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화 재평가의 득실(得失)...외인 채권투자 계속될까?

bondstone 2013. 11. 6. 22:30

[신동준의 채권이야기] 원화 재평가의 득실(得失)...외인 채권투자 계속될까?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050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와 원화에 대한 재평가 때문이다. 대한민국 금융시장에서 환율 1050원이 주는 기억은 남다르다. 2004년말 당국의 강력한 저지선이기도 했고 금융위기 이후 한번도 내려가지 못했던 환율이기도 하다. 2004년 말 1050원 저지선이 무너지면서 환율은 899원까지 급락했다.

 

최근 환율이 1060원에서 멈췄다. 환율은 주식과 채권시장 참여자들에게도 중요하다.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상반된 흐름을 보여준다. 지난 7월 27일 이후 외국인이 대한민국 주식 15조원을 순매수하는 동안, 채권시장에서는 8조원이 줄었다.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앞으로 더 들어올 지가 고민이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신흥국채권을 팔고 있는 외국인이 언제부터 원화채권을 팔지가 고민이다.

 

신흥국 채권펀드 대 외국인의 원화채권 누적순매수
신흥국 채권펀드 대 외국인의 원화채권 누적순매수

 


신흥국 채권펀드 대 외국인의 원화채권 누적순매수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비중을 축소한 반면, 신흥국으로 분류된 원화와 원화자산은 오히려 반사익을 얻고 있다. 5월 이후 글로벌펀드는 환매에 대응해 신흥국 자산을 팔았지만, 원화자산 투자는 늘리고 있다. 신흥국 가운데 우리나라만 경상수지와 외환보유고 등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원화자산의 위상 변화 덕분이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내년 우리나라는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모두 흑자가 예상된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쌍둥이 흑자가 예상되는 국가는 스위스, 노르웨이, 싱가포르, 홍콩 등이 있다. 모두 국가 신용등급 AAA등급 국가다. 지금까지 외국인의 2년 이상 원화채권 투자와 신흥국 채권펀드 자금 유입 속도는 비슷했다. 하지만 미국의 QE3(양적완화)를 전후로 우리나라 채권시장으로는 일정한 속도로 자금이 유입된 반면 신흥국채권시장에 들어오고 나가는 자금의 규모는 들쭉날쭉하다.

 

원화채권의 최대 투자자인 템플턴 글로벌본드펀드가 단적인 사례다. 이 펀드의 수탁고는 5월 이후 17조1000억원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원화채권 투자는 1조300억원이 늘었다. 펀드 내 원화비중은 4월말 14.9%에서 9월 17.3%로 급증했다. 주식인덱스 기준으로 보면 신흥국 비중이 약 11%, 한국비중이 약 2%인데, 전체 신흥국의 투자비중은 줄이면서 그 안에서 우리나라 투자 비중은 늘어났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수록 시장과 당국은 긴장한다. 지금까지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환율 1050원을 기점으로 이익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도 환율이 1000원 부근일 때 외국인들이 빠져 나간 사례가 있다. 지난 여름 미 연준이 양적 완화 규모를 축소할 때 달러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로 외국인 자금이탈을 부추겼다.

 

실질실효환율은 다변화된 교역상대국들과 상대물가를 고려한 환율이다. 실질실효환율로 보면 원화는 여전히 약 4~5% 정도 저 평가 상태다. 현재 환율은 2004년 하반기 수준까지 하락했다. 실질실효환율로는 당시보다 현재 가치가 7% 가량 높다.

 

원화자산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다변화하고 있다. 환율이 앞으로 조금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외국인 채권투자 잔고는 올해 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때문에 조금씩 줄어들겠지만, 중장기적 채권투자는 꾸준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 자산분석부 이사
E-mail : djshin@hanafn.com
 
1999년 한국투자증권 상담역에서 시작해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을 거쳐 채권전략가로 이름을 알렸다. 삼성자산운용의 채권운용본부에서 펀드를 직접 운용하며 실전을 경험했다. 신 이사가 작성한 채권 관련 보고서들은 우리나라 채권리서치의 지평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부터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으로 근무했으며, 해외채권과 해외주식, 원자재 등을 포괄하는 글로벌 자산전략으로 전문 분야를 넓혔다. 올해 9월 하나금융그룹의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부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2004년 이후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경제신문, 조선일보 등 주요 매체에서 채권부문 베스트애널리스트로 뽑혔다. 지난 2011년 매일경제 증권인상을 수상했다. 서강대 정치학과를 졸업해 같은 대학 경제학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3.11.6

조선일보/프리미엄조선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07/2013110700751.html

 

 

아래는 원문

 

원화의 재평가 국면, 원화가치 상승과 외국인 채권투자는 이어질 것
(2013.11.6)


원/달러 환율이 1,060원에서 멈춰있다. 9개월래 최저치인 1,054.3원까지 하락했다가 당국의 개입으로 소폭 반등한 상태다. 대한민국 금융시장에 1,050원이 주는 기억이 남다르다. 2004년말에는 당국의 강력한 저지선이 무너지면서 899원까지 급락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레벨이면서, 금융위기 이후 한번도 추세적으로 깨고 내려가지 못했던 레벨이기도 하다. 세번째 시도 만에 1,050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와 원화에 대한 재평가가 배경이다.

