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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와 스페인, 정치불안과 향후 전망

bondstone 2018. 5. 3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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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와 스페인, 정치불안과 향후 전망


이탈리아 조기총선, 유로존 탈퇴와 연계한 국민투표로 비화될 위험
이탈리아의 反기성정당인 ‘오성운동’당과 ‘동맹’당이 연정 협상 초안에 ECB 매입국채 상각과 유로존 탈퇴 절차 등을 담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탈리아 국채시장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복잡하고 생소한 이탈리아의 정치구조는 몇 가지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공포감을 극대화했는데, 이탈리아의 막대한 정부부채와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었다. 스페인의 정치불안이 겹치면서 유로존 주변국으로의 확산과 함께, 이탈리아 익스포져가 큰 프랑스, 독일, 미국 등으로의 전염 가능성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反EU, 反유로 성향의 양당의 연정 하에서 ECB의 자산매입 카드는 부담스러울 것이며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다. 그 밖에 과도하게 누적되었던 포지션들의 급격한 청산도 가격 반응폭을 극대화했다.


유로존 탈퇴보다는 정부의 신용위험을 반영 중, 해결방안은 재정긴축 속도 완화가 될 것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이탈리아 2년 금리 외에 주변국 금리, 유럽증시의 변동성지수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독일 대비 이탈리아의 국채10년 스프레드는 투기등급이자 두 단계나 등급이 낮은 포르투갈보다 100bp가 더 높아졌다. 유로존 탈퇴보다는 부채탕감 주장에 따른 이탈리아 정부의 신용위험을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스의 사례처럼 이탈리아에게 유로존 탈퇴는 극심한 고통이 따른다. 양당의 의석수는 55%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 유로존 탈퇴를 이끌기에는 정당성이 부족하다. 극단적 정치배경을 가진 연정 자체도 불안정하다. 이탈리아만의 부채탕감은 불가능하다. 이탈리아 정부의 재정긴축 속도를 완화해 주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EU의 용인 아래,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과 신용위험은 정부와 일부 우량은행으로 이전되었다. 이탈리아 정부의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향으로 해결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로-달러 환율은 1.15달러, 미국 10년 금리는 2.77%에서 추가 하락의 여지는 크지 않을 것이다. S&P500은 100일선의 지지력이 강해졌다. 변동성 확대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주변국 불안의 핵심고리는 스페인, 총리 불신임 부결 가능성이 높다
혼란의 원인은 이탈리아지만, 유로존 주변국으로의 불안감 확산 배경은 스페인의 정치불안이 가세한 영향이다. 스페인은 집권당인 국민당의 재무책임자가 자금 세탁 혐의로 중형을 선고 받으면서 총리 불신임 투표 (6월 1일)가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시민당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총리 불신임보다 조기총선을 원하고 있다. 제1야당이 조기총선을 약속하면 시민당이 가세할 예정이라 불신임 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당 간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부결 가능성이 높다. 스페인 이슈가 봉합되면 유로존 주변국 우려도 완화될 전망이다.


이탈리아, 더 나빠지기 어려운 시나리오
이탈리아는 재선거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부 구성을 하지 못한 채 연내에 할지, 또는 중립 내각 구성 후 안정을 찾은 뒤 내년 초에 할지에 따라 시장이 느낄 불확실성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反기성정당의 연정은 현실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 가장 극단적인 경우다. 재선거가 치러지면 중도우파연합의 집권 가능성이 높다. 반기성정당의 위세는 이전보다 강해지겠지만, 현재 시장이 상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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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 과도한 이탈리아 공포감, 해결방안은 재정긴축 완화가 될 것


이탈리아의 정치불안으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공포감이 상당하다. 5월30일 새벽 (한국시간), 이탈리아 국채 2년과 10년 금리가 전일 대비 각각 186bp, 48bp 폭등한 2.77%, 3.16%까지 상승했다. 5월 7일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국채2년 금리는 마이너스 (-0.31%) 금리를 유지했다. 반면, 독일과 미국 국채10년 금리는 8bp, 15bp씩 급락했고, 미국과 유로존 주식시장의 대표지수인 S&P500과 Eurostoxx50은 1.2%, 1.6% 하락했다. 미국과 유럽, 이탈리아의 은행주가 각각 -4.0%, -7.2%, -13.6% 폭락하며 공포감을 더했다.


