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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의사록의 대차대조표 축소 논의와 트럼프의 평가

bondstone 2017. 4. 6. 17:42

Weekly Note


오늘 새벽에 나온 연준 의사록의 포인트는 1) 대차대조표 재투자 관련 논의, 2) 트럼프 정책 기대 약화입니다.


1. 대차대조표 재투자 관련 논의

논의한 것과 정해진 것, 그리고 정해지지 않은 것

지난 3월 FOMC에서 논의된 것은 1) 재투자 정책 변화 시점, 2) 재투자 정책 변화를 시점 기준으로 할지 또는 경제환경 기준으로 할지의 여부, 3) 재투자를 점진적으로 축소할지 또는 일시 종료할지, 4) 국채와 MBS를 같이 줄일지 아니면 따로 접근할지 등이었습니다.


일단 컨센서스가 형성된 것은 1) 점진적이고 예측가능해야 하며, 2) 재투자를 점진적 축소하는 것이 일시에 중단하는 것보다 낫고, 3) 경제환경이 악화되면 기준금리 인하보다 자산매입 재개가 우선이며, 4) 기준금리가 충분히 올라오기 전까지는 대차대조표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대부분(nearly all)의 참석자들이 재투자정책의 변화는 경제/금융환경을 보고 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습니다. 참석자 중 여럿(several)은 정량기준이나 기준금리 수준에 연동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일부(some other)는 경제/금융환경의 정성기준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떻게 할지 결정이 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경제가 예상 경로를 따라간다면 재투자정책 변화 시점은 연말이 적절하다고 했는데, 시장은 이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현재 연준의 예상대로 경제가 가면, 연준은 연내 기준금리 2회 추가 인상, 즉 1.25~1.5%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게 연준의 입장입니다. 1%를 상회하면 재투자정책 변경을 선언하고, 실제 시행은 그 부근 또는 그보다 높은 금리 수준에서 개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단, ‘1%’와 같은 정량 기준을 채택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국채와 MBS 재투자 축소/중단의 의미

그리고 눈에 띈 점은, 국채와 MBS 둘 다 재투자 축소 또는 중단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을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준이 ‘둘 다’(both)를 언급했지만, 실제적으로는 ‘국채’를 의미합니다.


연준 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단기적으로 국채의 상환 금액이 훨씬 많습니다 (아래 도표 참조). 현재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는 약 2.5조 달러인데, 이 중 약 60%가 잔존만기 5년 이내입니다. 반면, MBS는 약 1.8조 달러를 보유 중인데, 잔존만기 5년 이내인 MBS는 6천만 달러도 되지 않습니다 (6천억 달러가 아닙니다). 거의 대부분(99.3%)이 잔존만기 10년 이상입니다. 따라서 ‘국채와 MBS 둘 다 재투자를 축소하거나 중단한다’고 선언한다면, 그 영향은 MBS보다 국채에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MBS는 조기상환 (prepayment, paydown) 될 수 있습니다. QE3부터 MBS를 월 400억 달러씩 신규 매입하면서 만기상환되거나 조기상환되는 MBS를 MBS에 재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QE2 때는 만기도래되는 MBS를 국채로 재투자했었습니다. 그래서 10년 중반부터 연준의 MBS 보유규모는 감소합니다). 추가 매입은 중단됐지만 만기도래하거나 조기상환되는 MBS의 재투자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리가 상승하면서 MBS 재투자금액이 감소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모기지금리가 하락할 때,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 조기상환이 증가하고, 모기지금리가 상승할 때 조기상환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모기지 수요 중에서 조기상환하기 위한 재대출의 비중이 감소하는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기지은행가협회 (Mortgage Bankers Association)에 의하면 이 비중은 작년 4분기 51%에서 올해 1분기 41%로 감소했는데, 2분기 28%, 3분기 26%로 더욱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연준이 보유 중인 MBS에서의 조기상환 비중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발행된 MBS의 1/3 가량을 연준이 갖고 있다 보니, 연준의 재투자정책 변화가 MBS 시장 (그리고 장기금리)에 부정적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그러나 5년 내로 만기가 도래하는 MBS의 규모가 미미할뿐만 아니라, 금리가 기조적으로 하락하지 않는 한 조기상환 금액이 커질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재투자정책이 변화되어도 MBS 시장과 장기금리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재투자정책이 변한다는 것은 단순히 재투자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재투자를 중단하는 것 이외에 재투자 방식 변화도 포함합니다. 현재 연준은 국채를 재투자할 때, 만기별로 시장 발행물량에 비례해 국채를 매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가 언급했던 것처럼, 재투자할 때 단기물만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재투자 규모 축소 또는 재투자 중단’이라는 전제 하에서,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습니다. 단기물에 재투자하면, 연준 보유 국채의 만기가 금방금방 돌아오니 때문입니다. 따라서 재투자정책 변화가 비둘기에 가까운지 매에 가까운지를 판단할 때는 재투자규모를 축소의 속도뿐만 아니라 재투자 방식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연준은 재투자규모를 ‘축소’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을 낮출 수 있지만 FOMC의 정책의도를 잘못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물로 재투자를 ‘단번에 중단’할 경우에는 반대 효과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직 무엇을 할지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위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연준은 재투자의 테이퍼링 (점진적 축소)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2014년 9월에 발표한 ‘정책정상화 원칙과 계획’ (Policy Normalization Principles and Plans)에서부터 연준은 계속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gradual and predictable)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재투자정책을 논했던 의사록과 이번 3월 의사록 모두에서 반복된 표현입니다. 2013년 테이퍼 발작 (taper tantrum) 이후 확고부동하게 세워진 원칙입니다. 따라서 시장충격 최소화를 목표로 소통하고 시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2. 트럼프 정책 기대 약화


