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은행과 시장과의 엇갈린 의사소통을 보는 시각

bondstone 2010. 10. 19. 02:34

절제되고 노련한 시그널 줘야

[Special Report]한은·금통위 혁신 
 
신동준 동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본부장
 
중앙은행을 둘러싼 어수선함이 느껴진다. 한국은행은 아니라고 항변하겠지만 적어도 시장에서 바라보기에는 그렇다. 강명헌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위원은 지난 9월 중순 “한은 총재도 금통위 금리 결정시 한 표만 행사한다”는 이례적인 기고문을 발표했다. 금통위와 관련한 뒷이야기들이 계속 들려오면서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팽팽하던 긴장감은 10월 금통위(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정례회의는 매월 둘쨋주 목요일에 열린다)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동안 금통위 직후 열린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 때마다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점심 식사도 거른 채 집중하던 채권시장 참가자 중 일부는 이제 “별로 들을 것이 없다”며 점심 약속을 잡는다는 말도 들린다. 한국은행은 신뢰를 잃고 있으며, 시장의 관심은 이제 한국은행보다는 청와대나 재정경제부로 향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행 총재들은 시장과 다양한 의사소통을 시도했다.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한 첫 총재는 박승으로 평가된다. 그는 취임 후 첫 금통위인 2002년 4월, “물가불안 우려가 있다. 통화정책을 경기부양을 위한 완화에서 중립 시각으로 전환한다.금리 인상에 대비하라”고 언급한 뒤 5월 금리를 인상하는 등 시장에 적극적으로 시그널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취임 기간 중 직설적이고 절제되지 않은 화법은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을 초래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결정적으로 박승 총재와 한국은행이 신뢰를 잃은 사건은 2004년 11...

http://www.economyinsigh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5

 

아래는 원문

 

한국은행과 시장과의 엇갈린 의사소통을 보는 시각

 

동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본부장 신동준

 

 

중앙은행을 둘러싼 어수선함이 느껴진다. 한국은행은 아니라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장에서 바라보기에는 그렇다. 강명헌 금통위원은 9월 중순 총재도 금통위 금리결정시 한 표만 행사한다는 이례적인 기고문을 발표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금통위와 관련한 뒷이야기들이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를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다. 팽팽하던 긴장감은 10월 금통위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금통위 직후 한은총재의 기자회견에서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점심식사도 거르고 집중했던 채권시장 참가자들 중 일부는 별로 들을 것이 없다며 이제 점심약속을 잡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한국은행은 신뢰를 잃고 있으며, 시장의 관심은 이제 한국은행보다는 청와대나 재정부를 향해 있다.

 

그동안 한국은행 총재들은 시장과 다양한 의사소통을 시도했다. 그 중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한 첫번째는 박승 총재로 평가된다. 그는 취임 후 첫 금통위인 2002 4, “물가불안 우려가 있다, 통화정책을 경기부양을 위한 완화에서 중립 시각으로 전환한다, 금리인상에 대비하라고 언급한 뒤 5월 금리를 인상하는 등 적극적 시그널링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취임기간 중 직설적이고 절제되지 않은 화법은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을 초래하는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결정적으로 박승 총재와 한국은행이 신뢰를 잃었던 사건은 2004 11월의 전격 금리인하였다. 공개적이고 능동적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하던 당시 재경부의 압력에 대응하여, 수차례 결코 금리인하는 없다고 채권시장을 나무라던 박승 총재의 소신이 꺾였다. 이후 한국은행의 신뢰는 치명타를 입었다. 돌이켜보면 박승 총재도 독립성과 간섭의 희생양이었던 셈이다.

 

퇴임을 6개월 앞둔 2005 10, 박승 총재는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이듬해 2월까지 세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통화정책의 점진적 방향조정을 검토할 단계(05.9.8)”라며 사전 시그널링을 명확히 했고, “완화 기조는 유지하되 폭은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05.11.10)”, “중립수준과 격차가 많이 좁혀졌으므로 조급히 올려야 할 시급성이 축소(05.12.8)”, “디플레 갭이 있는 한 중립보다 낮은 수준으로 갈 것, 중립수준과 거리가 상당히 좁혀졌다(06.2.9)”고 언급하는 등 최근까지 한국은행에서 즐겨 사용되고 있는 세련된 표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임기말 금리인상기에는 절제되고 노련한 시그널링으로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2006 4월 취임한 이성태 총재는 적어도 독립성과 신뢰성에서만큼은 한국은행의 전성기였다고 평가된다.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기준금리의 정상화를 추진했으며, 때로는 정부와의 충돌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중앙은행의 모습을 보였다. 2000년 채권시가평가 이후 시장의 신뢰가 정부에서 한국은행으로 넘어갔던 최초의 사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해박한 지식과 논리적인 언변으로 시장과 유연하게 소통했으며, 당시 어떠한 재정부 고위관료의 언급에도 시장의 신뢰는 흔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2005 9~2007 8월까지의 순차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부동산가격 버블을 제어했던 까닭에 금융위기 직후에도 최악의 상황에 빠지지 않고 빠른 경기회복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정부와의 대립각을 세우면서 시장대응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퇴임을 6개월 여 앞두고 금리 정상화를 통한 출구전략을 시도했지만 정부의 직간접적인 반대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신뢰를 얻었던 전임 총재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의 초대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이전부터 한은도 정부다라는 발언으로 시장의 의심을 안고 출발했다. 이후 적극적인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예상보다 빠른 7월 금리인상으로 의심을 불식시키는 듯 했지만, 유럽발 글로벌경제의 불확실성과 원/달러 환율 급락이 발목을 잡았다. 공언했던 시그널대로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으로 변화되었고 정부와 청와대의 외압설이 끊이지 않았다. 수년간 정부보다 한국은행을 신뢰하던 시장의 마음은 급격히 과거로 회귀했다. 김중수 총재는 79일 금리인상 이후에도 끊임없이 금리인상을 시사했지만, 시장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되는 동안 국고채5년 금리는 무려 1.01%p가 급락했다. 국고채3년 금리는 사상 최저치마저 경신했다.