이탈리아 공포가 극대화된 배경

이탈리아의 대통령이 反기성정당인 ‘오성운동’당과 ‘동맹’당의 연정 내각 구성에 반대하고 과도정부의 총리를 새로 지명하면서 불확실성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오성운동당과 동맹당이 즉각 반발하면서, 일부 언론은 내년 초로 예상되던 조기총선이 9월 혹은 이르면 7월29일 경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시장은 오성운동과 동맹의 反기성체제, 反EU, 反유로 성향을 감안할 때 이탈리아의 조기총선이 유로존 탈퇴와 연계한 국민투표의 성격으로 비화할위험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조기총선 시 이들의 추가의석 확보 가능성은 높아진다. (5월28일,불확실성에 의한 유로 약세, 아직 기대하기 어려운 주가 견인력) 


오성운동당과 동맹당이 연정 협상 초안에 ECB 매입국채 2,500억 유로의 상각과 유로존 탈퇴 절차 등을 담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탈리아 국채시장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여기에 복잡하고 생소한 이탈리아의 정치구조는 몇 가지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첫째, 이탈리아의 막대한 정부부채와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었다. 이탈리아는전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차입자다. 2조 유로 (2.33조 달러)의 채권잔액을 보유 중이며, GDP 대비 정부부채는 132%로 EU의 준칙인 60%를 대폭 상회한다. 양당의 공약사항을 모두 반영한다면 GDP 대비 정부부채는 5년 후 무려 150%에 달할 전망이다. 이탈리아 은행들은 전체 자산의 10%를 이탈리아 국채로 가지고 있어 자국 국채 보유비율이 높고, 부실채권 (NPL) 비율도 전체 부채의 12%로 유로존 내에서 가장 높다. 신뢰 추락에 따른 이탈리아국채 가격의 폭락이 은행의 자금조달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도 반영되었다. 


둘째, 특히 같은 시기에 스페인의 정치 불확실성이 동반되면서 폭발력이 커졌다. 큰 이슈가 없던 포르투갈 증시가 급락하는 등 유로존 주변국인 PIGS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로 확산될 위험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셋째, 주변국뿐 아니라 이탈리아 익스포져가 큰 프랑스, 독일, 미국 등으로의 위기 전염 가능성이다. 이탈리아 은행의 부채는 주로 프랑스, 미국, 독일 등이 보유하고 있고, 이탈리아 은행 부채의 40.6%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 은행의 부채는 주로 미국, 영국, 독일 등이 보유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의 은행주까지 폭락한 배경이다.


넷째, ECB 자산매입 정책의 한계가 존재한다. 시장은 안전판으로 기대하는 카드지만 反EU, 反유로 성향인 양당의 연정 하에서 ECB가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여 지원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ECB는 회원국 국채 매입 시 자본금 비율대로 매입해야 하며, 해당국 발행잔액의 33%를 넘지 못한다. 독일국채의 매수는 이미 한계가 있으며, 자산매입 카드는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다. 


다섯째, 과도하게 누적되었던 유로화 매수, 미국 국채 매도, 원유 매수 포지션의 급격한 포지션 청산이다. 그 영향으로 가격의 반응폭이 극대화되었다.


