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준의 출구전략을 고려한 장기적인 자산선택

bondstone 2013. 8. 8. 16:59

 

<마켓트랜드-채권> 연준의 출구전략을 고려한 장기적인 자산선택

 

연준의 출구전략은 장기적인 이슈, 자산선택의 시사점은?

연준이 양적완화(QE)의 규모를 줄이는 출구전략(Tapering) 우려 속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스럽다. 출구전략은 5년 이상 진행될 수 있는 장기적인 이슈다. 몇가지 금융시장에 주는 시사점과 자산선택의 포인트를 짚어보자.

 

첫째, 금융위기 이후 국채 매입 등을 통해 선진국 중앙은행의 자산규모가 급증했다. 경제와 통화정책이 정상화될수록 연준에서 시작된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출구전략은 순차적으로 상당히 장기간 진행될 것이다.

 

둘째, 금융위기 이후 이어지던 금융시장의 흐름이 반대 방향으로 바뀌었다. 1차적으로 달러 강세와 비달러 약세가 시작되었으며, 향후 선진국 국가간 출구전략 진행 시차에 따라 장기적으로 달러를 포함한 선진국통화 강세와, 원화를 포함한 신흥국통화 약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 통화완화를 고민하고 있는 달러대비 유로화의 강세가 두드러지면서도 달러대비 신흥국통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자금은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할 것이다.

 

셋째, 금융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한국경제가 양호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강세와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으로 우리나라 장기금리는 하락했다. 향후 수년간은 한국경제의 회복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림에도 불구하고 원화약세와 외국인 자금이탈로 장기금리는 상승할 것이다. 외국인 채권잔고 감소는 경계요인이지만, 장기물 매도가 아닌 단기물 만기도래가 배경이라는 점에서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신흥국 중에서는 우리나라의 금리상승 속도가 가장 느릴 것이다.

 

넷째, G10 통화국이나 국가신용에 문제가 없는 국가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 등 통화완화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가신용과 외국인 자금이탈에 민감한 다수의 신흥국들은 통화완화 정책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등 일부 신흥국들은 이미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간 펀더멘털의 격차를 벌리며 자금이동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다섯째,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의 경기부양적 한계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유동성은 자산버블과 양극화로 이어졌을 뿐 실물부문의 자극은 미약했다. 향후 글로벌 경기부양의 흐름은 경제 내 약한 고리에 초점을 둔 재정정책으로 메워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재정이 넉넉치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최근 각국마다 부자증세와 지하자금 양성화에 대한 이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배경이다. 자산시장 측면에서는 통화정책만을 활용했을 때는 채권보다 주식의 성과가 좋지만, 재정정책이 병행되게 되면 국채발행에 대한 부담으로 주식의 성과가 양호해진다.

 

 

시사점을 감안한 장기적인 자산선택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동안 해외투자가 환위험을 헷지하는 데 치중했다면, 최소한 2~3년 이상의 호흡으로 달러화 자산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스프레드 확대 이후 외화표시채권(KP) 투자는 고려할 만하다. 금리로서의 매력보다는 5~6월처럼 주식, 채권, 원자재 등 전 자산군의 가격하락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달러 환율이 1,110원 부근에 위치한 현재의 수준은 매력적이다.

 

둘째, 채권보다는 주식이 낫고, 신흥국 자산과 원자재는 비중 축소의 대상이다.

 

셋째, 지금은 신흥국과 선진국의 성장률 갭이 축소되는 구간에 있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이 포함된 선진국자산의 양호한 성과와 신흥국자산의 부진한 성과는 추세적인 흐름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 등 선진국 주식이 가장 매력적이다. 올해 하반기만 놓고 보면 미국과 달리 경기부양책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2년 만에 성장률이 플러스로 반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주식의 모멘텀이 매력적이다. 발빠른 글로벌IB들은 이미 유럽을 세일즈하기 시작했다. 유럽 금융주의 수혜가 예상된다.

