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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활기 띠나?

bondstone 2011. 10. 19. 15:10

채권시장,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활기 띠나?

(2011.10.19)

 

외국인의 원화채권 매수 속도가 가파르다. 미국과 유럽의 디폴트 위험이 부각된 712일 이후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8.1조원을 순매도 하는 동안, 원화채권은 14.4조원을 순매수했다. 만기를 감안한 원화채권 보유잔액도 5.0조원이 늘어난 86.2조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매수규모 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매수채권의 만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잔존만기가 3년 이상인 장기채권의 순매수 비중은 올해 상반기 8.7%에서 하반기 이후 39.4%로 급증했다. 장기채 중에서 유동성이 다소 떨어지는 경과물마저도 이례적으로 대규모 매수에 나서고 있다. 매수채권 만기의 장기화와 유동성이 떨어지는 경과물 매수는 외국인들의 원화채권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음을 반영한다. 이들은 단기 환차익을 노린 민간자금이라기 보다는 자산배분상 만기보유 목적의 외환보유고 등 중앙은행들의 장기 자금이다. 미국과 유럽의 디폴트 리스크 부각을 계기로, 펀더멘털과 재정건전성이 양호하고, 국가신용등급의 하향 가능성이 낮으며, 통화가 저평가되어 있는 원화채권이 안전자산으로 격상되고 있다.

 

글로벌 채권투자자들에게 재정건전성과 국가신용등급 조정은 장기적인 이슈다. 글로벌국채지수(WGBI)를 통화별로 분류해보면 엔(31.4%), 달러(25.7%), 유로(31.2%)의 비중이 88.2%에 달한다. 재정불안에 따른 국가신용등급 하향과 통화약세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지역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북유럽 정도에 불과하다. 글로벌 채권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원화채권은 반드시 편입하고 가야 할 전략적 통화가 되었다. 최근 1년간 전세계 외환보유고의 통화별 자산배분은 달러, 유로, 파운드의 비중축소와 아시아통화의 비중확대다. 세계최대의 글로벌채권펀드인 템플턴펀드의 경우 6월말 통화별 비중은 벤치마크 대비 15.3% 비중확대(Overweight)로 대한민국이 1위다. 그 밖에 호주, 말레이시아, 폴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아시아와 북유럽 통화들을 Overweight 하고 있다. 유동성과 금리수준 측면에서도 우월하다. 한국 국채시장 규모는 전세계에서 12번째로 큰 시장이다. 국채10년 금리 수준도 높다.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국가신용등급 A-등급 이상 국가(PIIGS 국가 제외) 중에서 우리보다 국채금리가 높은 나라는 호주, 폴란드, 뉴질랜드 3개국이다. 이들 국채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에 비해 각각 72%, 43%, 16%에 불과하다.

 

외국인의 원화채권 매수는 원화의 장기적인 약세 전망이 대두되기 전까지, 최소한 원/달러 환율 1,000원 수준까지 지속될 것이다. 2012년말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환율전망치는 최근 다소 높아졌지만, 여전히 1,075원 수준이다. 외국인들은 장기적인 원화강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약세)할 때마다 이를 기회로 원화채권 매수에 나서고 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 정책과 한국과 아시아의 상대적으로 우월한 재정건전성과 펀더멘털로 인해 2012년에도 아시아로의 자금유입과 통화강세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원화채권을 포함한 외국인의 아시아채권 매수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제로수준에 가까운 조달금리를 가진 외국인이라는 새로운 수요의 가세는 우리나라 국채금리를 과거 적정수준보다 낮게 유지시킬 가능성이 높다.

 

 

201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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