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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논쟁

bondstone 2014. 1. 15. 00:00

[Bondstone] 되살아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논쟁


글로벌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금리는 7개월째 좁은 박스권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배경이다. 금리인하는 원화강세 속도를 늦춰 수출기업의 숨통을 트여주고 내수회복까지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는 기대다. 올해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으로 보지만 금리인하 논쟁이 시작된 이상 채권금리는 상반기까지 현재의 박스권을 유지할 것이다.

 


왜 우리나라 금리는 오르지 않을까?
미국 연준(Fed)이 양적완화 규모 축소(Tapering)를 발표한 이후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미국 국채10년 금리는 3.00%를 넘나드는 등 전세계 금리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국채금리는 7개월째 좁은 박스권이다. 3년 이하 단기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연준이 채권매입 규모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는데도 우리나라 금리만 오르지 않는 이유는 뭘까?


되살아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논쟁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살아나고 있다.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배경이다. 작년 11월에 만났던 투자자들은 국내외 경기회복에 대해 큰 이견이 없을 정도로 대부분 낙관적이었다. 그러나 12월부터는 “글로벌 경제는 좋아지는데, 우리나라 경기는 너무 부진하다. 내년에 한국은행 총재가 바뀌면 내수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없는가?”라고 묻는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젠가부터 기준금리 인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금기 시 되어왔다. 저금리의 폐해, 즉, 가계부채 급증과 버블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더 근본적으로는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이유가 ‘고금리’ 때문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펼치면, 금방 “국가경제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채권으로 돈을 벌어 보려는 투기적인 세력의 선동”으로 몰리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최근에 만난 투자자들의 약 30%는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마침 언론과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작년말 KDI는 “만약 구조적인 요인으로 소비와 투자가 계속 부진할 경우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과감한 주장을 내놓았다. 현재 경제부총리가 전임 KDI 원장이 었고, 현재 한은총재도 KDI 원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보고서였다. 유력한 외국계IB는 아예 1월 깜짝 금리인하를 예상하기도 했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수출로 지탱되어왔다. 반면 내수부진으로 수입이 줄면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함께 원화강세가 이어졌다. 그 영향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수출증가 속도가 영 시원치 않다. 수출의 73%를 차지하는 신흥국경제가 부진한데다, 그나마 잘나가던 선진국으로의 수출이 급격한 엔화약세와 겹쳐지며 경쟁력에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기약 없는 내수 부양보다는 원화강세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수출기업의 숨통을 트여 주고, 내수회복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빠르게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가 부담스럽다
기준금리를 내리기까지는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연초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3.8%, 2015년은 4.0%로 전망했다. 다른 기관들에 비해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GDP갭률은 마이너스(-)폭이 점차 줄어들다가 2015년부터는 플러스(+)로 돌아서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DP갭은 잠재GDP와 실질GDP의 성장률의 차이를 말한다. GDP갭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현재 경제가 잠재치만큼 성장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기존 경제전망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1월에 전망을 내놓은 이상 가까운 시일 내에 뒤집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정치인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또한 과거 경험상 한동안 기준금리를 유지하다가 다시 움직이는 경우 금융시장은 최소한 두차례 이상의 금리변경이 있을 것으로 받아들인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한번의 금리인하로 경제가 달라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금리인하 재개는 ‘한국경제가 정말 어려운가보다’라는 부정적 시그널을 줄 위험이 있다. 거꾸로 금융시장이 부정적 시그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내려도 채권금리는 오히려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고 가계부채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치구도와 사회적 분위기 하에서 이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정치적 오해를 살 위험도 있다. 우리나라 전체 가계부채의 50.7%는 5분위 고소득계층이 보유하고 있다. 부채가 없는 가구까지 합쳐 5분위 고소득층은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46%를 소유하고 있다(부채가 있는 5분위가 30%, 부채가 없는 5분위가 16%를 소유). 반대로 저소득계층인 1~3분위는 이자수지가 마이너스 상태다. 이자로 벌어들이는 것보다갚는 금액이 더 크다는 얘기다. 저소득층일수록 고금리 대출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리인하는 분명 저소득층의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5분위 고소득계층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1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도 부담요인이다. 작년 가을에 간신히 위기를 넘겼던 신흥국들은 외국인의 자금이탈 우려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국이자 전세계에서 몇 안되는 쌍둥이 흑자국인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이 일시에 빠져나갈 위험은 비교적 작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이론적으로는 금리가 낮아질수록 외국인들은 떠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금리인하와 외국인의 자금이탈 간의 상관관계가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상반기까지는 예금보다 채권투자가 낫다
2012년 하반기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두차례 인하했다. 반면 당시 정부는 균형재정에 집착하며 정책공조에 실패했다. 2013년 상반기는 반대였다. 정부 출범 초기에 새정부는 추경을 논의하며 경기부양을 추진했지만 이번에는 한국은행이 나서지 않았다. 5월에 가서야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인하 이후 두 달 만에 국고3년 금리는 거꾸로 45bp가 급등했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CD금리는 기준금리 인하폭의 절반인 12bp 하락에 그쳤다. 금리를 내리는 타이밍이 늦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부와의 정책공조에 실패하면서 민간의 신뢰를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들은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등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침체를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양극화는 더욱 악화되었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대기업과 은행, 부자들만 혜택을 받았다는 ‘99% 대 1%’ 시위로 번지기도 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선 과정에서 향후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을 사용할 뜻을 피력해 왔다. 재원은 부자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정부는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는 중이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결국 우리나라도 가계부채 증가 등 여러가지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 금리인하보다는 증세를 통한 재원마련과, 이를 통해 취약계층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경제가 회복되고 있다. 기업들의 해외 생산비중 확대로 우리나라의 수출이 예전만큼은 못하겠지만, 선진국들이 돌아서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엔 우리 수출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2015년부터는 GDP갭률이 플러스(+)로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연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가지 힌트가 있다.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선진국에서는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 정책이 풍미하고 있다. 당장 우리가 수행하긴 어렵지만, 우리도 이것을 오랜 기간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될 수 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은행은 현재의 기준금리도 경기부양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GDP갭률이 소폭 플러스로 바뀌더라도 당분간 현재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선제적 안내 만으로도 공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은 내릴 이유가 없지만, 언제든지 상황이 되면 준비하겠다는 스탠스라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한국은행은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국내경제에 대한 낙관적 견해를 피력하며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내수활성화의 화두를 던진 이상, 상반기 내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논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4월부터는 신임 한은총재를 맞이한다.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관계없이 논쟁만으로도 채권금리는 상승이 지연되며 좁은 박스권을 이어갈 것이다. 국고3년 금리는 상반기 중 .80~3.00%에서 머물다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가 절반쯤 진행되는 하반기 이후부터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고3년 금리가 2년 반만에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아졌다. 상반기까지는 예금보다 이자가 더 높은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

 

 

GAL_Bond_140115_신동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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