 

넷째, 신흥국 채권투자는 원화와 신흥국통화 간 변동성을 커버해 줄 수 있는 고금리가 나오는 지역으로 투자대상을 좁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 시점에서의 브라질국채 투자는 얼마 되지 않는 투자대상이다.

 

다섯째, 채권투자는 트레이딩이 아닌 이자수익 확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팔라진 수익률곡선과 롤링효과(만기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금리가 하락하여 자본차익이 발생하는 효과)를 감안한 단기 크레딧채권 투자가 유망하다. 만기보유 투자자라면 2년 내외 크레딧채권 투자 후 만기 시에 장기국채로 재투자할 것을 권고한다. 2015년 경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반영되면서 장기금리는 지금보다 많이 상승해 있을 것이다. “금리가 많이 올랐고, 국내경제가 좋지 않으니 채권 단기트레이딩이 어떻겠냐고 문의하는 투자자들이 꽤 있다. 주식도 그렇듯이, 약세장에서 가격상승으로 매매차익을 남기는 것은 전문가도 쉽지 않다.

 

 

국내경제가 상대적으로 부진해도 국내 장기금리는 상승할 수 있다

장기금리 수준은 일반적으로 실질성장과 인플레의 합인 명목성장률의 경로를 따라간다. 미국의 명목성장률 전망치를 감안할 때 2015년말 미국 국채10년 금리는 약 4%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26개월 동안 1.4%p 수준의 완만한 상승이다. 2015년말 미국 국채10년 금리가 4% 수준이라면, 한미 금리차이를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의 국채10년 금리는 5%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경제의 실질적인 회복이 아직 요원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출구전략 실행이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절반만 사실이다. 연준이 보유한 3.2조달러의 채권 가운데 2015년말까지는 만기도래분이 거의 없다. 단기채를 팔고 장기채를 매입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의 영향이다. 2015년말까지는 채권을 팔지 않는 한 연준의 자산은 줄지 않는다. 양적완화의 규모가 유지된다는 의미다. 연준의 자산이 줄어드는 것을 출구전략으로 정의한다면 실질적인 출구전략은 2015년말 이후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경제 흐름상 자산매입 규모의 축소, 즉 자산규모 증가분을 줄이는 tapering은 연내 시작될 것이다. 미국경제의 GDP갭이 아직 마이너스지만, 실물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고, 이론적인 적정금리가 플러스로 바뀐 이상 제로금리 이상의 통화완화를 의미하는 양적완화 규모를 더 늘려갈 명분은 부족하다.

 

미국경기 회복을 인정한다 해도, 그렇다면 한국경제도 그만큼 개선된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 역시 많다. 국내경기의 개선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채권금리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장기금리는 저성장과 고령화 이슈로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장기적인 하락추세 속에서도 순환을 고려한 중기싸이클은 존재한다. 시가평가 이후 우리나라의 중기싸이클은 4년 주기였다. 중기싸이클의 막바지에는 채권금리가 아랫쪽으로 오버슈팅한다. 2004년 하반기와 2012년 하반기의 경우다. 2004년은 카드채와 가계부채로 일본형 복합불황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었다. 당시 사상최저였던 3.25% 기준금리에 국고3년 금리는 곧 2%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2008년 하반기도 유사하다. 일본형 장기불황 우려와 국고10년 금리가 곧 1%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 개인의 국채30년과 즉시연금 열풍, 그리고 강력한 투자대안으로 떠오른 신흥국채권투자가 대세로 떠올랐던 시기다.

 

주지하다시피 2005년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달러 강세와 원화약세가 나타났다. 이후 2008년까지 한국경제는 글로벌경제 대비 부진했지만, 글로벌경기 개선으로 원화 장기금리는 상승추세를 이어갔다. 지금은 2012년 하반기 이후 오버슈팅했던 장기금리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다. 추세대의 중간까지 상승한다면 26개월 후 5%에 육박하는 금리는 무리한 수준이 아니다. 더구나 모든 자산가격들은 오버슈팅 후 정상화 과정에서는 반대방향으로의 오버슈팅을 거쳤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13.8.8

FP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