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반기 금리전망: 원화채권의 위상변화와 완만한 금리상승

bondstone 2010. 5. 10. 21:58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하반기 전망] 채권

 

원화채권의 위상이 변화할 것이다. 금리는 완만하게 상승한다.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우려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1분기 GDP 성장률이 7.8%로 발표되면서 출구전략 논의가 활발하다. 4월말 국고채3년 금리는 3.58%까지 하락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조달금리를 고려할 때 채권매수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1년 후 금리수준이 지금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

2010년 국내경제는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다. 경기선행지수로 대표되는 전년동월비 지표 등 기술적 모멘텀은 연말로 갈수록 약화되겠지만, 레벨로 본 경기흐름은 정상궤도로 진입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기여를 통해 질적성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연말경 다시 상승반전이 예상된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채권금리는 향후 3개월 동안 저점을 형성하고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개선과 출구전략 논쟁, 부담스럽게 낮아진 금리수준에도 불구하고 채권금리의 상승은 생각보다 늦게, 그리고 상당히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다.

채권투자의 기본은 이자수익 확보(carry)다.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인상폭과 속도는 상당히 완만할 것이다. 국고채3년 금리 3.75% 내외는 연내 한차례 정도의 금리인상을 선반영하고 있는 수준이다. 연말까지 0.5%포인트 정도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면 국고3년 금리는 4.00%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의 금리상승 속도라면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채권을 보유하고 가는 것이 낫다. 수익률곡선이 상당히 가파른 상태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잔존만기가 짧아지는 채권금리는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시간의 흐름은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를 어렵게 만든다. 장기투자자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기다리며 채권투자 시점을 미루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오히려 이러한 대기매수세의 유입으로 채권금리는 일시적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원화채권 매수는 채권금리의 상승속도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유럽 등 선진국들의 재정위기로 인해 건전성과 수익성 양면에서 글로벌 채권시장내에서 원화채권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재정건전성과 경기회복 속도, 외환보유고와 경상수지 등 여러부문에서 선진국들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으며, 비교대상국들에 대한 우위를 점해 나가고 있다.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의 신용등급전망에 ‘Negative’의 빈도가 높아졌다. 우리(A/A1)와 유사한 신용등급군 국가들 중에서는 중국(A+/A1)과 체코(A/A1), 폴란드(A-/A2), 말레이시아(A-/A3) 정도가 경쟁국들이지만 시장규모나 자본시장 개방도 측면에서 원화채권이 비교우위에 있다. 대한민국 국채시장은 12번째로 큰 규모다. S&P 기준 A-등급 이상 27개국 중 국채10년 금리수준은 5번째로 높다. 원화는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인식도 강하다. 수년 내에 원화채권시장의 위상은 G10에 육박할 것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조달금리를 감안할 때 원화채권은 고평가 영역에 진입했다. 가치평가의 잣대는 국내 조달금리와 원화채권간의 상대가치다. 그러나 외국인은 그들의 조달금리와 글로벌 채권시장에서의 상대가치를 가지고 원화채권시장을 바라본다. 우리에게는 비싸 보이는 원화채권이 그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게임의 룰이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잣대는 환율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흡수에 적극적이지 않아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와 그에 따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반등은 원화채권의 매력도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기에 외국인들의 자금유입은 경험적으로 환율 1000~1050원까지 지속되었다. 적극적인 환베팅을 통한 외국인들의 원화채권 매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글로벌국채지수(WGBI) 편입까지 확정된다면 인덱스형 채권형펀드의 자금유입은 더욱 확대된다.

1분기 고성장과 민간부문의 자생력 회복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우려와 중국의 긴축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 글로벌 경기위험의 부각은 국내 기준금리 인상 지연의 빌미가 될 것이다. 통화가치 절상을 통한 아시아국가들의 내수확대로 글로벌경제를 견인해야 한다는 미국 등 선진국들과 IMF의 요구는 여전하다. 11월 G20 의장국으로서는 외환시장 개입마저도 쉽지 않도록 만들었다. 경기부양을 위해 당국은 공기업 부채 문제가 부담스러운 재정확대보다는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통화완화를 활용할 것이다.

 

출구전략 여론 확산과 자산가격 버블 및 인플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해외부문으로부터의 자금유입을 일정부분 흡수할 필요는 있다. 당국은 이미 금리인상을 제외한 광의의 출구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미시적 대응으로 부동산 및 대출 규제정책과 중소기업을 위한 총액한도대출 축소, 그리고 은행자본확충펀드와 채권시장안정펀드 지원자금의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 재정적 대응으로는 2013~2014년 균형재정을 목표로 세출구조조정과 일부 비과세, 감면 축소를 병행하고 있다. 당국과 한국은행의 시각은 광의의 출구전략을 통해 민간에서 우려하고 있는 과잉유동성은 흡수하되, 금리인상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은 4/4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다. 그만큼 채권금리 상승 속도는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다.



