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ng Idea·Strategy

두가지 의구심: 이틀간 금융시장 급변동 코멘트

bondstone 2014. 10. 10. 08:57

안녕하십니까 하나대투 신동준입니다.


쉬는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상당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S&P500)은 8일 +1.75% 급등했지만, 어제 9일에는 거꾸로 -2.07% 급락했습니다. 2012년 연말 이후 거의(올해 2월처럼 1~2일 정도 살짝 하회했던 사례는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120일선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달러인덱스 역시 10월3일을 고점 대비 어제 장중 -2.1%가 급락했었습니다만, 종가는 전일 대비 +0.3% 수준에서 상승했습니다.


연휴 이틀간 변동성 급증의 원인과 배경

먼저 8일 주가 급등의 원인은 ‘완화적 FOMC 의사록’입니다. 매파적으로 인식되었던 9월 FOMC 의사록을 보니 “’상당기간’의 문구를 삭제했을 경우 시장이 매파적으로 받아들일까봐” 그대로 둔 대목을 포함해서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연준 멤버들의 dovish한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달러강세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9월 FOMC가 매파로 포장되었지만, 속내는 완화적인 것으로 미루어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오히려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은 드렸었습니다.

[BondFlash] 내년 1분기까지 금리하락, 채권투자를 미룰 이유가 없다(2014.9.24)

http://blog.daum.net/bondstone/16158165


그리고 어제(9일) 경제지표는 좋았습니다. 주간신규실업신청자건수는 서프라이즈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증시는 급락했습니다. 이러한 변동성을 가져온 근본적인 원인은 두가지입니다. 그 전에 공통점을 먼저 살펴보시죠.


지금도 달러강세가 화두입니다만, 작년 가을에도 달러는 강세였습니다. 공통점은 ‘연준의 유동성 공급 축소’였습니다. 작년에는 버냉키 전 연준의장이 “QE는 연내 축소를 시작해서 내년 중반쯤 중단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이른바 “버냉키 쇼크’, 즉 테이퍼링에 대응한 달러강세였고, 올해는 아시다시피 연준의 내년 금리인상에 대응한 달러강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점이 두가지 있습니다.


첫째 글로벌 경기에 대한 인식의 차이입니다. 

작년 하반기는 미국경제의 견조한 개선과 함께 유로존의 턴어라운드 스토리, 그리고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겹치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의심이 없었습니다. 설령 연준이 테이퍼링에 나서더라도 그것이 미국경제가 좋기 때문이라면 금융시장에는 나쁠 게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이 있습니다. 미국경제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긴장감으로 경기개선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습니다. 은행의 디레버리징이 지속 중인 유럽경제는 둔화세가 완연합니다. 일본경제는 소비세 인상의 여파로 성장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습니다. 지난 봄 이후 경기저점에 대한 기대를 높이던 신흥국 역시 선진국 경기 둔화로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신흥국 주가는 펀더멘털 개선 없이 ‘기대’만으로 올해 저점 대비 이미 약 12%가 올랐습니다. 선진국의 두배 가까운 상승률로 이제 신흥국 특히 남미주식은 선진국만큼 비싸졌습니다.


둘째,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의 차이입니다. 

작년에는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때마다 중앙은행들이 어떻게든 판이 깨지는 것은 막아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습니다. 작년 가을에는 연준이 테이퍼링으로 글로벌경제를 둔화시킬 의도가 없는 한, 버냉키 쇼크의 혼란은 위험자산을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중앙은행과 통화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있습니다. 이미 선진국의 기준금리는 제로(zero)까지 내렸거나 마이너스 예치금 금리도 도입했습니다. 국채나 모기지증권(미국), 자산담보부증권(유럽), 심지어 주식ETF(일본) 매입까지 해봤지만, 글로벌 경제는 속시원히 회복되는 조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통화정책만으로는 저성장과 저물가의 고착이라는 구조적인 경기부진을 탈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드라기 ECB총재가 최근 계속해서 “통화정책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정정책과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수년째 재정긴축에 나서고 있는 각국 정부가 다시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합니다. 역설적으로 재정이 다시 투입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금융시장이 나빠져야 마지못해 정부가 나서는 모양새가 될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향후 전망과 전략: 채권투자 비중 확대, 경기민감한 위험자산 비중 축소

8일에는 조기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소멸되었다는 인식(완화적 FOMC)으로 미국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만, 가만히 곱씹어 보면 좋은 뉴스가 아닙니다. 금리인상을 늦춘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에 대해 불안한 요소들이 관찰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때문에 달러가 약세로 반전(원/달러환율 하락)되더라도 근저에 깔려있는 위에 두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고려한다면 금융시장에는 부정적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금리인상을 해도 ‘경기가 좋다는 의미니까’ 괜찮고, 미루면 더 좋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입니다. 금리인상을 하면 경기모멘텀을 더 빠르게 둔화시킬 수 있으니 불안하고, 미루면 ‘얼마나 안좋으면 미룰까’라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불안합니다. 물론 채권투자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습니다.


이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지연을 반영하는 수순이 남아있습니다. 이미 시작된 감이 있습니다. 9월말 0.61%까지 상승했던 미 국채2년 금리는 이미 0.44%까지 내려왔습니다. 


미 국채10년 금리는 이틀간 3bp가 더 하락해서 2.31%까지 내려갔습니다. 기술적으로는 3월부터 장기간 이어오던 일목균형표(주봉)의 하단이자 120주선인 2.27%에 맞닿은 중요한 지점까지 내려와 버렸습니다. 이 레벨을 깨고 내려간다는 것은 미국의 경기 모멘텀이 아랫쪽으로 변할 위험을 시장이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가능성은 높다고 봅니다. 재정정책이 동원될 명분을 찾기까지 주가와 금리하락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은행이 홀로 완고한(상대적으로 매파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채권시장의 입장에서는 완고한 한국은행으로 인해 계속해서 새로운 저가매수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