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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펀드에 투자하는데 외채가 왜 늘어나나

bondstone 2007. 10. 25. 09:11

해외펀드에 투자하는데 외채가 왜 늘어나나

 

 

해외펀드 투자가 활발해지면 국내 달러화가 해외로 대거 빠져나갈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펀드자금을 받은 국내 자산운용회사들이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는 과정에서 선물환과 통화스왑 거래가 이뤄지고, 이 과정이 필연적으로 외채유입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 해외에 투자하는데 외채가 왜 늘까

자산운용사들은 해외펀드에 들어온 원화를 달러로 바꿔서(현물환 매수) 해외 주식에 투자한다. 동시에 투자자금을 회수할 때 있을 지 모를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선물환을 매도해 둔다. 미래에 필요한 원화를 미리 확정된 값으로 구해놓음으로써 환율 변동위험을 피하는 것이다.  

 


 

 
 
 
 
 
 
 
 
 
 
 
 
 
 
 
 

 

운용사로부터 선물환을 사들이는 주체는 주로 은행들이다. 이들 역시 환율 변동위험에 처하게 된다. 예를 들어 1년뒤 운용사들에게 910원에 달러를 사기로 했는데, 그 때 가서 현물환율이 이보다 낮은 900원이 돼 버리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들은 주로 외국계은행들과 스왑계약을 맺는다. 1년 뒤에 되바꾸는 조건으로 원화를 주고 달러를 받는 것. 은행들은 이렇게 구한 달러를 현물환 시장에 내다 판다. 1년 뒤에는 운용사로부터 달러를 받아 외국계은행에 주면 된다.

외채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국내 은행들과의 통화스왑 거래에 쓸 달러화를 외국계은행들이 해외에서 빌려오기 때문이다.

◇ 외채의 40%가 해외 주식투자 탓

올 상반기동안 증가한 대외채무는 477억달러. 작년 한해동안 증가했던 755억달러의 60% 이상이 상반기중 채워졌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투자는 23조원이상 증가했다. 상반기 평균환율 934원을 적용하면 246억달러가 해외 주식투자로 빠져나갔다는 의미가 된다. 대출 등으로 나가는 돈이 있기는 하지만, 해외 주식투자는 유출항목 가운데 단연 최대규모다. 
 
보통 해외 주식투자분의 70~80% 미리 헤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로 인한 외채 유입분은 200억달러에 육박한다. 전체 대외채무 증가분 가운데 40%에 이르는 규모다.

◇ 정책 목표와 정반대로 환율하락 압력까지

외환시장에서는 해외펀드를 헤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선물환 매도 압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영향이 어떤지를 떠나 일단 선물환 매도 물량이 끊임없이 유입된다는 자체가 환율 하락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론상 해외펀드 헤지거래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이다. 투자회사들이 투자자로부터 원화를 받아 달러로 바꾸고(달러현물 매입), 동시에 이를 헤지(달러선물 매도)하기 때문에 수급이 거래과정에서 상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수출업체 선물환 물량이 쏟아지는 가운데 금융회사들의 선물환 매도가 더해지면서 심리적인 환율 하락압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시장 가격은 심리에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며 "그동안 환율이 수출업체의 선물환 매도에 눌려왔기 때문에 선물환 매도량이 늘어나면 하락 심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거의 영향이 없다"면서도 "선물환 물량이 집중되는 시기에 투신사 물량이 얹히면 일시적으로 미는 힘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해외펀드 급성장..정부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 `부메랑`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작년말 15조원 가량이었던 해외펀드 투자액은 최근 5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덩치를 키웠다.

특히 올해 초 정부의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 방침이 발표된 이후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매달 5조~6조원씩 성장했다. 7월말 이후 미국 서브프라임 파장이 본격화되면서 증가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매달 2조원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의 해외펀드 장려책이 해외펀드 시장을 급격히 키웠고, 그 반작용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헤지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외채 증가 등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미흡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투신사 관계자는 "펀드별로 헤지율이 다르기는 하지만, 환위험을 감안해 투자금액의 70~80%를 미리 헤지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해외펀드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실제로 거래상 혜택을 줘서 자금을 유도한 만큼 시장이 받는 영향도 면밀히 따져봐야 했다"고 말했다.

 

2007.10.18  eda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