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출구전략과 금리인상, 향후 전망

bondstone 2009. 9. 11. 09:43

 

 

출구전략과 금리인상, 향후 전망

(2009.9.11)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채권금리 상승

 

시중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잠잠하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3개월 CD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3개월 CD금리는 4월 중순부터 단 하루(6월4일, 2.42%)를 제외하고는 계속 2.41%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4개월 동안 고정되어 있었다. 그런 CD금리가 8월초부터 슬금슬금 오르더니 한달 만에 2.58%까지 0.17%포인트가 올랐다.

 

장기금리는 연초부터 꾸준히 상승했다. 연초 경기침체시에는 정부의 재정지출 자금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이 크게 증가하면서 크게 올랐고(채권가격 하락), 경기가 바닥을 치고 개선될 때는 주식과 원자재 같은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취급받는 채권금리가 올랐다. 7월 들어서는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출구전략(exit strategy) 논의로 채권금리 수준이 한단계 더 높아졌다. 7월초부터 약 한 달 만에 국고채3년 금리는 0.70%포인트가 급등한 4.61%까지 상승했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00%로 강력한 금융완화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출구전략은 특수한 상황에서 동원된 특별한 조치가 장기간 계속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커지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은행이 발행하는 달러표시 채권에 보증을 서준다거나, 한국은행이 은행권에 외화대출을 해준다거나, 기준금리를 5.25%에서 2.00%까지 단기간에 내린 것 등이 대표적인 특별조치들이다. 이들이 경기부양이라는 장점보다 부작용이 커지기 시작하면 출구전략이 고려될 수 있다. 초저금리로 인해 대출이나 부동산가격 상승 등이 과도하게 나타나거나 하는 경우다. 당장은 아니지만 몇 년 뒤에 발생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다.

 

 

출구전략과 금리인상, 두려워 할 필요없다

 

출구전략은 재정 및 통화정책(원화,외화)과 금융감독 등을 포함한 광의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우리나라의 위기는 원화 보다는 달러자금의 문제였다. 한국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1월중 250억 달러까지 시중에 공급했으나, 현재 1/5 수준인 46억 달러를 남겨두고 모두 흡수하였다. 8월말 당국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세제개편에 나섰으며, 감독당국은 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였다. 한국은행의 비전통적 원화유동성 공급은 11월을 전후하여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일몰조항에 의해 정상화될 예정이다. 이제 광의의 출구전략 중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만이 아직 시작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현시점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상징적인 의미만을 가진다. 이미 경제주체들은 연말 혹은 내년초부터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을 기정사실화하여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곳곳에서 금리인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채권금리와 은행 정기예금금리의 인상이 대표적이다.

 

대출수요자들의 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대출을 통해 부동산 매입에 나서려던 가수요도 주춤거리고 있다. 당국은 전통적인 비수기인 8월에도 부동산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만약 금리인상 예상이 없었다면 대출증가와 부동산가격 상승은 지금보다 훨씬 컸을 것이다. 가파르게 상승하던 주식시장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만약 출구전략 논의가 없었다면 주가도 지금보다 훨씬 높은, 버블이 우려되는 수준까지 내달렸을 가능성이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콜과 CD금리 등 단기금리로 차입하여 중장기물에 투자하거나,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하는 형태가 더욱 급증했을 것이다.

 

과도한 차입과 레버리지를 통한 쏠림은 향후 좋지않은 변동성을 키웠다는 것이 지난 몇 년간의 경험들이다. 1980년대말 일본과 2000년대초 미국의 사례는 성급한 금리인상이 경기를 침체에 빠뜨린 것이 아니다. 그 이전 단계에서,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버블을 키웠고, 막바지에 허둥지둥 뒤늦게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버블이 한꺼번에 붕괴된 영향이었다.

 

 

연내 금리인상 시작, 장기금리는 단기고점 임박

 

한국은행총재의 표현대로 ‘특수한 상황’에서 단행된 ‘특수한 조치’인 기준금리 2.00%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금융위기 이전에 경험했던 가장 낮은 기준금리는 3.25%였다. 정상화를 위한 금리인상이 시작된다면 일단 3.00%까지는 올릴 것이다. 잠재성장률을 감안한다면 그 수준도 여전히 강력한 경기부양적 금리이다. 이후부터는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경우 그 수준에서 상당기간을 머무를 수도 있고, 대외적인 영향으로 더블딥 리스크가 커질 때 추가 정책여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물론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경기개선이 이어진다면 그에 맞추어 금리인상도 계속될 것이다.

 

기준금리를 3.25%부터 꾸준하게 인상했던 2005~2007년에는 시장에 큰 충격 없이 5.00%까지 올릴 수 있었다. 과거에 비해 비교적 빨리 시작했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고, 비교적 높은 수준까지 올릴 수 있었다. 그 결과 부동산시장의 과도한 자금유입을 적절하게 차단할 수 있었고, 당국이 자랑하는 금융위기 이후 정책여력 확보를 통한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었다. 이번에도 이런 경험이 적용될 수 있다.

 

기준금리는 연내 인상을 시작하여 현재 2.00%인 기준금리를 2010년 상반기말까지 3.00% 수준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경기개선과 통화정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채권금리의 추세적인 상승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단기금리인 CD금리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반면 장기금리는 조금 다르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0.75~1.00%포인트까지 충분히 선반영하여 오른 만큼 기준금리와의 격차를 감안할 때 국고채3년 금리가 연내 4.70% 정도 수준에서 당분간 더 오르기는 쉽지 않다. 10년 만기 등 초장기채권은 더욱 그렇다. 따라서 장기금리의 경우 4/4분기 단기고점 이후에는 실제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더 오르기 보다는 내년 1/4분기말까지는 하향안정될 것이다. 내년 하반기의 경기개선 속도가 매우 강하다면 추가 금리인상을 반영하여 장기금리는 내년 2/4분기를 전후해서 더 상승할 것이다.

 

통상적으로 경기가 개선될 때 회사채와 국채간 금리격차를 의미하는 신용스프레드는 축소된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연말까지는 오히려 소폭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려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지금이 이례적인 초저금리 시기이며, 금리인상을 앞둔 시점이므로 앞으로 채권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반대로 회사채를 사려는 투자자들은 매입을 늦추고 싶어한다. 회사채 발행집중이 일단락되면 2010년부터는 경기개선을 반영하면서 신용스프레드는 축소될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있어 회사채와 카드채는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아 만기보유의 형태로 선호되고 있다. 개인들은 신용등급 하락이나 가격변동에 따른 시가평가 위험에도 크게 노출되어 있지 않아 기관투자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크지만, 분산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부도가능성에 대해서는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같은 신용등급 내에서도 업종별로, 기업별로 회사채금리는 천차만별이다. 무조건 높은 금리의 회사채나 카드채를 찾기보다는 은행 정기예금의 대체재로 생각하고 2~3%포인트 정도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선택할 필요가 있다. 신용등급 A등급 이상에서도 만기가 1년 내외로 짧은 우량 회사채들로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다.

 

2009.9.11

한경 M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