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황기의 채권투자전략

bondstone 2008. 11. 17. 23:10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글입니다.

 

불황기의 채권투자전략

(2008.11.17)

 

 

채권금리, 변동성은 심하겠지만 점진적 하향안정 예상

 

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4.0%로 0.25%p 인하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한달 여 만에 무려 1.25%p를 인하한 것이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 CD금리 등 채권금리가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은행이 1.25%p의 금리를 인하하는 동안 한국 채권시장에서는 두가지 독특한 현상이 나타났다.

 

첫번째는, 금리인하를 시작한 10월9일부터 10월27일까지 기준금리와 3개월 CD금리가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를 1%p 인하하는 동안 국고채5년 금리는 1.01%p가 하락했지만, CD금리는 오히려 0.08%p가 상승했다.

 

은행들은 최근 수년간 경쟁적으로 대출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전세계적인 주가상승으로 자금은 예금을 떠나 펀드로 옮겨갔고, 은행들은 은행채와 CD를 발행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왔다. 문제는, 대출만기는 주택담보대출 등 비교적 장기였던 데 반해 은행채나 CD의 만기는 짧다는 점이다. 만기도래하는 은행채나 CD의 차환발행이 원활할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자산가격이 급락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고, 시중유동성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차환발행도 어려워졌다. 은행들은 금리를 높여 고금리예금으로 자금을 유치했고, 채권금리들도 동반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CD금리는 물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계속 높아졌던 이유다.

 

이런 현상은 여러가지 대책을 통해 정상화되었다. 당국은 은행이 CD(혹은 은행채)를 덜 발행해도 되도록 원화유동성비율 규제를 풀어주었고, 한국은행은 은행채를 매입(공개시장조작)해서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였다. 10월24일 6.18%이던 CD금리가 5.5%대까지 급락했다.

 

두번째 독특한 현상은 10월31일부터 나타났다. 11월에도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는 등 향후 상당폭의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되는데도 11월14일까지 지표금리인 국고채5년 금리가 무려 1.02%p 폭등했다. 금리인하를 시작하기 전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채권수급의 균형이 깨진 것이 원인이었다. 건설사 및 중소기업 지원, 감세, 재정지출 확대 등 내수부양 정책을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채권시장에서 국채나 공사채, 산업은행채 등을 발행해서 조달해야 한다. 내년도 국채발행규모는 올해보다 35% 이상 급증한 7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채권시장의 전통적인 큰 손이었던 연기금은 주식투자 비중 확대 때문에, 은행은 우선적인 자금확보 때문에 채권투자가 크게 감소했다. 2006년 이후 이들의 자리를 대신했던 기관은 단기차입을 통해 채권투자에 나섰던 외국인과 외국계은행, 그리고 자기자본투자를 강화했던 증권사였다. 그러나 외국인과 외국계은행은 본국의 자금사정으로 자금을 빼고 있으며, 증권사들도 콜 차입 규모를 줄이는 등 유동성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채권발행으로 돈 쓸 곳은 점점 늘어나는데 이를 소화해줄 곳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얘기다. 당국은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이나 한국은행의 국고채 직접매입 등으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채권금리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향후에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PF대출과 건설사, 저축은행 부실 문제, 가계부채, 은행의 자산건전성 악화, 외국인의 채권투자자금 이탈 등이다. 상황이 악화될 때마다 당국은 유동성공급과 금리인하, 규제완화와 안정대책 등으로 채권금리를 안정시켜 나갈 것이다. 향후 채권금리는 변동성이 상당히 크겠지만, 당국의 개입으로 꾸준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불황기의 채권투자

 

불황기에는 채권투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다. 채권투자는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채권은 만기보유시 금리변동위험을 피해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성향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는 내가 채권을 가지고 있는 동안 발행기업이나 국가가 부도가 나지 않아야 하고, 둘째는 만기까지 보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확정된 이자와 원금을 지급받는 ‘안전한’ 투자상품이 된다. 보유한 채권이 부도가 나거나 만기 전에 시장가격에 팔아야 할 경우라면 약속된 원리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처음 매입당시보다 금리가 하락했다면 중도매각시 주식처럼 시세차익을 거둘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발행기업의 안정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증권사나 신용평가회사를 통해 기업과 신용등급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초보자인 경우 무조건 금리가 높은 채권보다는 신용등급이 높으면서도 은행 정기예금금리보다 높은 A등급 이상 우량등급의 채권을 선택하는 것이 무난하다.

 

현재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는 6%대 중후반에서 우대금리를 적용할 경우 최대 7%대 초반이다. 반면, 같은 은행이 발행한 1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11월17일 현재 7.21%이다. AAA등급인 은행채는 예금자보호상품은 아니지만 1년 내에 은행이 부도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최근 은행채와 함께 개인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채권은 카드/캐피탈채권이다. 삼성카드, 현대카드와 같은 카드회사(AA0등급)가 발행한 1년 만기 채권금리는 8.29%에 이른다. 최근의 불안한 경제상황을 감안하여 1년이라는 기간이 부담스럽다면, 좀 더 만기가 짧은 채권을 선택할 수도 있다. 3개월 만기가 6.10%, 6개월 만기 채권금리도 7.51%이다.

 

100억원 단위로 매매되는 기관간 채권거래의 영향으로 개인들의 채권투자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채권투자도 증권사에 따라 계좌개설 후 전화 한통으로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금액도 1,000원 이상이다. 2007년부터는 개인들도 HTS를 통해 쉽게 소액채권을 매매할 수 있는 소매채권시장이 개설되었다. 1천만원 이하의 소액채권투자가 전체 거래건수의 60%가 넘는다.

 

채권금리는 변동성은 크겠지만,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정기예금금리도 계속해서 낮아질 것이다. 신용위험에 대한 극도의 회피현상으로 은행채, 회사채와 국채 금리차이가 지금처럼 많이 확대된 적이 없었다. 신용위험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기 수급도 큰 영향을 끼쳤다. 포트폴리오 중에서 일부를 확정금리상품으로 가져간다면, 현 시점이 가장 적합한 때라고 본다. 한껏 금리가 높아진, 만기가 짧은 AAA등급 은행채와 우량등급 회사채는 훌륭한 투자대안이 될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채권 보유기간 동안의 부도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은 필수다.

 

2008.11.17

한국경제 Money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