 

원/달러 환율은 주식과 채권시장 참여자들에게도 중요하다. 외국인 투자자 때문이다. 주식과 채권시장의 외국인은 각각 상반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7월27일 이후 외국인은 대한민국 주식을 15조원을 순매수하는 동안, 채권시장에서는 8.0조원이나 보유채권을 줄였다. 주로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은 영향이다. 주식시장에서는 향후 외국인이 더 들어올 수 있을 지가 고민이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신흥국채권을 팔고 있는 외국인이 언제부터 원화채권도 팔까가 고민이다.

 

외국인 주식투자는 여름에 신흥국이 위기를 겪는 동안 방향을 바꾸어 더 강하게 유입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6월25일 1,163.5원을 고점으로 하락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아직 신흥국으로 분류되어 있는 원화와 원화자산은 오히려 반사익을 얻고 있는 흐름이다. 5월 이후 글로벌펀드들은 환매에 대응하여 신흥국 자산을 팔았지만, 신흥국 중 경상수지와 외환보유고 등 안정성이 돋보이는 원화자산 투자는 오히려 비중과 규모를 늘리고 있다. 원화자산의 위상 변화다.

 

2014년 IMF의 전망에 따르면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모두 흑자가 예상되는 소위 쌍둥이 흑자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스위스, 노르웨이, 싱가폴, 홍콩 등 총 5개국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모두 국가 신용등급이 AAA등급 국가들이다. 반면 국채시장 규모로만 보면, 모두 우리의 30%도 채 안되는 작은 시장들이다. ‘안정성’에 투자하는 외국인 채권투자자라면 대한민국 국채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외국인의 2년 이상 원화채권 투자와 신흥국 채권펀드로의 자금 유입 속도는 비슷했다. QE3를 전후하여 상황이 바뀌었는데, 우리나라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들은 일정한 속도로 꾸준하게 유입되는 반면, 신흥국 채권펀드로의 자금유출입은 변동성이 크다. 최근 외국인의 보유채권 감소는 ‘대한민국’의 펀더멘털을 사는 중장기채권의 매도가 아니라, 단기채권의 만기도래 때문이다.

 

원화채권의 최대 투자자인 템플턴 글로벌본드펀드는 단적인 사례다. 주로 신흥국에 투자하는 이 펀드의 수탁고는 5월 이후 17.1조원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동안 원화채권 투자는 오히려 1.3조원을 늘렸다. 그 결과 펀드 내 원화비중은 4월말 14.9%에서 9월 17.3%로 급증했다. 이례적인 경우다. 주식인덱스 기준으로 보면 신흥국 비중이 약 11%, 한국비중이 약 2%인데, 전체 신흥국은 줄이면서 그 안에서 한국은 늘리는 형태다. 아마도 비중이 늘어난 이유는, 12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원화채권의 일부를 미리 서둘러 재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12월이 지나면 이들의 원화채권 비중은 다시 만기가 도래하면서 14% 내외로 줄어들 것이다. 줄어든 것이 아니라 정상화라고 봐야 한다. 시각의 변화가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이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수록 시장과 당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식시장의 외국인은 과거에 1,050원을 기점으로 이익실현에 나섰던 경험들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는 대체적으로 주식시장보다 조금 더 낮은 1,000원 부근부터 빠져 나간 사례가 있다. 더구나 여름에 보았듯이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는 언제든지 달러강세와 신흥국통화 약세를 유발하여 외국인의 자금이탈을 부추길 위험도 있다.

 

실질실효환율은 다변화된 교역상대국들과 상대물가를 고려한 환율이다. 이를 통해 판단한 원화는 여전히 약 4~5% 정도 저평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통화들을 제외하면, 국가신용등급 A등급 이상 국가 중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수준이다. 사상최대의 경상수지와 거주자 외화예금, 외환보유고 등이 묵직한 원화강세를 지탱하고 있는 힘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2004년 하반기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실질실효환율로는 아직도 당시보다 약 7%가 더 높다. 최근 원화자산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원/달러 환율도 조금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외국인의 채권보유 잔고는 만기도래 자금의 이탈로 조금씩 감소하겠지만, 훨씬 중요하게 봐야하는 중장기 채권투자는 꾸준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