유로존 탈퇴보다는 부채탕감 주장에 따른 정부의 신용위험을 반영

금융시장은 유로존 탈퇴보다는 부채탕감 주장에 따른 정부의 신용위험을 반영하고 있다. 이탈리아 2년 국채금리의 상식 밖 폭등 (+186bp)과 이탈리아 은행주 급락 (-13.6%)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2년 금리는 9bp 상승에 그쳤다. 유로존 증시 (Eurostoxx50)의 하락폭은 2월 초와 유사했지만 Eurostoxx50의 변동성지수인 Eurostoxx 50 VIX의 움직임은 2월 당시와는 확연히 달랐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기준 국가신용등급은 이탈리아가 Baa2 (=BBB0)이다. 포르투갈은 Ba1 (=BB+)로 투기등급이며, 이탈리아보다 두 단계 아래다. 그러나 독일 대비 이탈리아의 국채 10년 스프레드가 290bp로 급격히 확대되면서 포르투갈의 193bp보다도 약 100bp가 더 높아졌다. 유로존 탈퇴보다는 이탈리아 정부의 신용위험을 더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유로존 탈퇴는 이탈리아에게 극심한 고통이 따른다. 이탈리아보다 더 작고 빈곤했던 그리스도 실패했다. 탈퇴하여 독자통화 (리라화)를 사용하는 순간 부채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그리스의 사례처럼 이탈리아에게 더 이상 전력, 가스, 수도를 공급할 국가도 없을 것이다. 국민들의 親유로 성향이 절반 이하로 내려간 적도 없다. 더구나 남부 저소득층을 기반으로 하는 ‘오성운동’당과 북부 고소득층 기반 ‘동맹’당의 연정은 불안정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구체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단계가 될수록 극단적 정치 배경을 가진 양당의 연정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양당의 의석수는 상원의 54%, 하원의 56%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유로존 탈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당성이 부족하다. 


은행의 위험까지 떠안은 이탈리아 정부, 해결방안은 재정긴축 속도 완화가 될 것

오성운동당과 동맹당 양당은 EU의 재정준칙 규율로 인해 이탈리아의 저성장과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탈리아는 주요국들 중 소득수준 하위 20%에게 돌아가는 복지혜택이 그리스 다음으로 낮으며, 상위 20%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포르투갈 다음으로 높은 분배구조가 극단적으로 불평등한 국가다. 기본적으로 구조개혁이 절실하다.


디마이오 오성운동당 대표는 “유로 이탈을 결코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들이 원하는 것은 부채 탕감이다. 그러나 이탈리아만의 부채 탕감은 불가능하며 법률적 근거도 약하다. 결국 현실적인 것은 EU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인데, 이탈리아 정부의 재정긴축 속도를 완화해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이탈리아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132%나 되지만, 재정적자 수준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대부분 회복했다. 재정긴축 완화의 여지는 확보되었다.


원칙적으로 유로존 은행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부실처리와 청산 방식을 단일화하는 유럽은행동맹의 ‘단일정리절차 (SRM)’를 따르며, 채권자 손실부담 (Bail-in) 규정을 지켜야 한다. EU는 은행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공적자금 투입 (Bail-out)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탈리아에서만큼은 ‘예비적 자본증가 조치’라는 수단을 통해 정부의 우회적인 구제금융을 용인하고 있다.


EU집행위원회도 이탈리아의 구제금융에 대해서는 다소 관대한 모습이다. 이탈리아 1위 은행인 유니크레딧 (Unicredit)은 2017년 3월 부실채권 비율 관리를 위해 대규모 증자를 단행했으며, 문제가 되었던 3위 은행 몬테파스키 (BMPS)는 증자 및 자구방안 실패 후 2017년 7월 EU집행위원회가 정부의 구제금융안을 가까스로 승인함으로써 위기를 넘겼다. 그 결과 이탈리아 경제재정부가 지분의 최대 70%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대형은행의 부실문제와 신용위험은 EU의 용인 아래, 정부와 우량은행 (2위 Intesa Sanpaolo)의 부담으로 이전되었다. 이탈리아 정부의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향으로 해결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전략 및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6월 1일 스페인의 총리 불신임 투표가 고비가 될 것이다. 혼란의 원인은 이탈리아지만, 유로존 주변국으로의 불안감 확산 배경은 스페인의 정치불안이 가세한 영향이다. 스페인은 집권당인 국민당의 재무책임자가 돈 세탁 혐의로 중형을 선고 받으면서 총리 불신임 투표가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시민당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총리 불신임보다 조기총선을 원하고 있다. 제1야당이 조기총선을 약속하면 시민당이 가세할 예정이라 불신임 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당 간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부결 가능성이 높다. 스페인 이슈가 봉합되면 유로존 주변국 우려도 완화될 전망이다.


