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책 모멘텀의 관점에서 금융시장 바라보기

bondstone 2013. 4. 13. 03:04

<마켓트랜드-채권> 정책 모멘텀의 관점에서 금융시장 바라보기

 

 

 

대한민국 금융시장의 불안한 징후들

국고채10년 금리가 3월말 2.72%까지 하락했다. 역사상 최저 수준이다. 국고채3년 금리는 기준금리인 2.75%보다도 0.31%p나 낮은 2.44%까지 하락했다. 향후 기준금리를 한차례 이상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문제는 다른 나라들보다 채권금리의 하락 속도가 상당히 가파르다는 점이다. 채권시장만의 얘기는 아니다. 다우지수가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KOSPI는 하락 중이다. 작년말 이후 미국이 11.8%, 전세계 주식시장이 7.7% 상승하는 동안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오히려 7.9% 하락했다. 연초 이후 외국인은 국내주식을 4.4조원 팔았다. 코스닥으로 7,300억 정도가 유입되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달러 환율은 연초 1,054원에서 4월초 1,145원까지 급등했고, 중국과 일본보다 낮았던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이제 그들보다 높아졌다.

 

아시아시장에서 외국인들은 구조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동남아, 강한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고 있는 일본, 경기회복이 시작된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정책 모멘텀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긴축적이어서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가팔라진 한국 채권금리 하락>

 

 

 

 

채권금리는 정책 모멘텀이 가시화되는 하반기 이후 상승할 것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의 GDP성장률을 3.0%에서 2.3%로 대폭 하향수정하면서, 부동산시장 활성화와 가계부채 종합대책, 그리고 20조원에 육박하는 추경을 준비 중이다. 반면 한은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2.6%로 하향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회복될 것이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대이지만 기대인플레가 3%가 넘기 때문에 당분간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와 한국은행간, 그리고 여야간 생각도 다르다. 글로벌경제와 금융시장은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고 우리나라는 따로 가고 있다. 향후 금융시장 전망이 쉽지 않다.

 

글로벌경제는 향후 한분기 정도 미국 재정긴축과 계절성의 영향으로 일시적인 속도조절에 진입한 이후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세를 회복할 전망이다. 뒤쳐지던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시장 흐름은 2분기에 정책대응이 집중되면서 하반기부터는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갈 것으로 예상한다. 채권금리 역시 2분기에 저점을 형성하고 하반기 이후 상승할 것이라는 것이 기본 시나리오다.

 

 

멈춰선 한국경제 9개월, 이후 달라진 한미 경기싸이클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부진한 이유는 단연 엔화약세와 북한 리스크, 그리고 뱅가드의 주식매도가 원인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중요한 포인트는 정책이다.

 

금융위기 이후 추경과 공격적인 금리인하 등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정책대응이 가장 빠르고 강했다. 그 결과 08년말 KOSPI는 바닥을 확인했고, 6개월 후 미국도 저점을 찍었다. 한국경제는 금융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탈출한 사례로, 원화와 원화채권은 안전자산의 지위가 부여되었다. 경기와 금융시장의 싸이클은 미국보다 6개월 정도 빠르게 움직였으며,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2012년 하반기 이후 이러한 패턴이 뒤바뀌었다. 한국경제가 오히려 느려지고 있다. 작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5월 그리스 사태 이후 전세계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6월초 당시 금융위원장은유럽위기, 대공황 이후 최대 충격, MB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장관을 지낸 고위관계자는 지금이 대공황보다 더 큰 위기라며 경고했다. 한은총재 역시 “1920년대는 대공황이었고 지금은 대불황이라고 언급했다. 그 영향으로 재계는 컨틴젼시 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하반기 이후 계획되어 있던 설비투자, 고용, 구매 계획이 대부분 축소 또는 취소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균형재정을 고집했고, 작년 6월 이후 한국경제의 경제활동은 멈춰섰다.

 

반면 선진국의 대응은 공격적이었다. 작년 3분기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은 무제한 국채매입 등 양적완화를 선언했고, 중국인민은행은 6, 7월 연속 대출금리 인하와 함께 대규모 인프라 활성화 정책을 시행했다. 일본중앙은행도 4분기에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했다. 우리나라가 일본형 장기불황 등 극단적 비관론에 빠져 민간과 정부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멈춘 동안, 주요국 경제는 작년 3분기를 전후하여 바닥을 확인하고 주가와 금리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바닥을 확인한 원동력은 부동산가격 상승과 설비 및 인프라투자가 바탕이다. 이젠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 중국의 경기침체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민간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극도로 위축되어 있다. 이제 리스크는 대외요인이 아니라 가계부채와 부동산, 새정부의 정책방향 등 내부적인 불확실성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달라진 KOSPI S&P의 흐름>

 


 

글로벌 경기회복의 긍정적 파급효과를 위해 민간의 경제활동 정상화가 필요

추경과 금리인하의 직접적인 성장률 제고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는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시그널을 민간 경제주체들에게 주는 것이다. 10대 그룹은 무려 124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쌓고 있다. 민간의 경제활동 정상화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불협화음으로 정책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기회복 시점도 느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강한 수준이라던 부동산대책은 양도세와 취득세 면제 기준금액을 두고 여야가 공방 중이다. 추경은 3월말 12조원+알파라는 모멘텀을 만들어 냈지만 여전히 재원과 사용처, 효과에 대하여 논의의 진전이 더디다. 국회통과가 없이도 가능한 기준금리 인하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 끝에 동결되었다. 총액한도대출을 3조원 증액했지만, 3월말 경제정책방향에서 합의했던 점을 감안하면 한박자 늦은 감이 있다. 더구나 미국의 긴축효과와 계절적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흐름도 향후 3개월은 속도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정책대응이 느려질수록 오히려 한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할 위험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4Q12까지 5개 분기의 평균 전기비 성장률이 0.4%를 밑돌았고, 최근 3개 분기 평균 전기비 성장은 0.2%에 불과하다. 아무리 하반기 성장률이 올라간다 해도 연간 성장률 2.6%에 기준금리 2.75%는 그리 완화적 수준으로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경기회복의 긍정적 효과가 국내로 파급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을 통한 민간의 자신감과 신뢰회복이 시급하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한 정책대응이 빠를수록 채권금리의 저점이 빨라짐과 동시에 하반기 채권금리의 상승폭도 커질 것이다. 반면 정책대응이 느려질수록 채권금리의 상승 시점도 늦춰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 신동준

 

2013.4.12

FP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