신동준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
(조선일보-에프앤가이드 선정 2009 채권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입력 : 2010.05.13 14:50 / 수정 : 2010.05.13 15:02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13/2010051301701.html

 

아래는 원문

 

하반기 금리전망

원화채권의 위상변화와 완만한 금리상승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우려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1/4분기 GDP 성장률이 7.8%로 발표되면서 출구전략 논의가 활발하다. 4월말 국고채3년 금리는 3.58%까지 하락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조달금리를 고려할 때 채권매수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1년 후 금리수준이 지금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

 

2010년 국내경제는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다. 경기선행지수로 대표되는 전년동월비 지표 등 기술적 모멘텀은 연말로 갈수록 약화되겠지만, 레벨로 본 경기흐름은 정상궤도로 진입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기여를 통해 질적성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연말경 다시 상승반전이 예상된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채권금리는 향후 3개월 동안 저점을 형성하고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개선과 출구전략 논쟁, 부담스럽게 낮아진 금리수준에도 불구하고 채권금리의 상승은 생각보다 늦게, 그리고 상당히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다.

 

채권투자의 기본은 이자수익 확보(carry).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인상폭과 속도는 상당히 완만할 것이다. 국고채3년 금리 3.75% 내외는 연내 한차례 정도의 금리인상을 선반영하고 있는 수준이다. 연말까지 0.5%포인트 정도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면 국고3년 금리는 4.00%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의 금리상승 속도라면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채권을 보유하고 가는 것이 낫다. 수익률곡선이 상당히 가파른 상태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잔존만기가 짧아지는 채권금리는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시간의 흐름은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를 어렵게 만든다. 장기투자자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기다리며 채권투자 시점을 미루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오히려 이러한 대기매수세의 유입으로 채권금리는 일시적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원화채권 매수는 채권금리의 상승속도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유럽 등 선진국들의 재정위기로 인해 건전성과 수익성 양면에서 글로벌 채권시장내에서 원화채권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재정건전성과 경기회복 속도, 외환보유고와 경상수지 등 여러부문에서 선진국들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으며, 비교대상국들에 대한 우위를 점해 나가고 있다.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의 신용등급전망에 ‘Negative’의 빈도가 높아졌다. 우리(A/A1)와 유사한 신용등급군 국가들 중에서는 중국(A+/A1)과 체코(A/A1), 폴란드(A-/A2), 말레이시아(A-/A3) 정도가 경쟁국들이지만 시장규모나 자본시장 개방도 측면에서 원화채권이 비교우위에 있다. 대한민국 국채시장은 12번째로 큰 규모다. S&P 기준 A-등급 이상 27개국 중 국채10년 금리수준은 5번째로 높다. 원화는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인식도 강하다. 수년 내에 원화채권시장의 위상은 G10에 육박할 것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조달금리를 감안할 때 원화채권은 고평가 영역에 진입했다. 가치평가의 잣대는 국내 조달금리와 원화채권간의 상대가치다. 그러나 외국인은 그들의 조달금리와 글로벌 채권시장에서의 상대가치를 가지고 원화채권시장을 바라본다. 우리에게는 비싸 보이는 원화채권이 그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게임의 룰이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잣대는 환율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흡수에 적극적이지 않아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와 그에 따른 원달러환율 반등은 원화채권의 매력도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기에 외국인들의 자금유입은 경험적으로 원달러환율 1,000~1,050원까지 지속되었다. 적극적인 환베팅을 통한 외국인들의 원화채권 매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글로벌국채지수(WGBI) 편입까지 확정된다면 인덱스형 채권형펀드의 자금유입은 더욱 확대된다.

 

1/4분기 고성장과 민간부문의 자생력 회복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우려와 중국의 긴축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 글로벌 경기위험의 부각은 국내 기준금리 인상 지연의 빌미가 될 것이다. 통화가치 절상을 통한 아시아국가들의 내수확대로 글로벌경제를 견인해야 한다는 미국 등 선진국들과 IMF의 요구는 여전하다. 11 G20 의장국으로서는 외환시장 개입마저도 쉽지 않도록 만들었다. 경기부양을 위해 당국은 공기업 부채 문제가 부담스러운 재정확대보다는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통화완화를 활용할 것이다.

 

출구전략 여론 확산과 자산가격 버블 및 인플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해외부문으로부터의 자금유입을 일정부분 흡수할 필요는 있다. 당국은 이미 금리인상을 제외한 광의의 출구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미시적 대응으로 부동산 및 대출 규제정책과 중소기업을 위한 총액한도대출 축소, 그리고 은행자본확충펀드와 채권시장안정펀드 지원자금의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 재정적 대응으로는 2013~2014년 균형재정을 목표로 세출구조조정과 일부 비과세, 감면 축소를 병행하고 있다. 당국과 한국은행의 시각은 광의의 출구전략을 통해 민간에서 우려하고 있는 과잉유동성은 흡수하되, 금리인상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은 4/4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다. 그만큼 채권금리 상승 속도는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