 

소통방법에 따라 시장의 신뢰에 차이가 있던 한국은행 총재와는 달리, 미국의 전, 현직 연준의장인 그린스펀과 버냉키는 완연히 구별되었지만 비교적 높은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린스펀이 모호한 수사법으로 최대한 외부의 노출을 자제한 신비주의를 고수했다면, 버냉키는 직설적이고 솔직한 화법과 TV 강연 등 적극적인 의사소통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버냉키는 취임 후 경기전망 발표회를 연 2회에서 4회로 늘렸고,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목표수준 등 주요 경지지표에 대해 더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연준의 차이는 소통방법이라기 보다는 시스템의 차이다. 연준이사회(FRB)와 한국은행은 독립성과 소통방법에 있어 차별화된다. 연준이사회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5명의 이사(지역연준은행총재)로 구성된다. 연준 이사는 상원의 승인을 받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다. 정치적 압력에서 분리시키기 위해 연준이사회의 이사는 연임이 불가능한 14년의 임기를 가진다. 제도적인 독립성 보장 장치에서 출발한다. 의장은 7명의 이사 중에 선택되며 4년의 임기를 가진다. 투표에 참가하는 5명의 지역연준은행 총재들 외에 7명의 이사들이 있다. 이들도 회의에는 참여한다. 버냉키 의장을 비롯하여 연준이사들은 다양한 강연과 연설, 보고서 등을 통하여 시장과 소통한다. 불름버그 단말기를 통해 집계된 2010년 한 해 동안 12명의 이사들이 노출된 빈도는 145회에 달한다. 버냉키 의장만 41회다. 한달에 서너번은 대중 앞에서 자신들의 견해를 피력하는 기회를 갖는다. FOMC 의사록도 회의 3주 만에 공개된다.

 

반면 한국은행 금통위는 한국은행 총재(의장)와 부총재를 포함한 7인으로 구성된다. 총재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며, 부총재는 총재의 추천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른 5인의 위원은 각각 기획재정부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은행연합회장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기는 총재는 4, 부총재는 3년으로 각각 1차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며, 나머지 금통위원의 임기는 4년으로 연임할 수 있다. 추천 기관으로부터의 정치적 제약과 짧은 임기, 금통위원 이후의 행보 등에 있어 금통위의 독립성이 애당초 확보되기 쉽지 않은 구조이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오히려 정부의 의지에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행 총재의 2010년 공식적인 외부 일정은 금통위 기자회견과 국정감사 등을 제외하면 3번의 연설에 불과했다. 그 외 금통위원의 공식적인 외부 일정은 찾기가 쉽지 않다. 금통위 의사록 공개도 6주가 걸린다. 물론 금통위 직후 총재가 기자회견을 갖는다는 점에서 진보된 면도 있다. 그러나 총재와 금통위원간 의견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종종 금통위 내부, 외부와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은행 본관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물가안정이라는 현판이다. 한국은행의 설립목적은 물가안정이다. 정치인들은 통화공급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싶어하는 속성이 있다. 과도한 유동성공급 초기에 시장금리는 하락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시장금리는 오르게 된다. 과도한 통화공급을 통한 미래의 물가상승 위험을 사전에 통제하는 것이 한국은행의 첫번째 소명이다. 따라서 금리를 인하할 때보다는 인상할 때 노출될 정치적 압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강조된다. 한은총재와 금통위원들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길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통화정책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실물경제에 파급 경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통화정책과 실물경제 사이에 금융시장이 있다. 금융시장은 금리와 환율, 주가, 신용 등 다양한 파급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중앙은행의 신뢰도가 갖는 중요성은 절대적이며, 시장과의 원활한 소통은 불필요한 통화정책 비용을 감소시킨다.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유가와 환율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다. 태생적으로 한국은행의 시그널링이 가지는 한계다. 한국은행의 시그널링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단정적일 필요까지는 없다. 유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소통의 노력,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방향 의견문 기술내용 확대

날짜

의견문에 추가된 내용

2007 7

국내경제 상황에 대한 종합평가

정책기조에 대한 판단 (필요시 포함)

2007 11

국내경제관련 리스크 요인

2008 7

물가전망 (필요시 포함)

2008 10

향후 통화정책 기조

2010 1

국내경제 전망

물가전망

2010 4

세계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

  자료: 한국은행

 

2010.10.18

한겨례 Economy Insight 7호(201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