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ng Idea·Strategy

ECB 금리인하의 함의와 커브 스티프닝 해설

bondstone 2014. 9. 5. 10:44

안녕하십니까 하나대투 신동준입니다.


오전 회의 때문에 많이 늦었습니다.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ECB의 금리인하와 정책결정의 함의: 은행지원

간밤에 ECB가 기준금리를 인하했습니다. 깜짝 인하라고는 하지만, 시장은 이미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시기적으로는 분명히 빨랐습니다.


따라서 어제 ECB 정책의 핵심은 “깜짝”이라던가 경기부양 목적이라기보다는 ‘은행 지원’에 있습니다.

TLTRO와 ABS 매입, 커버드본드 매입은 모두 10월 스트레스테스트를 앞두고 은행의 건전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입니다. 유럽은 아시다시피 미국과 달리 상업은행 중심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은행의 디레버리징이 지속 중입니다. 그 여파로 유럽의 경기까지 둔화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제는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유럽 주가가 독일, 영국보다 상승폭이 컸습니다. 물론 뱅킹섹터의 주가상승률도 두드러졌습니다. 국채금리 역시 남유럽 국채금리는 크게 하락한 반면 독일, 영국 등의 국채금리는 조용했습니다. 미국 국채금리는 특별한 수혜가 없었을 뿐 더러 미국 경제지표가 잘 나오면서 상승했습니다.


또 하나의 목적이 있었다면 유로화 약세입니다. 최근 유럽경제를 이끌고 있는 독일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둔화되고 있습니다.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코멘트가 삭제되었다는 것으로 미루어 추가 정책에 대한 강한 시사를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제 금융시장은 물가와 경기가 더 둔화되는 것이 관찰되면 마지막으로 미국식 양적완화(국채매입)를 기대할 것입니다.



커브 스티프닝 보고서에 대한 피드백과 견해

3일 발간한 “커브 스티프닝이 시작되었다”는 보고서에 대해서 “의외였다”, “왜 뷰를 바꾸었는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반응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조금 더 이야기를 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올해 내내 플래트너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환경과 조건이 바뀌면 뷰는 당연히 바뀝니다. 올해 내내 플래트닝이 진행되었다면, 이제부터는 큰 그림에서 플래트닝이 마무리되었고 스티프닝이 시작되었다고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전망을 수정했습니다.


이전 보고서에서는 3분기까지는 금리안정 및 플랫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상황이 생각보다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뷰도 한달 정도 빨리 수정했습니다. 8월25일 보고서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플래트너는 재개될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실제 3/10년 스프레드는 57에서 다시 52까지 축소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또 한가지, 플래트너의 중요한 배경으로 말씀드렸던 것은 금리인하 등 추가정책 시그널이 약해질수록 장기금리는 하락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연내 금리동결이 컨센서스였고 당국은 또다시 정책공조 차원에서(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하여) 압박을 재개하겠지만 압박을 하기 전인 3분기까지는 금리도 안정되고 커브도 플랫될 것으로 봤었습니다. 물론 금리인하 등 정책기대가 다시 강화된다면 커브는 스팁될 것이라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그렇게 말씀드렸던 배경 혹은 조건이 바뀌었습니다.

8월29일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한국은 디플레 초기이며, 자칫 잘못하면 디플레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어차피 9월 금통위는 쉬어갈 타이밍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압박 속도가 빨랐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정책의 강도와 속도도 시장의 예상보다 강하고 빠릅니다. 대국민담화를 포함해서 경제부총리께서 정책기대를 나름 잘 끌고 가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그 주에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프랑스 내각이 모두 짤렸습니다.


그래서 9월1일 보고서에는 달라지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해서 이렇게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추가 금리인하 기대가 강화될수록 국고3/10년 스프레드는 확대된다. 50bp 이하에서는 스티프너로 전환을 권고한다." 플래트너 주장이 한발 후퇴했습니다.


그리고 후속으로 작업을 거쳐 9월3일 장 시작 전에 공식적으로 뷰를 명확하게 전달드렸습니다. 그러나 많이들 오해하시는 것처럼 “베어 스티프닝” 혹은 “엄청난 금리상승”을 예상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주요국들이 재정긴축을 완화하는 동시에 통화정책(금리인하)은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3년 이하 단기금리는 하락하고 10년 이상 장기금리는 상승하는 커브 스티프닝 전략을 예상합니다. 내년 1분기말까지 3/10년 80bp를 말씀드렸는데요, 국고3년은 2.45%, 10년은 3.25% 정도 수준을 생각하고 잡은 수치입니다. 국고10년은 약 15bp 정도 상승이니 폭이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커브전략을 말씀드렸습니다. 커브가 아닌 레벨이 상승하려면, 즉 장기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려면 실제로 성장이나 물가가 높아져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내년 1분기까지 그런 단계는 아닙니다.


이벤트가 아닌 정상적인 3/10년 스프레드의 범위는 30~80bp이며, 최근 10년 평균이 56bp라는 말씀은 여러 번 드렸습니다. 시장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볼 때는 주로 30~56bp, 좋아질 것으로 볼 때는 56~80bp에서 움직입니다. 지금은 56bp 내외에서 등락하면서 기로에 서있습니다만, 최근의 정책 흐름과 기대의 변화를 감안할 때 향후 6개월 동안은 미래의 성장과 인플레에 대한 기대가 8월 금통위 당시보다는 강화되는 흐름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체감할 정도로 경기가 좋아지려면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은 항상 실제 경기보다는 기대 혹은 기울기의 변화에 반응하여 선제적으로 움직이니까요)


물론 뷰라는 것이,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 틀리면 또 바꿔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고민 끝에 생각이 분명히 바뀌었습니다. 상반기에 50bp까지 축소 혹은 45bp까지 축소를 말씀드릴 때 저희의 의견이 소수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피드백들을 볼 때 이번에도 플래트너가 상당히 깊구나..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쪼록 큰 흐름을 놓치지 않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즐거운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