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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연이자율 시대의 통화정책

bondstone 2017. 3. 28. 14:39

Monetary Policy in a Low R-star World

(낮은 자연이자율 시대의 통화정책)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2016년 8월 15일


통화정책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함.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불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연준 (Fed)이 설립되었고, 브레튼우드 체제 (금본위제 폐기)와 물가를 잡기 위한 노력들, 그리고 지금의 물가목표제까지 통화정책 전략은 현실의 변화에 맞춰 발전했음.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은 발전을 거듭해, 저금리/저성장에 대응해 양적완화 (QE), 초저금리 정책, 심지어는 네거티브 금리까지 나왔음. 지금의 경제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전세계 중앙은행과 정부는 각자의 정책구조를 재평가하고 통화정책전략을 더 다듬어야 함. 



1970년, 80년대 고물가를 잡기 위해, 물가를 안정시킬 책임이 있는 중앙은행은 형식적인 물가목표제를 시행. 중앙은행이 물가안정과 고용에 책임있는 역할을 한 반면, 재정정책은 자동안정화기능 (불황이면 재정지출을 늘리고, 호황이면 재정지출이 줄어드는 것)과 재정완화정책을 통해 불황기에 지원 역할을 함. 이런 관점 하에서 재정정책은 주로 경제효율성과 배분과 같은 장기목표에 집중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에 도전적인 상황 도래. 대표적으로 자연이자율 또는 r*(r-star)가 4반세기 동안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급락. 경제와 통화정책의 근간에는 자연이자율 개념이 자리하고 있음. (자연이자율이란 성장과 물가를 자극하거나 위축시키지 않는 단기 실질 금리임) 이 보고서에는 중기자연이자율에 초점을 맞추겠음.


중앙은행이 단기금리를 설정하지만, r*는 그 영향을 벗어나는 경제의 함수 (중앙은행이 어찌할 수 없는 통화중립적 요소라는 의미). 낮은 r* 환경에서 어떻게 안정적인 물가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중앙은행이 직면한 새로운 도전. 이 수수께끼는 저금리/저성장/저물가가 지속되는 환경인 서머스의 '구조적 침체 (secular stagnation) 이론과 뿌리를 같이 하고 있음.


여러 요인들이 자연이자율을 누르고 있음.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 아래 그림은 미국, 캐나다, 유로존, 영국 등 4개 선진경제권의 실질자연이자율. 90년대에는 2.5~3.5%였는데,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 2~2.5%로 급락. 2015년에는 4개 경제권에서 (실질)자연이자율 모두 급락해 캐나다와 영국은 1.5%, 미국은 거의 0% (약 0.5%), 유로존은 음(-)의 영역으로 하락 (연준의 물가목표가 2%이므로, 미국의 (명목)자연이자율은 2% + 0.5% = 2.5% 수준. 기준금리를 이 정도까지 올릴 수 있다는 의미.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졌음)




글로벌자금의 수요와 공급, 인구구조변화, 생산성 및 경제성장률 둔화추세, 신흥시장의 안전자산 (준비통화) 비축 경향, 보다 광범위한 글로벌 과잉저축 등이 자연이자율 하락 요인. 이러한 글로벌 추세가 의미하는 것은, 예상했던 것보다 금리가 더 낮게 머물 것이라는 사실. 금융위기 이전에는 4~4.5%가 단기금리의 균형수준이었다면, r*가 낮아지면서 3~3.5% 또는 그보다 낮은 수준이 새로운 균형. 경제가 완전히 굴러가고 통화정책기조가 중립적이어야 다다를 수준


자연이자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불황기에 전통적 통화정책의 경기부양능력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 기준금리를 하향조정할 수 있는 폭이 작아졌기 때문. 그래서 양적완화, 포워드 가이던스, 심지어는 네거티브 금리 정책과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 의존도는 높아질 것. 이런 뉴 노멀 환경에서는 불황이 더 길고 깊어질 것이며, 회복은 더 느려지며, 극단적인 저물가 위험 및 물가목표를 상실하는 위험이 높아질 것.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불편할 정도로 낮은 물가와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보면, 이미 초기 단계에 진입.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물가 및 경제의 안정성은 더욱 위협받게 될 것


이걸 피하려면, 낮은 자연이자율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중앙은행과 정부가 현재의 접근방법을 효용성을 재평가하고 경제정책전략 재수립을 고려해야 함. 자연이자율을 높이기 위한 재정 및 기타 정책을 고안하고, 새로운 통화/재정정책을 검토해야 함 (이 경제서한의 주제)


자연이자율 상승을 목표로 근원적인 요소들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생각해보겠음. 첫번째는 장기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 공공/민간 자본, 연구개발 등에 장기적 관점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 성장에 대한 비관적 시각과 대학교육이 비용에 비해 남는 게 있냐는 의문이 있지만, 고등교육의 수익률은 어느 때보다 높음. 비슷하게 사회기반시설투자와 연구개발의 수익률은 평균적으로 매우 높음.


