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리인상, 두려워 할 필요 없다

bondstone 2009. 9. 8. 11:05

 

금리인상, 두려워 할 필요 없다

 

 

금리인상 지연 가능성 대두, 채권금리 반락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 이후 금리인상이 늦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회복이 확실해질 때까지 확장적 재정, 통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며,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성명서가 발표되었고, 성명서에는 출구전략에 관한 우리나라의 제안이 상당부분 채택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분간 한국은행의 매파적 행보를 제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적으로도 대통령과 재정부장관이 연일 “금리인상 시기상조, 국제적 공조 강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저금리-고환율 정책을 추진했던 강만수 경제특보가 복귀했고, 내년 3월말 한은총재의 임기만료에 따라 성장 드라이브를 추구하는 친 MB성향의 새 총재가 선임될 경우 금리인상 시기가 지연되거나 인상폭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예상이 늘어나고 있다.

 

대내외 정치, 경제적 상황변화를 반영하여 채권금리도 반락 중이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주가상승과 출구전략 논의로 한 달여 만에 70bp가 급등하면서 4.61%까지 올랐던 국고3년 금리는 어느덧 4.30%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연말 재정수요 감소에 따른 국채 발행물량 축소 기대감까지 반영되면서, 국내외 경제지표의 개선과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채권금리는 하향안정되고 있다.

 

 

경제주체들은 이미 금리인상을 반영 중, 상징적인 금리인상만이 남아있다

 

재정 및 통화정책(원화,외화)과 금융감독 등을 포함한 광의의 개념으로 본다면 출구전략은 상당부분 진행 중이다.

 

리먼파산 이후 우리나라의 위기는 원화 보다는 외화유동성의 문제였다. 한국은행은 경쟁입찰 방식 외환스왑과 외화대출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1월중 250억 달러까지 공급했으나, 현재 1/5 수준인 46억 달러를 남겨두고 모두 흡수하였다. 8월말 당국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세제개편에 나섰으며, 감독당국은 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였다. 한국은행의 비전통적 원화유동성 공급조치들은 11월을 전후하여 일몰조항에 의해 정상화될 예정이다. 이제 광의의 출구전략 중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만이 아직 시작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현시점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상징적인 의미만을 가질 수 있다. 왜냐하면 이미 경제주체들은 연말 혹은 내년초부터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을 기정사실화하여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금리는 금리인상을 선반영하고 있다. 특히CD금리를 포함한 단기금리들은 꽤 올랐다. 9월7일 현재 통안채6개월-기준금리, CD금리-기준금리 스프레드는 모두 57bp까지 확대되었다. 이들의 2003년 이후 평균 스프레드가 각각 30bp, 38bp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6개월 만기 단기금리도 한차례 정도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만기가 1년 이상인 채권금리는 더하다. 기준금리와의 스프레드를 고려할 경우 거의 75~100bp 수준의 금리인상까지 반영하고 있다.

 

은행의 정기예금금리 인상 속도도 어느 때보다 빠르다. 금융기관이 가입할 수 있는 1년 정기예금금리가 3.85~4.00%까지 올랐고, 일부 정부금융기관의 경우 4.60% 수준까지 받을 수 있다.

 

 

금리인상 선반영의 순기능, 과열과 변동성 확대로부터의 안정성을 확보

 

경제주체들과 금융시장의 금리인상을 예상한 움직임은, 아직 금리인상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실제 금리인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대출수요자들의 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으며, 레버리지를 통해 부동산 매입에 나서려던 가수요가 주춤거리고 있다. 당국은 전통적인 비수기인 8월에도 부동산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만약 금리인상 예상이 없었다면 대출증가와 부동산가격 상승은 지금보다 훨씬 컸을 것이다.

 

가파르게 상승하던 주식시장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만약 출구전략 논의가 없었다면 주가도 지금보다 훨씬 높은, 버블이 우려되는 수준까지 내달렸을 가능성이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콜과 CD금리 등 단기금리로 차입하여 중장기물에 투자하거나,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하는 형태가 더욱 급증했을 것이다.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돈을 빌려가지 말라고, 오르는 자산에 투자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어렵다.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면서 설비투자와 소비를 독려하는 것도 모순된다. 금리를 인상하면 과도한 부채 때문에 충격이 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경제주체들이 알아서 부채조정에 나설 것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채는 더욱 늘어날 것이며 그런 논리라면 금리는 영원히 올릴 수 없다. 완만하게라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시그널이 부채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과도한 차입과 레버리지를 통한 쏠림은 향후 좋지않은 변동성을 키웠다는 것이 지난 몇 년간의 경험들이었다. 경제주체와 금융시장의 실질적인 금리인상 선반영은, 과열과 불안정한 변동성 확대로 전이될 수 있었던 금융시장에 안정성을 확보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단기간에 타올랐다 꺼지곤 했던 금융시장발 더블딥의 리스크 역시 크게 줄여 주었다.

 

 

금리인상이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의 재확산은 경제와 금융시장에 독이 될 수 있다

 

만약 경제주체들이 기준금리 인상이 늦춰지거나 무시할 수 있을 만큼의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다시 하게 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채권금리 하락과 주가, 부동산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일시적으로는 좋아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담을 줄 것이다. 아직까지는 아니지만, 미래의 자산가격 버블을 키우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그 영향으로 결국 막바지에 허둥지둥 금리인상에 나서게 되는 것이 금융시장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80년대말 일본과 2000년대초 미국의 사례는 성급한 금리인상이 경기를 침체에 빠뜨린 것이 아니다. 그 이전 단계에서,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버블을 키웠고, 허둥지둥 뒤늦게 시작한 금리인상에 버블이 한꺼번에 붕괴된 영향이었다.

 

한은총재의 표현대로 ‘특수한 상황’에서 단행된 ‘특수한 조치’인 기준금리인 2.00%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금융위기 이전에 가봤던 가장 낮은 기준금리는 3.25%였다. 잠재성장률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가 3.00%이라고 해도 지극히 경기부양적인 금리수준이다.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면 그 수준에서 상당기간을 머무를 수도 있고, 대외적인 영향으로 더블딥 리스크가 커질 때 추가 정책여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내년 중반 이후 선진국들이 금리인상 시점을 두고 고민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스탭을 유지하면서 충격없이 느긋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좋은 경험이 있다. 기준금리를 3.25%부터 꾸준하게 인상했던 2005~2007년에는 시장에 큰 충격 없이 5.00%까지 올릴 수 있었다. 과거에 비해 비교적 빨리 시작했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고, 비교적 높은 수준까지 올릴 수 있었다. 그 결과 부동산시장의 과도한 자금유입을 적절하게 차단할 수 있었고, 당국이 자랑하는 금융위기 이후 정책여력 확보를 통한 신속한 대응의 기반이 되었다.

 

이미 금리인상을 상당부분 선반영하고 있는 만큼, 당장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시장에 큰 혼란은 없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과도한 레버리지와 과열 가능성을 방지하면서 건전한 경기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2009.9.8

머니투데이 the Bell

http://stock.mt.co.kr/view/mtview.php?no=2009090814146012840&type=1

머니투데이에는 9월14일자로 오픈이 되는 바람에 철지난(?) 이야기가 되었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