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융시장 안정대책, 원화가 빠졌다

bondstone 2008. 10. 21. 07:19

[Market Insight] 금융시장 안정대책, 원화가 빠졌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신동준

 

10월19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은 공동으로 국제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을 발표하였다. 은행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 지급보증과, 한국은행의 경쟁입찰 스왑거래 도입으로 최소한 연말까지 달러유동성 부족에 대한 불안요인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이 기대했던 원화유동성 지원방안에 대해서는, 통안채 중도상환 정도를 제외하고 보면 새로운 것이 없다. 그나마 중도상환에 대한 구체적인 규모나 계획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달러유동성 대책에 비해 미흡한 원화유동성 지원 

한국은행의 RP매입과 국채 직매입은 원래 진행되었던 부분이다. 한국은행의 RP거래 대상채권은 국채, 정부보증채, 통화안정증권, 토지개발채권으로 제한된다. 물론 투자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나 통안채를 RP매도하고 은행채를 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RP매입이나 국채 직매입은 비지표 국고채나 통안채를 팔고 국고채 지표물을 사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크레딧물의 입장에서 원화유동성 지원 방안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크레딧물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국민연금의 우량 회사채 및 은행채 매수는 이번 대책에 포함된 내용은 아니었다.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것들은, 1) 은행에 대한 직접적인 유동성 보강이나 원화유동성비율 규제 완화를 통한 은행채 발행 축소, 2) 은행채와 회사채, CP 등에 대한 당국의 직접매입 형태를 통한 시장안정, 3)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의 큰 폭 인하와 총액한도대출 확대를 통한 유동성 공급 등이었다.

 

원화유동성 문제는 ‘유동성 부족’보다는 ‘유동성 경색’, 즉 신용의 문제다. 은행채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CD금리가 상승하는 이유는, 대출이 감소하지 않는 상황에서 만기도래하는 은행채와 CD의 차환발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은행채와 CD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은 고금리 예금을 통한 수신증가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 정기예금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이는 은행채의 상대적인 매력도를 떨어뜨리면서 은행채 금리를 다시 상승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고금리 매력으로 자금이 유입되던 증권사 CMA의 잔고가 9월 이후 감소하고 있다. 단기 은행채 수급에 부정적인 부분이다.

 

 

지표금리 하락 강화, 통안1년 상대적 약세 예상

한국은행의 RP매입이나 국채 직매입, 통안채 중도상환 등은 모두 국고, 통안채 수급 개선 요인들이다. 추가 금리인사 시사와 함께 3, 5년 지표물의 상대적 강세는 지속될 것이다. 시장상황이 악화될수록 금리인하 기대는 높아진다. 향후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면, 향후 은행의 자본확충과 예금보장 확대가 단행될 경우 안전자산에 대한 지위 희석으로 지표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예금보장 한도를 확대한 선진국들에서는 정책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국고10년물의 상대적 약세는 계속될 것이다. 10년-5년 스프레드를 고려하면 10년물이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현 시점에서 대체제는 국고5년이 아닌 장기 크레딧물이다. 공사7년-국고10년 스프레드 확대폭과 국민연금의 장기 크레딧물 매수 계획을 감안할 때 장기투자기관의 국고10년 매수유입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10년-5년 스프레드는 채권금리 하락시 확대되는 경향도 있다.

 

통안채, 특히 통안1년의 상대적 약세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통안채 중도상환은 통안채 수급 개선요인이다. 그러나 10월 이후 통안2년-1년 스프레드가 역전되는 등 통안1년이 약세를 보였던 이유는 외국인과 외국계은행의 재정거래 언와인딩에 따른 수급 악화였다. 연말 북클로징을 앞두고 작년 하반기 이후 지나치게 확대된 원화채권의 포지션 축소과정에서 연내 만기도래물과 잔존만기 1년 내외 통안채로 매도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주 국가신용등급 하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아직 우려할만한 5년 이상 국채의 순매도 조짐은 발견되지 않았다.

 

외화유동성 개선으로 CRS 금리가 상승할 경우 연말까지 포지션 청산 속도는 오히려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CD금리 상승으로 IRS 1년 금리가 상승하면서 한 때 -19bp까지 역전되었던 스왑스프레드(IRS-KTB)가 +20bp 내외까지 정상화되었다. 이에 따른 1년 통안채 혹은 은행채 매수+IRS 페이 포지션의 청산도 통안1년 약세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왑 조기청산으로 유동성흡수를 위한 약 10조원의 통안채 발행 압력이 발생했으며, 주식시장 부진에 따른 혼합형펀드 잔고 감소도 통안채 약세 원인이다.

 

 

장기 크레딧물 우호적, 단기 은행채 수급 개선 미흡

최근 은행채 스프레드가 급격하게 확대되었던 원인은, 기존의 수급요인에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불안한 시각으로 일부 디폴트 리스크까지 반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3년 은행채 스프레드 기준 250bp 이상은 디폴트 리스크의 반영이라고 판단한다.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을 통해 은행에 대한 당국의 지원의지를 확인하였기 때문에 디폴트 리스크의 반영부분 만큼은 스프레드가 축소될 여지가 있다.

 

크레딧물도 만기별로 차별화될 것으로 판단한다. 국민연금이 약 10조원의 회사채 및 은행채 매수 계획을 밝힘에 따라 만기 5년 이상의 장기 공사채와 회사채, 은행채 스프레드는 국민연금의 매수와 함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2년 이하 단기 은행채의 경우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다. 연초 은행채 스프레드가 빠르게 축소되었던 때와 달리, 대부분 기관들의 은행채 포지션은 여전히 무거운 상황이다. 더구나 통안1년의 상대적 약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기 은행채 스프레드는 추가 확대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중소기업의 금융지원 확대를 위해 기업은행에 1조원 현물출자가 추진된다. 당국은 BIS비율 유지를 위한 자본확충 목적이며, 1조원 증자시 중소기업 대출여력은 약 12조원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재원 마련을 위한 중금채 발행 증가로 국고/통안 대비 중금채 스프레드가 확대될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거치식 장기회사채펀드에 대한 비과세와 함께 은행채 편입이 가능하다면 단기 은행채 수급도 개선의 여지는 있다. 크레딧물의 금리수준을 감안할 때 비과세 시행시 은행의 정기예금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편입가능 등급채권과 종류에 주목할 만하다.

 

2008.10.20

The Bell(Moneytoday)

http://www.moneytoday.co.kr/view/mtview.php?type=1&no=2008102014336013836&outli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