이탈리아는 재선거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부 구성을 하지 못한 채 연내에 할지, 또는 중립 내각 구성 후 안정을 찾은 뒤 내년 초에 할지에 따라 시장이 느낄 불확실성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反기성정당의 연정은 현실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 가장 극단적인 경우다. 재선거가 치러지면 중도우파연합의 집권 가능성이 높다. 반기성정당의 위세는 이전보다 강해지겠지만, 현재 시장이 상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있다.


유로-달러 환율 (EURUSD)은 2월 고점인 1.25달러에서 이미 8% 하락한 1.15달러까지 낮아졌다. 이탈리아의 정치불안이 과도하게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 유로화 약세로 인해 유로존의 경제서프라이즈지수 (ESI)가 반등하고 있어 유로 강세 부담은 완화되었다. 정치불안 확대로 유럽의 경제전망이 큰 폭으로 하향되지 않는다면 1.15달러 이하로 의미있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 (5월29일, 유로의 정치불안과 유로화 약세) 


스왑시장에 반영된 연준 (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6개월 후 20bp, 1년 후 36bp로 대폭 낮아졌다. 2주 만에 각각 19bp, 30bp가 축소되었다. 연내 한차례의 금리인상도 채 반영되지 않은 수준까지 낮아졌다면 추가로 더 하락하기는 쉽지 않다.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연준 (6/13)과 ECB (6/14)는 금리인상 가속도를 내기보다는 완화적 기조를 이어갈 것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여전히 확대된다면 연준의 점도표도 연내 3차례 인상에서 유지될 것이다. 미 국채10년 금리도 현재의 2.77%에서 추가 하락 여지는 크지 않다. 추가 하락 시 이익실현을 권고한다.


S&P500은 2~4월에는 200일선 부근에서 지지되었으나 지금은 100일선의 지지력이 강해졌다. 보호무역주의 전선이 중국 이외의 국가로 확대되는 양상이지만, 중국만큼의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면 우상향의 100일선과 함께 반등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6월부터 발표될 2분기 이후 미국경제 지표는 감세와 재정지출의 영향으로 개선될 것이다. 본격적인 개선은 9월 전후다. 변동성 확대를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2.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정치불안과 향후 시나리오


PIGS 불안감의 핵심 고리는 스페인

최근 유로존 혼란의 원인은 이탈리아다. 그러나 PIGS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로 대표되는 유로존 주변국으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큰 이슈가 없는 포르투갈 증시가 동반 급락하면서 PIGS 문제로 인식된 데에는 스페인 정치 불확실성의 영향이 크다. 따라서 스페인 이슈의 봉합 가능성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스페인 법원이 집권 여당인 국민당 관계자들과 선출직 공무원 등 29명을 사기, 조세포탈, 자금 세탁, 기타 범죄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국민당 재무책임자이자 라호이 총리 측근인 루이스 바세나스는 징역 33년에 4,400만 유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국민당도 24만 5,000유로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고, 부패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라호이 총리의 증언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었다.


