렵네요. "경제는 심리다"라는 격언처럼, 앞으로 발표되는 10~11월의 미국경제지표를 잘 관찰해야겠습니다.

 

재정절벽은 분명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이겠지만, 합리적으로 오바마와 롬니의 절충안이 도출될 경우 긴축액은 미국 GDP의 약 2%(연간 3,180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월평균 250억~300억달러 규모입니다. 누적 긴축액으로 GDP의 약 0.5%가 넘어서기 전인 1Q13말까지 미국경제는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연준의 MBS 매입규모 400억달러의 완충효과도 기대됩니다. 다만 GDP의 0.5%가 넘어가는 2Q13 부터 미국경제는 부정적 영향을 서서히 받을 것이라는 시나리오입니다.

 

다행히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안"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오바마 감세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고, Fed도 내년초부터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아닌 장기국채 매입을 통한 적극적 유동성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전략적 대응: 듀레이션 중립, 2년 중심 커브 스티프너 구축

리스크요인이 현실화될 경우 전략적인 대응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재정절벽 등으로 미국경제지표가 연말부터 급락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경우 국내외 경기흐름은 3Q12 바닥과 4Q12~1Q12의 완만한 개선이 아니라, 연말~연초 급락 이후 내년초 V자로 급반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년초에는 미국, 중국, 일본, 한국이 모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섭니다. 아마도 미국은 재정절벽으로 경제나 시장이 급격히 불안정해질 경우 새로운 감세안이나, 연준도 장기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등의 새로운 정책들을 집중시킬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MB정부의 4% 성장 전망을 대폭 하향조정하고 경기에 적극 대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내년 성장률이 1%p 정도 하향조정된다면 내년 예산계획에서 거의 30조원에 가까운 국가총수입이 감소합니다. 연초부터 활발한 추경(국채발행 포함)과 함께, 균형재정에 집착하지 않고 단기적으로 재정지출과 빠른 속도로 두차례 정도 50bp의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드커브는 당초 기본 시나리오 보다 훨씬 더 강력한 스티프닝이 진행될 것입니다. 3년 미만 단기금리는 기준금리의 영향으로 빠르게 하락하겠지만, 10년 이상 장기금리는 강력한 경기부양과 추경용 국채발행, 그리고 주요국 신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으로 잠깐 하락하다 급반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본시나리오와 함께 리스크요인의 현실화 가능성까지 모두 대비한다면, 전략적으로 듀레이션은 중립수준을 유지하되, 일드커브는 스티프너로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글로벌 인덱스를 만들어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금리가 글로벌금리에 비해 기준금리는 약 40bp가 높고, 2년 국채금리는 약 90bp가 높습니다. 반면 10년 국채금리는 거의 같습니다. 국내 투자자든 외국인이든 모두 10년 보다는 2년 영역이 훨씬 매력적입니다. 

 

 

환율과 외국인의 변화: 1,100원 하회 이후 장기채보다 2년 매수 집중

최근 외국인의 뚜렷한 변화가 감지됩니다. 외국인은 QE3 이후부터 주식과 채권을 모두 매수하고 채권은 10년을 집중적으로 순매수했습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하회한 10월25일 이후부터는 주식은 순매도로 전환되었습니다. 채권은 순투자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만, 집중적으로 매수하는 영역은 10년이 아닌 2년으로 바뀌었습니다. 템플턴의 2년물 중심 롤오버의 영향입니다. 글로벌 금리 차이를 감안할 때 10년보다 2년이 매력적이라는 얘기는 이미 드렸습니다.