트럼프 기대를 절반 접은 연준

여러 FOMC 참석자들은 2018년까지 의미 있는 재정부양책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절반 가량의 참석자들은 각자의 경제전망에 재정정책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정책이 시행되면 경제에는 상방 위험이 될 수 있다고는 했습니다만, 현재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모습을 보면, 의례적으로 보인 기대 정도라고 볼만 합니다 (Several participants now anticipated that meaningful fiscal stimulus would likely not begin until 2018. In view of the substantial uncertainty, about half of the participants did not incorporate explicit assumptions about fiscal policy in their projections. Nonetheless, most participants continued to view the prospect of more expansionary fiscal policies as an upside risk to their economic forecasts).


실제로도 약해지는 트럼프 정책 기대

최근 나온 소식들을 정리해보면, 조세개혁을 하면서 부가가치세, 탄소세를 신설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백악관이 빠르게 공식 부인했습니다. 감세가 핵심인 줄 알았는데 증세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조세개혁도 재정균형을 맞추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케어 입법이 실패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므누신 재무장관은 세제개혁이 다음 과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세제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트럼프케어 상정 시도 전후에도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어제 의사록을 보고 난 후에 더 주목 받았습니다. 정말 쉽지 않은 듯 합니다.


짧게지만, 인프라투자 얘기도 있었습니다. 시장 기대를 한껏 올릴까 싶었는데, 내용을 뜯어보면 올해 말에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투자 계획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당장 눈 앞에 해결해야 할 게 많은 상황에서 ‘연말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에 시장은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경제주체들의 기대가 사라질까봐 조급해하는 모습으로 비쳐졌습니다.


트럼프케어 수정안이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이번 ‘트럼프케어 2.0’은 펜스 부통령, 프리버스 비서실장, 멀베이니 예산관리국장 등 백악관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번 트럼프케어를 저지했던 하우스코커스 멤버들을 백악관으로 불러서 의견을 절충 중이라고 하는데, 그러면서도 중도파의 입맛에도 맞추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너무 기대를 갖지 않게 하려는 것인지, 라이언 하원의장은 아직 구상하는 단계라고 했습니다. 참고로 내일 (7일)부터 이달 24일까지 하원은 쉽니다. 당분간 시장을 들썩일 이슈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장에 어둠의 기운이 가득해져 있다면, 4월 말에 시장을 다시 띄우는 이슈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경과를 지켜보고 업데이트하겠습니다.


나머지 절반도 기대를 접는다면?

여하튼 이번 의사록에서는 시장뿐만 아니라 연준도 트럼프 정책에 대한 눈높이를 한껏 낮추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절반 가량이 트럼프 정책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했는데, 이걸 반영한 절반이 더 눈높이를 낮추면, 6월에 점도표의 점 몇 개는 하향 조정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