현재 스페인 하원은 여당인 국민당 137석, 사회당 85석, 포데모스 71석, 시우다다노스 (시민당) 32석, 카탈루냐/바스크 분리주의 4개 정당이 24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당을 제외한 모든 주요 정당이 라호이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고 있다. 총리 불신임을 주도하는 사회당의 산체스 대표는 극좌 성향의 포데모스당의 지지를 확보했다. 하지만 오는 6월 1일 불신임 투표 가결을 위해서는 350석의 과반수인 176석 이상이 필요하다. 사회당과 포데모스당의 의석을 합하면 156석이다. 따라서 시민당 또는 분리주의 정당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키를 쥐고 있는 시민당의 반대로 총리 불신임 가능성 낮다

불신임 투표 가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시민당은 총리 불신임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재선거 시 작년 중반부터 지지율이 빠르게 상승 중인 시민당의 제1당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알베르트 리베라 시민당 대표는 조기 총선을 주장하고 있고, 라호이 총리는 조기 총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조기 총선을 위해 총리를 교체하는 다른 불신임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서는 최소 35석이 필요하나, 시민당 의석은 32석이다.


현재 지지율과 차이가 많이 나는 의회 구성을 감안해 볼 때, 시민당은 불신임 찬성보다 조기총선이 유리하다. 시민당이 불신임에 찬성하지 않는다면 스페인 정치 불확실성은 단기적으로 매듭 지어질 것이다. 다만, 시민당은 산체스 사회당 대표가 조기 총선을 약속할 경우 불신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재선거가 결정되면 당분간의 정치 불확실성은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카탈루냐를 비롯한 분리주의를 지지하지 않고 친EU 성향을 가진 시우다다노스가 제1당이 되면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은 낮아질 전망이다. 스페인 이슈가 봉합되면 PIGS 불안감 확산 우려도 완화될 것이다. 스페인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유로존 우려가 완화돼도, 이탈리아 우려는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역시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동맹당과 오성운동당의 연정.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총선을 치렀다. 총선 결과는 중도우파연합이 37%로 다수 연합이 됐다 (이탈리아는 정당 간 연합체로 선거에 나설 수 있고, 오랜 기간 이런 방식으로 선거를 치러왔다). 이탈리아는 정치구조상 정부 구성에 필요한 의석비율의 최소치를 40%로 본다. 정부 구성을 위한 여러 차례 합종연횡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단일 정당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오성운동' (Five Star Movement)당이 중도우파연합 내 '포르차 이탈리아' (Forza Italia)당 대표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구태로 규정하면서 중도우파연합과 오성운동당은 연정 합의에 실패했다.


5월 9일 대통령이 정치 안정을 위해 중립 인사에게 총리를 맡기고 중립 내각을 꾸린 뒤 내년 초 조기 총선안을 제안했다. 일주일 뒤 중도우파연합 내 '동맹' (Lega)당과 '오성운동'당이 연정에 합의했다. 두 당은 반EU 경제학자를 경제장관으로 하는 내각구성안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내각구성안을 거부했고, 두 당이 내세운 총리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 두 당은 7월 또는 9월 총선을 주장했고, 세계대전 이후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정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재선거 시 중도우파연합의 단독 정부 구성 가능성 높다. 지금보다 온건한 시나리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 총선에서 10% 후반의 의석을 차지했던 동맹당의 지지율이 20%를 상회하고 있다. 동맹당이 속한 중도우파연합에서 포르차 이탈리아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지만, 동맹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중도우파연합의 지지율 합계는 약 40%에 이른다. 재선거 시 중도우파연합이 연정 없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중도우파연합 의석의 약 60%를 차지할 동맹당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중도우파연합 내 정당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동맹당이 오성운동당과 연정을 할 가능성도 있지만, 동맹당 입장에서는 지지율이 비슷한 오성운동당과 연정을 하는 것보다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도우파연합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게 더 유리하다. 따라서 현재 시장이 상상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보다는 온건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7월 또는 9월 등 연내에 총선을 치르는 시나리오와 대통령의 제안대로 중립 내각을 구성한 뒤 정부를 출범시키고 내년 초에 선거를 치르는 시나리오가 있다. 두 경우 모두 재선거를 치르겠지만, 재선거 시기에 따라 정치 불확실성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제대로 정부를 구성하지 못한 채로 7월 또는 9월에 총선을 치르면 정부 공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일단 정부를 구성하고 내년 초 선거를 치른다면 단기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은 봉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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