 

템플턴은 하반기 들어 아일랜드(+3.1%)의 비중을 급격히 늘리고 호주(-3.1%)를 줄이고 있습니다. 그 밖에 미국(-1.1%), 인도네시아(-0.3%), 아르헨티나(-0.3%) 등을 줄이면서, 세르비아(+0.4%), 헝가리(+0.4%) 등과 함께 현금비중(+1.7%)을 늘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띱니다. 한국물의 비중은 소폭(-0.1%) 줄었습니다만, 여전히 16%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외국인은 9-4(12월10일 만기)를 4.0조원 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는 템플턴의 9-4의 롤오버는 100%가 아닌 70~80% 수준에서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로존의 tail risk가 낮아졌고, 최근 원화가 지나치게 강했으며, 국채금리 수준 등을 비교해 볼 때 한국보다는 유럽 주변국들의 금리가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형 장기불황" 컨셉의 오류

재정절벽이라는 큰 불확실성을 앞두고 있기도 합니다만, 오히려 올해 내내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던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스페인의 구제금융 여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와 QE3 여부, 프랑스와 미국의 대선 등 수많은 정치적, 정책적 고비를 넘겨왔던 것을 생각하면, 이들은 이미 해결되었거나 영향력이 상당히 약해졌고, 이제 미국의 재정절벽 하나가 남았습니다. 쉽게 합의되기 어려울 것이며, 내년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만, 누구도 협상이 깨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최근 어떤 재료에도 국내시장이 무기력한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최근 국내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형 장기불황을 닮아간다"는 컨셉 때문인 듯 합니다. 최근 몇개월간 대표 보수언론을 통해 거의 매일같이 신문을 덮고 있는 내용입니다. 분기나 반기단위의 모멘텀을 예측하고 대응하자고 말씀드리면, "어차피 장기적으로 저성장, 저금리로 갈 것이 아닌가?"라는 답변을 쉽게 듣습니다.

 

그러나 일본형 장기불황 컨셉은 그 자체로 오류가 있습니다. "고령화가 곧 장기불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담은 보고서들이 심심찮게 발표되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1) 2~3년 안에 가계부채나 부동산시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일본형 장기불황으로 급격히 진행될 경우

최근 원화채권을 매수하는 외국인이나, 주식을 매도하는 외국인들은 한국경제가 일본형 장기불황을 닮아간다는 생각을 아직은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만약 외국인들이 그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기 시작하거나, WSJ이나 FT, Bloomberg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할 경우 외국인은 급격하게 한국을 빠져나갈 위험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환율과 금리는 급등할 것이며, 나아가 실제 가계부채나 부동산에서 이상 조짐이 발견된다면 신용등급 또한 강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단기간에 일본형 장기불황으로 가는 시나리오라면, 국채10년 금리가 1%대에 진입하기에 앞서 일단 급등하는 과정을 먼저 겪을 것입니다. 굳이 장기불황을 생각하고 채권을 매수한다면, 그 때 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할 것입니다.

 

2) 가계부채나 부동산에서 특별히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고령화 문제로 10여년에 걸쳐 서서히 일본형 장기불황으로 진입하게 될 경우

10여년이라는 기간 동안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와 국내경제가 전혀 회복되지 않고, 전혀 금리인상이나 긴축이 없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그렇다면 현재 일본형 장기불황을 프라이싱 하고 있는 장기금리는 상당히 고평가 되었다고 봅니다.

 

 

채권투자의 기본은 "이자" 즉 캐리와 롤링입니다. 현재 채권은 여타 자산과의 상대가치를 감안할 때 캐리도 없고, 롤링도 없습니다. KOSPI의 PBR은 추정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보수적으로 설정하더라도 1,800대 초반입니다. 하방위험은 -3~-4%에 불과하다는 의미입니다. 세전 국채금리 3%는 여전히 비싸 보이네요. 금리수준도 다 낮아졌고, 장단기 스프레드도 다 축소되었으며, 크레딧 스프레드도 다 줄었습니다. 본드스왑도 다 정상화되었고, KP마저 비싸졌습니다.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목소리는 계속되는데, 언론과 PB들은 연일 "채권"을 사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평소에 언급되지 않던 채권기사가 경제지도 아닌 일간지의 1면에 연일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글로벌 하이일드채권을 투자하라고 모든 PB들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최대 글로벌 하이일드펀드에서는 3주째 대규모 자금이 이탈했다는 뉴스도 들립니다.

 

글로벌 자산군(주식, 채권, 외환, 원자재, 부동산)을 세부 20개군으로 나누어 연간 수익률을 계산해본 결과, 신흥국채권은 2년째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3년째 수익률도 높을 수 있을지요...

 

 

 

즐거운 한주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