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리상승 기대하기 이른 이유

bondstone 2014. 3. 26. 14:48

[마켓레이더] 금리상승 기대하기 이른 이유  

지난 19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양적완화 축소가 종료된 뒤 약 6개월이 지나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참내기의 `말 실수`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깜짝 발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는 당분간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돈이 너무 많다. 26일 한국은행은 2013년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3.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작년 한 해에 걸쳐 시중 유동성은 GDP 증가율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 한국은행의 화폐 발행액과 본원통화는 각각 17%와 18% 증가했다. 은행 대출도 5% 늘었다. 반면 은행의 저축성 예금은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돈이 남아돌고 대출도 늘었지만 실물로 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풀린 돈은 전부 어디로 갔을까.

 

첫째, 단기 금융상품으로 몰려들고 있다. 은행의 요구불예금이 16%, 증권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이 12% 증가했다. 머니마켓펀드(MMF)로는 올해 들어서만 15조8000억원이 유입되며 30% 가까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금 보유 수요도 비슷하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애널리스트에게 채권 세미나를 요청하는 기관들 중에는 일반 법인이 꽤 있다. 이들의 관심사도 단기 자금 운용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돈을 언제 빌릴지, 대출을 받을지 회사채를 발행할지, 원화로 빌릴지 달러로 차입할지, 만기는 어떻게 가져갈지 묻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는 거꾸로 남아도는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고 어디에 투자해야 하느냐고 문의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둘째, 우리나라에서는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 이동이 없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데도 여전히 채권형 상품으로 자금이 몰린다. 자산운용사의 주식형 펀드와 증권사 고객예탁금이 각각 10%와 19% 감소하는 동안 채권형 펀드와 혼합형 펀드로 들어오는 돈은 20%, 12%씩 늘었다. 은행 특정금전신탁도 한 해 동안 자금 유입 규모가 26%나 늘었다. 채권 투자 규모가 큰 생명보험사의 수신도 11% 증가했다.

 

채권 시대가 끝났다지만 채권 투자는 늘어난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2%대 중후반으로 떨어진 탓이다.우량 회사채에도 과열될 정도로 많은 수요가 몰리고 있다. 금리가 낮으면 위험 자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인다. 많은 이들이 금리 상승을 기다리지만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올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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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부 이사]

 

2014.3.27

매일경제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472790

 

 

아래는 원문

 

 

[마켓레이더] 시중에 돈이 너무 많다


지난 19일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양적완화 축소가 종료된 후 약 6개월 뒤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참의 말 실수’라는 지적이 나올 만큼 깜짝 발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2~3일 ‘움찔’하고 조정을 끝냈다. 어지간한 재료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시장에 돈이 너무 많다. 전일 한국은행은 2013년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3.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작년 한해 동안 풀린 돈은 훨씬 많다. 한국은행의 화폐발행액은 17%가 늘었고, 본원통화도 18%가 증가했다. 은행대출도 5%가 늘었다.


반면 은행의 저축성예금은 고작 1%가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호금융, 신협 등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돈이 엄청 풀렸고 대출도 늘었지만, 실물로는 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풀린 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첫째, 단기 금융상품으로 몰려들고 있다. 은행의 요구불예금이 16%, 증권사의 RP(환매조건부채권)가 12% 증가했다. MMF는 올해 들어서만 15.8조원이 유입되며 30% 가까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추측컨데 현금 보유 수요도 비슷하게 늘었을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에서는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이동이 없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기준금리를 올린다는데도 여전히 채권형상품으로 자금이 몰린다. 자산운용사의 주식형펀드와 증권사 고객예탁금이 각각 10%, 19% 감소한 데 반해, 채권형펀드는 20%, 혼합형펀드는 12%, 은행의 특정금전신탁도 한해 동안 26%나 자금이 유입되었다. 채권투자 규모가 큰 생명보험사의 수신도 11%나 늘었다.


애널리스트에게 채권시장 세미나를 요청하는 기관들 중에는 일반법인들이 꽤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돈을 언제 빌릴지, 대출을 받을지 회사채를 발행할지, 원화로 혹은 달러로 빌릴 지, 어떤 만기로 빌릴 지를 묻는 것이 주요 주제였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일반법인들은 거꾸로 남아도는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 지, 어떤 만기로 어디에 투자할 지를 묻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대부분이 단기자금 운용이며, 초우량 대형법인들에 한해서다. 기업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현금흐름이 좋지 않다.


채권의 시대가 끝났다면서도 채권투자가 늘어난다. 이는 사상최저치인 2%대 중후반으로 떨어진 은행의 정기예금금리 탓이 크다. 그러다 보니 과열이라던 우량 회사채에도 엄청난 수요가 몰린다. 금리가 낮으면 위험자산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보인다. 최근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은 롱숏펀드나, 반대로 위험도가 높은 브라질국채를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돈이 너무 많다. 많은 이들이 금리상승을 기다리지만,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올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