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력한 유동성 공급 의지가, 유동성을 아끼는 길

bondstone 2008. 11. 24. 09:11

<신동준의 채권이야기> 정부 채권수급안ㆍ韓銀유동성 정책 관건

 

11월 6일 이후 12영업일 동안 지표금리인 국고채 5년물의 움직임은 ‘안전자산’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만큼 변동성이 컸다. 전일 대비 변동폭이 평균 0.14%포인트였으며, 12영업일 동안 단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0.10%포인트 이상 움직였다.

 

최근 1년 동안의 평균 변동폭이 0.06%포인트인 점을 감안하면 평소 대비 배 이상이다. 특히 지난 13일은 채권안정펀드에 대한 해프닝으로 무려 30bp나 폭등했다. 5년8개월 만의 최고 변동폭이다.

 

11월에도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내렸고,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오히려 0.28%포인트 올랐다. 저점은 4.76%, 고점은 5.60%이었으며, 지난주 말 종가는 그 중간쯤인 5.14%에 멈춰섰다. 이쯤되면 현기증이 난다. 방향성은 없고, 변동성은 크다. 뭔가 뒤죽박죽 되어 있는 느낌이다. 역시 원인은 채권 수급과 신뢰의 균열이다.

 

가장 먼저 살 곳이 없다. 전통적으로 최대의 채권 매수기관인 국민연금은 주식투자 비중 확대 때문에, 은행은 우선적인 자금 확보 수요 때문에 채권투자를 크게 줄였다. 2006년 이후 이들의 자리를 대신했던 기관은 단기 차입을 통해 채권투자에 나섰던 외국인과 외국계 은행, 그리고 자기자본투자를 강화했던 증권사였다.

 

그런데 최근 외국인과 외국계 은행은 본국의 자금사정으로 자금을 빼고 있으며, 증권사들도 콜 차입 규모를 줄이는 등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시장에 물량은 넘쳐난다. 감세와 재정 확대로 내년 국채 발행 물량이 올해보다 35% 이상 급증한 72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사채 등 경기부양을 위한 채권 발행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그런데 채권 발행을 통해 돈 쓸 곳은 점점 늘어나지만 이를 소화해줄 곳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시장금리를 끌어내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더 이상 채권시장은 기준금리만 인하해주면 얼마든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현금인출기가 아니다.

 

게다가 정부의 행보는 어정쩡하다. 당국은 정제되지 않은, 고민이 묻어나지 않은 대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러니 정책 효과는 반감된다. 신뢰의 위기다. 크게 늘어날 채권 발행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대책들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 의지도 의심스럽다. 인플레가 걱정될 정도로 전폭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나서도 모자란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한 뒤 사후적인 수급 차원에서 마지못해 자금을 푸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느슨함이 없는 긴장된 금리인하 시그널과 함께 통안채 중도상환 등을 통해 강력한 유동성 공급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앞으로 유동성을 아낄 수 있는 길이다.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

 

알림:이번주부터 채권이야기 필진이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으로 바뀝니다. 신 팀장은 한국투자, 동부증권 애널리스트, 삼성투신운용 채권매니저를 거쳤고, 언론사 선정 베스트 애널 채권 부문 1위를 차지한 전문가입니다. 유지영 PCA투신 채권매니저에 이어 많은 관심 바랍니다.

 

2008.11.24

헤럴드경제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8/11/24/200811240165.asp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8/11/24/200811240455.asp

 

 

* 이번주부터 헤럴드경제에 월요일마다 칼럼을 쓰기로 했다.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홍모기자의 완곡한 부탁이기도 하고, 고등학교 동기이자 원래 칼럼을 썼던 유지영이가 회사를 옮기면서 당분간 쓰기가 어렵다고 하는 바람에 거절하기 힘들었다. 당연히 원고료도 없다. 나중에 밥이라도 얻어먹어야지...홍기자님, 밥한번 사실꺼죠?? ㅎㅎ

 

제목을 "신동준의 채권이야기...."라고 뽑아줬는데....쑥쓰럽다...

분량이 길어서였는지, 원문을 꽤 수정한 듯 하다.

아래가 원문...

 

 

강력한 유동성 공급 의지가, 유동성을 아끼는 길

 

 

11월6일 이후 12영업일 동안 지표금리인 국고채 5년물의 움직임은 ‘안전자산’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만큼 변동성이 컸다. 전일대비 변동폭이 평균 14bp였으며, 12영업일 동안 단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10bp 이상 움직였다. 최근 1년 동안의 평균 변동폭이 6bp였으므로 평소에 비해 두배 이상의 급등락을 겪고 있다. 11월13일은 채권안정펀드에 대한 헤프닝으로 무려 30bp나 폭등했다. 5년 8개월 만의 최고 변동폭이다.

 

동기간 동안 금리가 오른 날이 6일, 내린 날이 6일이다. 11월에도 기준금리를 25bp 인하했고,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오히려 28bp가 올랐다. 저점은 4.76%, 고점은 5.60%이었으며, 지난주말 종가는 그 중간 쯤인 5.14%에 멈춰섰다. 이쯤 되면 현기증이 난다. 방향성은 없고, 변동성은 크다. 뭔가 뒤죽박죽 되어 있는 느낌이다.

 

원인은 채권수급과 신뢰의 균열에 있다.

 

전통적으로 최대의 채권 매수기관인 국민연금은 주식투자 비중 확대 때문에, 은행은 우선적인 자금확보 수요 때문에 채권투자가 크게 감소했다. 2006년 이후 이들의 자리를 대신했던 기관은 단기차입을 통해 채권투자에 나섰던 외국인과 외국계은행, 그리고 자기자본투자를 강화했던 증권사였다. 외국인과 외국계은행은 본국의 자금사정으로 자금을 빼고 있으며, 증권사들도 콜 차입 규모를 줄이는 등 유동성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감세와 재정확대로 내년 국채발행 물량이 올해보다 35% 이상 급증한 7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사채 등 경기부양을 위한 채권발행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건설사 지원을 위한 토지공사채 3조원,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프라이머리 CBO 3조원, 채권안정펀드 지원을 위한 산금채 2조원과 중소기업 대출을 위한 중금채 발행 등이다. 채권발행을 통해 돈 쓸 곳은 점점 늘어나지만, 이를 소화해줄 곳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시장금리를 끌어내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더 이상 채권시장은, 기준금리만 인하해주면 얼마든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현금인출기가 아니다.

 

여기에 당국의 정제되지 않은, 고민이 묻어나지 않은 대책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정책효과는 반감된다. 신뢰의 위기다. 크게 늘어날 채권발행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대책들이 필요하다. 지금은 한국은행의 유동성공급 의지가 의심받고 있다. 인플레가 걱정될 정도로 전폭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나서도 모자란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한 뒤 사후적인 수급차원에서 마지못해 자금을 푸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느슨함이 없는 긴장된 금리인하 시그널과 함께 통안채 중도상환 등을 통해 강력한 유동성 공급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앞으로 유동성을 아낄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