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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 원인에서 찾는 해법Ⅱ

bondstone 2012. 5. 22. 23:51

유럽 재정위기, 원인에서 찾는 해법Ⅱ

 

유로존 탈퇴를 둘러싼 그리스 문제, 어떻게 진행될까?


남유럽과 독일, 불균형 속의 균형
남유럽 재정위기는 단일통화로 인한 구조적 불균형의 문제다. 기초체력이 다른 유로존 17개국이 단일통화로
합쳤지만, 재정은 아직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유로화가 유통되기 시작한 02년 이후 유로존 17개국의 경상수지를 살펴보면 결과는 뚜렷하다. 펀더멘털 대비 고평가된 환율을 적용받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가, 저평가된 환율을 적용받는 독일과 네덜란드 등은 10년 동안 흑자가 누적되고 있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거의 균형에 가깝다. 유로존의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독일은 반대며, 최대수출국 중 하나인 독일의 역내수출은 줄고 있지만, 역외수출은 늘고 있다. 결국 남유럽은 어렵지만, 유로존 전체로 놓고 보면 그럭저럭 균형을 이루어 가는 구조다.

 

 

 

 


유로존을 한 국가라고 가정하면 독일은 중앙정부, 스페인 등 남유럽은 지방정부인 셈이다. 우리나라도 매년 만성적인 지방재정 적자는 중앙정부의 흑자를 통해 교부금의 형태로 메워진다. 재정통합이 되어있지 않은 유로존 내에서는 쉽지 않은 문제지만, 단일통화를 유지한 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독일 등의 자금 투입을 피할 수는 없다. 즉 남유럽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재정을 합치던가, 통화를 다시 분리해야 한다. 이미 작년말 유로존은 신재정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재정통합으로 방향을 잡았다. 더불어 독일의 동의 하에 ECB는 1,2차 LTRO 1조유로와 국채매입프로그램(SMP) 2,140억유로, 그리고 1,2차 커버드본드 매입프로그램(CBPP) 700억유로 등 총 1.3조유로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유로존 GDP의 13%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현재 유로시스템 하에서 그리스는 물론 스페인 등이 긴축을 통해 자생력을 회복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금투입을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한데, 돈을 넣는 쪽에서는 정치, 경제적 헤게모니의 장악을, 받는 쪽에서는 자존심을 버릴 만큼 절박함에 노출되어야 한다.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은행의 재자본화(recapitalization)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급박함에 떠밀려 작년말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유로존 각국의 집권당들은 내부적으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정치적 명분쌓기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로존이 다시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신재정협약을 전제로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한 이상, 여기서 멈추기는 쉽지 않다. 폴 크루그먼의 주장처럼 해결방법은 막대한 유동성 공급을 통해 인플레를 일으키고, 남유럽의 실질부채를 낮춰주어야 한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여기에 긴축속도 완화와 성장협약 추가로 위기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 통화통합이 그랬듯, 재정통합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반면 통화해체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겠지만, 십여 년 이상을 준비하여 만들어진 유로시스템을 깨기 위해서는 과거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과 함께 상당한 기간의 준비과정이 또다시 필요할 것이다. 독일 등의 입장에서는 이미 투입한 자금도, 저평가 환율의 수혜와 소비시장도 모두 포기해야 한다. 가능성은 낮다.

 

 

6월17일 그리스 2차 총선의 의미: 금융시장은 그 이전에 방향성을 형성할 것
6월17일 그리스의 2차 총선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일단 과도정부가 구성된 이상 2차 총선까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최소한 한 달간의 시간은 확보되었다. 급진좌파연합(Syriza)이 집권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유로존 정상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컨틴젼시 플랜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시 문제가 될 취약한 연결고리들을 사전에 파악하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파악이 끝나고 나면, 그 카드를 가지고 그리스를 압박할 것이다. 그리스가 탈퇴한다면 내부적으로 문제가 될 은행들에게는 즉시 유동성을 공급하여 적극적인 구제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한편, 그리스에게는 기름 한 방울 살 자금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 표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의 예금과 자산은 모두 유로존 역내 우량국으로 이탈할 것이며 민간기업들은 즉시 부도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집권당으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역설적으로 국제금융시장은, 6월17일 그리스 2차 총선 이전에 최악의 시나리오(컨틴젼시 플랜)에 대한 대비가 완료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새로운 방향성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