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9부 능선을 넘고 있는 글로벌 채권시장

bondstone 2013. 2. 12. 21:07

<마켓트랜드-채권> 9부 능선을 넘고 있는 글로벌 채권시장
(2013. 2. 12)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과 반대로 움직인 대한민국 금융시장
미국과 중국, 유럽을 중심으로 경기회복 기대가 완연하다. 주요 경제권역의 Tail-risk가 낮아지면서 1월 중 글로벌 주가와 선진국 국채금리는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미국 주가(Dow)가 역사적 고점에 불과 200p 차이로 다가섰고, 미국 국채10년 금리는 2.00%를 넘나들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주가와 금리는 반대로 하락했다. 수급 측면에서 Vanguard EM Fund의 벤치마크 변경 등에 따른 외국인 순매도, 매크로 측면에서는 엔화 약세 악영향에 대한 우려 등으로 KOSPI는 하락했다.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 금리들은 위험자산 선호에 따른 외국인의 채권자금 유입으로 하락했다. 우리나라 금리도 하락했지만, 여타 신흥국과 달리 1월말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고는 90.1조원으로 작년말 대비 오히려 9,194억원이 감소했다. 특히 3년과 10년 국채 순매도가 두드러졌다. 원화 채권시장의 디커플링 이유는 1) 고점 대비 30%가 급락한 원/엔 환율에 따른 국내경기 우려와, 2) 환율방어 및 가계부채 부담 완화를 위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배경이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1월 채권시장을 강하게 지배했다. 3년 만기 이하 국채금리는 기준금리인 2.75% 이하로 떨어졌다.

 

 

원화강세를 방어하기 위한 금리인하와 한국형 토빈세 논의
원/달러 환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노리고 유입되는 외국인의 채권자금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원화강세를 방어하기 위한 금리인하 효과는 크지 않다.

 

1) 원화강세의 배경은 외국인의 투기적 자금유입이 아니다. 사상최대의 경상수지 흑자에 기반한 실수요다. 2) 우리나라와 동일한 신용등급인 AA등급 국가들의 평균 기준금리는 1%대다. 만약 원화강세의 이유가 투기적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고금리를 위해 유입되는 이들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1%대로 대폭 인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실질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합친 명목금리가 AA등급 국가들보다 1~2%p 높다. 현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선택이다. 만약 당국이 금리인하를 통해 외국인의 채권투자와 원화강세를 방어하려 한다면, 상당한 왜곡과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금리가 적정수준 이하에서 눌려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국내경제는 자산버블이나 기업 구조조정의 지연, 경쟁력 저하 등이 나타난다. 경험적으로 원화강세 방어를 위한 금리인하 효과도 크지 않다. 원화강세의 한 축인 외국인 채권투자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금리인하보다 자본유출입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그 결과 당국은 금융 및 외환거래세를 부과하는 ‘한국형 토빈세’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다만 함께 논의되고 있는 채권거래세가 기업과 금융기관의 매매가 수시로 일어나는 단기자금시장에 부과될 경우, 거래 급감은 물론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위험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관계없이 정책조합상 장기금리는 상승 전망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여전히 높다. 원화강세 방어를 위한 금리인하는 효과적이지도 않고, 대외적으로 환율 조작국이라는 부담도 있다. 2월말 새정부 출범을 전후하여 정책조합상 금리인하가 고려된다면 논리는 경기부양이 될 수 밖에 없다. 1) 추경 등 균형재정을 포기한 적극적 재정정책과, 2) 예상보다 포괄적일 부동산 규제 완화, 3) 중소기업 육성과 가계부채 구조조정 대책, 4) 한국형 토빈세, 5)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 등이 병행될 것이다. 모두 장기금리 상승 요인들이다. 국내외 주가가 하락한다면 정책조합의 진행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국고10년 금리 등 장기금리는 상승하고, 국고10년과 3년 금리의 격차는 확대될 것이다.

 

만약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가 인하된다 하더라도 장단기 금리격차는 확대될 것이다. 단기금리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함께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금리인하가 이미 선반영되어 있는 장기금리가 추가하락하기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30년 국채 등 만기가 길면 길수록 이미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기준금리 변경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자산배분상 국내채권 투자비중을 낮추되, 국내채권 투자 시 장기채보다는 단기채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기바닥을 확인한 미국 장기국채 금리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폭이 가파르다. 미 국채10년 금리는 2012년 7월 1.39%를 저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하여 올해 1월 2.00%를 넘어섰다. 미국 뿐이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으로 부각되었던 북유럽 국채10년 금리들이 작년 저점 대비 0.81~0.94%p 급등했고, 호주, 독일은 물론 브라질, 태국, 헝가리 등 신흥국 금리도 0.40%p 이상 상승했다. 우리나라 국채10년 금리도 저점 대비 0.17%p 상승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채금리의 상승폭이 커지면서, 글로벌 채권형 펀드들의 수익률이 저조하다. 그나마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되면서 금리상승에 따른 손실을 만회한 하이일드채권이나 신흥국채권들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지만, 지난 수년 간에 비해서는 상당히 부진하다. 최근 선진국 채권형펀드에서 자금이탈이 진행되고 있는 등 ‘Great Rotation’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2월 들어 하이일드펀드에서도 대규모 자금이 유출되며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의 장기국채 금리는 최근 경기회복과 함께 3~5년 후 연준의 정책변화를 선반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Fed)은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자산매입에 나서면서 자신이 2조달러 이상 증가했다. 수년 후 기준금리 정상화를 포함하여 광의의 출구전략이 시작될 경우 연준은 금리인상에 앞서 보유 중인 장기국채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다. 단기물을 팔고 장기물을 사들이는 오퍼레이션트위스트의 영향으로 단기물 보유도 미미하다. 현재 2.0% 수준인 미국채10년 금리는 향후 3~5년 래에 3~5%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의 금리수준을 거래하는 금리스왑 포워드(Forward) 시장에서는 이미 4년 후 한미 양국 10년 금리의 역전을 시사하고 있다. 국내금리도 상승하겠지만, 향후 수년 동안 미국채금리의 상승폭은 더 가파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선진국 국채 대비 금리 격차가 역사적 최저수준까지 축소된 신흥국 국채금리 역시 추가 하락 폭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다. 그나마 스프레드가 남아있고 경기회복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하이일드채권을 제외하면, 글로벌 채권형펀드의 성과는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채권시장은 지금 9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다.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 신동준

 

201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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