경기하강기에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으로 눈을 돌려보면, 경기대응적 재정정책은 불황 초기에 통화정책과 함께 사용될 수 있음. 다만 이 정책이 적용됐다 안됐다 하면서 통화정책을 보완하기도 하고 방해하기도 했었음.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도 불황기 또는 경기둔화기에 재정긴축의 피해를 봤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강력하고 보다 예측가능하게 시스템적으로 설계해야 함. 이미 실업급여와 같은 게 있긴 하지만 규모와 범위가 제한적. 미국에 적용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로는 사회보장 및 소득세율을 실업률에 연계해서 적용하거나, 주정부에 대한 연방정부 양여금을 같은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이 있음. 이 접근은 경기사이클 하에서 세입과 무관하게 설계될 수 있음. 또한 정부의 적절한 역할과 조세체계에 대한 장기적 결정에서 경기대응적정책 결정을 분리시킴으로써, 재정부양과 관련한 논쟁을 피할 수 있을 것.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진 경제학자들이 이 아이디어에 찬성했음.


마지막으로, 낮은 r-star의 관점에서 통화정책이 재평가되어야 함. 낮은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한 정책이 과거에는 물가를 잡는데 성공적이었지만, 낮은 r-star 시대에서는 맞지 않음. 자연이자율과 물가가 모두 매우 낮을 때는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너무 없기 때문. 


(이 경제서한이 정말 말하고 싶었던 주제가 이제 시작)

두 가지 대안이 각각 또는 함께 고려될 수 있음. 먼저 낮은 r-star를 타개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조금 높은 물가목표를 제시할 수 있음 (물가상승률 목표를 높이자는 의미). 평균금리수준이 높아질 것이므로 통화정책 여력도 생김. 물가목표가 1%p 높아지면 r-star가 1%p 낮아진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 물론 좀 높은 물가상승률을 달성하고 유지하는데에 따르는 비용과 어려움을 효익과 비교해야 할 필요는 있음. 


두 번째로 물가수준과 명목GDP가 안정적으로 높아질 수 있도록,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를 물가상승률이 아닌, 유연한 물가수준 또는 명목GDP 목표로 대체할 수 있음 (2개 나왔음. 물가수준목표제와 명목GDP목표제. 물가수준목표제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몇%가 되도록하자'가 아니라, '몇 년도까지 물가지수가 어디까지 가도록 하자'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 올해 달성 못하면 내년에는 더 노력해야 하는 정책. 상당히 강력한 부양책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정책임). 이 방법들은 물가상승률목표제보다 좋은 점이 많음. 먼저, 이 방법들은 '더 오래 더 낮게' 정책처방이므로 금리하한이 있을 때 적합. 그리고 명목GDP목표제는 부채 디플레이션을 방어하는 기능을 갖고 있음 (명목은 실질+물가상승률이므로, 실질GDP성장률이 낮으면 물가상승률을 높여 명목GDP성장률을 높일 것이므로, 물가 상승에 따라 채무자의 부채 부담이 낮아짐). 마지막으로 명목GDP목표제 하에서는 저성장이 유발한 r-star의 하락이 자연스럽게 높은 물가상승률을 유도해서 불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 (명목GDP목표제를 시행하면, 실질GDP성장률이 낮으면 물가상승률을 높일 것이기 떄문에 (명목)기준금리를 높일 수 있음. 그래서 불황 때 낮출 수 있는 기준금리를 높여 놓을 수 있음). 물론 이 방법들도 약점이 있을 수 있고, 상대적인 비용과 효익을 면밀히 살펴봐야 함. 


언급한 재정과 통화정책 대안들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고,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을 지지하는 것은 아님. 통화정책에서 급작스러운 것은 심각한 결과를 낼 수 있음. 하지만 지금은 전문가들과 전세계 정책담당자들이 위 대안들을 신중하게 연구해봐야 할 시기임. 


어려움이 닥치면 당하더라도 폭풍이 지나고 나면 다음 위기에 대비할 수 있음. 금융위기를 겪고 지금은 다음 위기에 대비해서 더 나은 결과를 바라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