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리인하 기조 종료, 추세 상승 시작

bondstone 2009. 4. 8. 14:30

금리인하 기조 종료, 추세 상승 시작

 

 

 

4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수준인 2.0%에서 동결했다. 한은총재는 “금년 상반기 중에는 바닥을 치고 올라간다는 것을 느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년까지는 불확실성이 워낙 많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전개에 따라 정책선택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금리인하의 여지가 완전히 닫혔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라고 언급했다.

 

현 시점에서 한은의 금리인하는 일단 휴지기에 들어갔으며, 향후 상황에 따라 더 내릴 수도, 아닐수도 있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금리를 인하해야 할 상황이 올 것인가를 전략적으로 판단하여 투자해야 한다면 금리인하 기조는 종결된 것으로 본다. 금리인하는 휴지기를 거치면서 종료가 확인될 것이며, 상당히 강하게 진행된 금융완화는 점차 정리단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채권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해졌을 때 시행하던 시장안정용 혹은 RP용 국고채 단순매입은 평소에도 해왔던 통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향후 직매입은 물론이거니와, 추경용 국채를 소화하기 위한, 혹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국고채 단순매입은 없을 것이다. 최근 금리급등으로 한은의 국채매입이 임박했다는 기대가 있다. 실제로 국고3년과 5년은 1월8일 저점대비 각각 62bp, 86bp가 급등했다. 동기간 크레딧물의 움직임은 달랐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큰 폭으로 축소되었다. 회사채(AA-등급) 금리는 오히려 147bp가 급락했다. 즉, 채권시장 전체가 불안정해서 금리가 올랐다기보다는, 과도하게 확대되었던 신용스프레드의 정상화 진행과정에서 국채금리가 올랐다.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신용경색이 완화되고, 국채로만 몰렸던 수요가 여타 크레딧물로 전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국채금리 급등을 이유로 단순매입에 나설 이유가 없다.

 

유동성은 이미 충분히 풀렸다. 단지 은행과 단기시장에 몰려있는 자금들을 어떻게 하면 돌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은행에 대한 지급보증과 자본확충펀드 등으로 당국의 은행에 대한 지배력은 서서히 강화되고 있다. 최근 당국은 은행의 대출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도록 독려했다.

 

경기침체시 중앙은행들은 정책금리를 인하한다.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의 자금중개기능은 현저히 떨어져 있다. 돈이 돌지 않는다. 그래서 금리를 더 내리고 돈을 더 푼다. 그러다보면 경기가 최악인 국면에서 풀릴대로 풀린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을 찾아 서서히 움직인다. 현재 1년짜리 예금 및 대출금리는 2~4%로 크게 낮아졌다. 자산가격 상승은 기저효과로 반등하던 경제지표를 실제로 개선시키는 흐름의 초입단계가 진행 중이다.

 

경기침체시 통화 및 재정정책을 통해 막대하게 풀려진 유동성에 의해 경기가 바닥을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일 때, 느슨한 통화관리는 사후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는 것이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경험이다. 실제 금리인상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입장에서 지금부터 1~2분기 동안은 경기바닥 이후 과잉유동성의 시장친화적 정리방안에 대해 고민을 진행해야 할 시점이다.

 

경기의 바닥 혹은 변곡점 부근에서는 경기가 돌아섰다는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경제지표들은 후행적이며, 확신을 갖는 시점이 온다면 주가와 금리 수준은 이미 달라져 있을 것이다.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GDP성장률이 3% 이하일 때 보통 경기가 나쁘다고 한다.  그러나 경기동행종합 ‘지수’ 자체를 보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기가 후퇴하고 있다. 그 후퇴가 2월부터 멈춰섰으며, 이후 과거의 평균에 못미치는 저성장을 거쳐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전년동월비나 전기비로 보면 뚜렷한 개선이 나타난다.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것은 후퇴하던 경기가 멈춰섰으며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의미이고,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이후라고 하는 것은 성장의 기울기가 과거 평균수준으로 복귀하기 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기저효과라고 함은 전년동기비 숫자들을 의미한다. 본격적인 경기회복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경기는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가격들은 그러한 모멘텀을 반영해서 먼저 반응한다.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하거나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시장이 다시한번 충격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혹시 20위권 밖의 대기업군중 일부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다고 가정하더라도, 큰 충격을 받았을 작년말과는 달리 이제는 구조조정의 마무리 내지 구조조정 리스크의 완화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높다.

 

최근 몇 개월간 채권매수를 미뤄왔던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들의 장기채 매수 누증압력이 턱밑에 차오르는 느낌이다. 또한 은행의 1년 정기예금 대비 채권투자의 매력도가 오랜만에 높아졌다. 1~2년 구간의 강세는 이를 반영한다. 따라서 물량이 늘어난 국채입찰을 몇차례 경험해 볼 한두달 간은 채권금리가 급등하기보다 바닥을 다지며 박스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제지표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채권시장에 불리한 지표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경기는 바닥을 지나고 있고 통화정책은 더 이상의 완화가 어려운 가운데, 국고3년 금리는 작년 9월말 6%에서 3개월만에 300bp가 급락했다. 이후 약 3개월을 3.50~4.00% 안의 박스권에 갇혀있는 상황이다. 4월9일 현재 3.89% 금리에서 남아있는 추가 하락폭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50bp를 넘기 어렵다. 조금 시계를 길게 보면 채권시장, 특히 국채금리는 서서히 상승을 준비해야 할 때다.

 

2009.4.10

머니투데이 the Bell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09041310586062986&outli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