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급부담과 당국의 고민

bondstone 2009. 3. 25. 08:38

 

[신동준의 채권이야기]수급불안ㆍ변동성 확대…펀더멘털이 좌우

 

 

 

채권시장이 다시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추경용 국채발행과 관련한 불안감이 여전한 듯하다. 3월 중순 이후 채권금리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빠르게 하락했다. 5년 국고채금리가 4%대 중후반에서 4%대 초반으로 낮아지면서 추가 매수에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진입했다.

 

더구나 추경용 국채와 관련한 시장안정대책 발표 시점이 몇차례 연기되는 등 당국의 대응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이다. 그러는 사이에,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추경용 국채의 시장소화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치던 재정부장관 등 당국에 대한 신뢰도 많이 약해졌다.

지난 5영업일 동안 국고채3년 금리는 0.02%포인트가 상승하면서 가장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금리가 가장 많이 하락했던 장기물의 경우 국고채10년 금리가 0.15%포인트, 20년 금리가 0.22%포인트가 급등했다. 3월23일 진행되었던 국고채20년 4000억원 입찰에서는 응찰규모가 못미치면서 3,980억원만이 5.10%에 낙찰되었다. 직전일 시가평가 금리보다 무려 0.19%포인트가 높은 금리였다.

시장심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 것은 통안채 등 단기물이었다. 중장기 국고채 발행에 따른 수급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1년 단기국채, 변동금리부(FRN)국채, 재정증권 등이 모두 단기물의 수급을 악화시키는 요인들이다. 적극적이었던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마저 멈추면서 수급부담이 단기금리 쪽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통안채2년 금리는 일주일 사이에 0.25%포인트가 급상승했다. 단기물 금리가 급등하면서 그동안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여왔던 중장기물마저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으로 빠져들었다.

추경 규모는 28.9조원 수준으로 확정되었다. 세계잉여금 2.1조원과 기금의 여유자금 활용 3.3조원, 기금차입금 1.5조원을 제외한 22.0조원이 적자국채로 발행될 예정이다. 국채발행을 통해 조성되는 외국환평형기금에서 5.1조원을 전용하게 되어 실제 국고채 발행규모는 16.9조원으로 결정되었다. 4월부터 월평균 8조원 이상의 국채발행을 소화해야 한다.

채권금리는 기본적으로 펀더멘털을 따라간다. 그리고 짧게는 수급에 좌우된다. 금리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때는 아무리 채권발행 물량을 줄여도 금리는 상승하고, 반대로 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할 때는 발행물량이 아무리 많아도 다 소화하면서 금리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순간순간의 수급부담 혹은 공급축소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뿐이다.

모기지금리와 연동되어 가계의 이자부담에 직격탄을 주는 미국의 장기국채와 달리, 우리나라의 장기국채는 특별히 당국의 대책을 통해 금리수준을 낮추어줘야 한다는 논리가 어색하다. 오히려 가계와 기업의 자금흐름이 CD 등 단기금리에 더 연동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단기금리를 희생해 가면서 장기금리를 낮춰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명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도 시장불안의 원인이 된다.

가계나 기업이든, 정부든 호주머니가 바닥나 어딘가에서 대규모로 돈을 빌려다 써야할 경우에 나타나는 부작용은 있을 수 밖에 없다. 추경용 국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일부 구축효과가 나타나는 근본적인 부작용을 피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당국의 지혜를 기대해본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채권분석팀장 

 

2009.3.25

헤럴드경제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9/03/25/200903250561.asp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9/03/25/200903250261.asp

 

 

아래는 원문

수급부담과 당국의 고민

(2009.3.25)

 

채권시장이 다시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추경용 국채발행과 관련한 불안감이 여전한 모습이다. 3월 중순 이후 채권금리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빠르게 하락했다. 5년 국고채금리가 4%대 중후반에서 4%대 초반으로 낮아지면서 추가 매수에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진입했다. 더구나 추경용 국채와 관련한 시장안정대책 발표 시점이 몇차례 연기되는 등 당국의 대응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추경용 국채의 시장소화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치던 재정부장관 등 당국에 대한 신뢰도 많이 약해졌다.

 

지난 5영업일 동안 국고채3년 금리는 0.02%포인트가 상승하면서 가장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금리가 가장 많이 하락했던 장기물의 경우 국고채10년 금리가 0.15%포인트, 20년 금리가 0.22%포인트가 급등했다. 3월23일 진행되었던 국고채20년 4천억원 입찰에서는 응찰규모가 못미치면서 3,980억원만이 5.10%에 낙찰되었다. 직전일 시가평가 금리보다 무려 0.19%포인트가 높은 금리였다.

 

시장심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 것은 통안채 등 단기물이었다. 중장기 국고채 발행에 따른 수급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1년 단기국채, 변동금리부(FRN)국채, 재정증권 등이 모두 단기물의 수급을 악화시키는 요인들이다. 적극적이었던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마저 멈추면서 수급부담이 단기금리 쪽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통안채2년 금리는 일주일 사이에 0.25%포인트가 급상승했다. 단기물 금리가 급등하면서 그동안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여왔던 중장기물마저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으로 빠져들었다.

 

추경 규모는 28.9조원 수준으로 확정되었다. 세계잉여금 2.1조원과 기금의 여유자금 활용 3.3조원, 기금차입금 1.5조원을 제외한 22.0조원이 적자국채로 발행될 예정이다. 국채발행을 통해 조성되는 외국환평형기금에서 5.1조원을 전용하게 되어 실제 국고채 발행규모는 16.9조원으로 결정되었다. 4월부터 월평균 8조원 이상의 국채발행을 소화해야 한다.

 

채권금리는 기본적으로 펀더멘털을 따라간다. 그리고 짧게는 수급에 좌우된다. 금리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때는 아무리 채권발행 물량을 줄여도 금리는 상승하고, 반대로 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할 때는 발행물량이 아무리 많아도 다 소화하면서 금리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순간순간의 수급부담 혹은 공급축소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뿐이다.

 

모기지금리와 연동되어 가계의 이자부담에 직격탄을 주는 미국의 장기국채와 달리, 우리나라의 장기국채는 특별히 당국의 대책을 통해 금리수준을 낮추어줘야 한다는 논리가 어색하다. 오히려 가계와 기업의 자금흐름이 CD 등 단기금리에 더 연동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단기금리를 희생해 가면서 장기금리를 낮춰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명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도 시장불안의 원인이 된다. 가계나 기업이든, 정부든 호주머니가 바닥나 어딘가에서 대규모로 돈을 빌려다 써야할 경우에 나타나는 부작용은 있을 수 밖에 없다. 추경용 국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일부 구축효과가 나타나는 근본적인 부작용을 피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당국의 지혜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