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리인하에도 시중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이유

bondstone 2008. 12. 1. 10:36

지난주 후반부터 당국의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지는 느낌이다. 은행의 자본확충 문제나 구조조정을 더 늦기 전에 빨리 단행해야 하며, 한국은행은 좀 더 적극적인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라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과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구조조정도, 금리인하도, 채권금리 하락도 생각보다 더 빨리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준의 채권이야기> 신용경색이 시중금리 인하 발목

 

지난주 국고채3년 금리는 0.12%포인트 하락하면서 4.87%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당국은 여전히 급하다. 기준금리를 내리는데 왜 시중금리는 떨어지지 않느냐고 한다.

 

기준금리가 1.25%포인트나 인하되는 은행채3년 금리는 오히려 0.11%포인트가 올랐으며, 기업이 체감하는 장, 단기 금리인 회사채(AA-등급)3년 금리와 3개월 기업어음(CP) 금리는 각각 무려 0.94%포인트, 0.47%포인트 급등했다. 금리인하가 무색한 상황이다. 그나마 국고채3년 금리와 CD금리가 각각 0.74%포인트, 0.51%포인트가 하락한 건 다행이다.

 

지난주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고채3년 금리는 하락했지만, 은행채와 회사채 금리는 오히려 각각 0.29%포인트와 0.34%포인트 상승했다. 금리가 떨어진 국채와 통안채의 채권발행잔액이 전체 채권시장에서 약 45% 정도 되므로, 지난주에 국고채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절반이 넘는 채권투자자들은 채권가격하락(금리상승)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시중금리가 떨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용경색이다. 유동성 전달 창구인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막혀있다. 돈이 풀리는 경로를 살펴보자. 경기부진으로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생산활동이 위축되면 중앙은행은 금리인하를 통해 시중에 돈을 푼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기준금리만큼의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면 시중은행이 이를 다시 민간에 대출하는 형태로 돈이 풀린다.

 

그런데 지난주 한 중견그룹의 주력계열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당국은 구조조정의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건설사 등 옥석가리기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한창이다. 이렇게 도처에 기업의 부도 리스크가 존재하고, 또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의 민간대출은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은행에 돈을 빌려준다고 해도 BIS비율에 발목을 잡힌 은행들의 자발적 대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통해 아무리 시중에 돈을 풀어도 돈이 풀려나가지 못한다. 통화 유통속도도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앞둔 회사채나, BIS비율 하락이 분명한 은행채를 매수하기는 어렵다. 10조원 규모로 조성될 채권시장 안정펀드도 결국 은행 등 출자금융기관에 돈을 빌려주고 그 돈으로 회사채를 사서 리스크를 떠안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럴 땐 정부나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정부는 구조조정의 기준을 민간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기준을 제시하고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 정부가 국채발행과 적자재정을 통해 돈을 푸는 동안, 중앙은행은 국채발행이 시중금리를 상승시키지 않도록 국채나 통안채를 매입해주어야 한다. 발권력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일관성 있는 정책공조와 효율이 절실하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채권분석팀장

 

2008.12.1

헤럴드경제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8/12/01/200812010390.asp

 

아래는 원문...

 

 

금리인하에도 시중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이유

(2008.12.1)

 

 

지난주 국고채3년 금리는 0.12%포인트 하락하면서 4.87%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당국은 여전히 급하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는데 왜 시중금리는 떨어지지 않느냐고 한다. 기준금리가 1.25%포인트나 인하되는 동안 국고채3년 금리와 CD금리는 그나마 각각 0.74%포인트, 0.51%포인트가 하락했다. 그러나 은행채3년 금리는 오히려 0.11%포인트가 올랐으며, 기업이 체감하는 장, 단기 금리인 회사채(AA-등급)3년 금리와 3개월 기업어음(CP) 금리는 각각 무려 0.94%포인트, 0.47%포인트 급등했다. 금리인하가 무색한 상황이다.

 

지난주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고채3년 금리는 하락했지만, 은행채와 회사채 금리는 오히려 각각 0.29%포인트와 0.34%포인트 상승했다. 금리가 하락한 국채와 통안채의 채권발행잔액이 전체 채권시장에서 약 45% 정도 되므로, 지난주에 국고채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절반이 넘는 채권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시중금리가 떨어지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신용경색에 있다. 유동성 전달 창구인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막혀있기 때문이다. 돈이 풀리는 경로를 살펴보자. 경기부진으로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생산활동이 위축되면 중앙은행은 금리인하를 통해 시중에 돈을 푼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기준금리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면 시중은행이 이를 다시 민간에 대출하는 형태로 돈이 풀린다.

 

지난주 한 중견그룹의 주력계열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당국은 구조조정의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건설사 등 옥석가리기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한창이다. 이렇게 도처에 기업의 부도 리스크가 존재하고, 또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의 민간대출은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은행에 돈을 빌려준다고 해도 BIS비율에 발목을 잡힌 은행들의 자발적 대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통해 아무리 시중에 돈을 풀어도 돈이 풀려나가지 못한다. 통화 유통속도도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앞둔 회사채나, BIS비율 하락이 분명한 은행채를 매수하기는 어렵다. 10조원이 조성되는 채권시장 안정펀드도 결국 은행 등 출자금융기관에 돈을 빌려주고 그 돈으로 회사채를 사서 리스크를 떠안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럴 땐 정부나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정부는 구조조정의 기준을 민간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기준을 제시하고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 정부가 국채발행과 적자재정을 통해 돈을 푸는 동안, 중앙은행은 국채발행이 시중금리를 상승시키지 않도록 국채나 통안채를 매입해주어야 한다. 발권력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일관성 있는 정책공조와 효율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