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dstone

그리스와 중국, 연준 사이에서 중심잡기

bondstone 2015. 7. 13. 23:52

안녕하십니까 하나대투 신동준입니다.


대부분을 잃은 그리스

14일자 조간신문의 헤드라인들입니다.

“그리스 협상 타결, 그렉시트 피했다”(한경)

“그리스 구제금융 타결, 더 혹독한 긴축안 수용”(매경)

“메르켈 뚝심에 그리스 무릎꿇다”(조선)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착수, 극적 합의”(한겨레)


언론의 톤은 ‘한경’식의 표현이 많습니다만, 정확한 표현은 ‘조선일보’의 헤드라인입니다.

어제는 구제금융 협상 “개시”에 합의한 것이구요. 조건으로 내세운 개혁법안의 면면을 보면, 그리스는 국민들이 원치 않던 것들을 거의 다 수용했으며, 가지고 있던 것들의 대부분을 빼앗겼습니다.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았다”는 것과 “(원금탕감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만기연장, 이자율인하 등을 통해 실질적인 채무경감을 받았다”는 것 외에 얻은 것이 없습니다. 메르켈의 표현대로라면 국민투표로 잃어버린 “신뢰”의 대가 치고는 상당히 혹독합니다. 국민투표가 오히려 악수가 되었다는 느낌이네요.


15일까지 처리되어야 할 개혁법안에는 노동법, 연금개혁, 재정지출 자동삭감 뿐 아니라 사법개혁과 시장개방, 공기업 민영화가 포함되었고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은행회복정리지침”을 통해 금융기관 파산시 예금자들의 헤어컷(손실부담) 원칙이 세워졌으며, 유럽의 공동기구들(ESM, ECB 등)에 의한 그리스 은행의 자본확충 참여의 길이 열렸다는 부분입니다. 독일이 원하는대로 “재정을 통합해줄 테니, 국가의 주권(은행의 통제권)을 내놓아라”는 방향으로 한발한발 가고 있습니다(재정통합과 은행동맹). 


향후 방향은 은행들의 예금자 손실부담과 ESM의 자본확충, 그리고 실질적인 주권(은행의 지분)의 이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의 상설 구제금융기구인 유럽재정안정기구(ESM)의 최대주주는 독일(27%)입니다. 15일 그리스 의회 통과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며, 치프라스는 실각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기도래하는 부채들에 대한 브릿지론을 누가 만들어 줄 것인가도 전혀 합의된 바가 없습니다.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닙니다.


독일은 그리스 의회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한시적으로 5년간 그렉시트”로 엄포를 놓았습니다만, 오히려 그리스의 반대로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렉시트”는 불가피해 보이며, 그렉시트에 대해서는 독일보다 전혀 준비가 안된 그리스가 오히려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당장 은행부터 파산하겠죠) 난관은 있겠지만, 개혁법안은 통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혼란은 남아있습니다만, 유로존이나 글로벌 금융시장 입장에서 보면 일단 “그렉시트”는 피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일단 파국은 면할 수 있다면, 그리스의 주권을 빼앗기든, 은행의 소유권이 넘어가든 대부분의 문제는 “정치적” 문제일 뿐, 경제적으로는 별로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주식시장에는 나쁘지 않을 것을 보입니다. “돈 많은 독일 주도 하에, 독일식 유로존 통합”에만 찬성한다면요.


한국경제의 답답함

한국경제의 회복 조짐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옳든 그르든 추경편성과 금리인하, 부동산 규제완화 등 정부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진 적은 올해 상반기가 3년만에 처음입니다만, 운이 없네요. 메르스가 터지고, 메르스가 잠잠해지니 그리스와 중국이 시끄럽습니다.


압도적인 통화강세에 기반한 누적적인 수출경쟁력 상실과, 과다부채로 보이지 않는 내수의 돌파구. 두가지 측면에서 한국과 중국경제는 닮아있습니다. 특단의 대책이 있지 않는 한 구조적으로 경기회복이 쉽지 않는 모습입니다. 미국은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겠지만 내년말 연방기금금리는 1.00% 언저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정도라면 미국의 장기금리에는 대부분 반영이 되어 있다는 판단입니다. 경기 모멘텀도 약해지고 있습니다. 국고10년 2.55%는 장기채 분할매수 영역입니다.


이상입니다.


[Bondstone] 그리스와 중국, 연준 사이에서 중심잡기

https://goo.gl/dnel39


결론

1.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되었지만 개혁법안의 내용은 혹독하다. 은행의 재자본화 가능성을 포함하여 그리스는 대부분을 내줬다. 그리스의회 통과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 주가폭락으로 중국경제 우려가 높지만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압도적 통화절상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은 부진한 데 과다부채로 내수도 어렵다.

3. 옐런의 연내 금리인상 시사에도 불구하고 방점은 여전히 완만한 속도에 있다. 연방기금금리는 16년말 최대 1.00~1.50%을 넘지 않을 것이다. 국고10년 2.55%는 분할매수 영역이다.


혹독한 그리스 채무협상 결과, 향후 진통 예상

13일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그리스 의회는 15일까지 12개의 개혁법안을 입법해야 한다. 개혁법안은 ‘협상타결’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혹독하다. 노동법, 연금 및 부가가치세 개혁과 재정지출 자동삭감, 500억유로의 국유자산 매각 뿐 아니라, 예금자들의 손실부담과 ESM 등 유로존 공동기구들이 자본확충을 통해 그리스 은행들을 소유하는 은행 재자본화(recapitalization)의 길마저 열어주었다. 그리스 의회 통과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며, 치프라스 총리의 실각 가능성도 높아졌다.


중국과 한국경제의 구조적 어려움, 가격경쟁력 약화와 과다부채 문제

2년간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통화가치가 절상된 나라는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5개국에 불과하다. 주가폭락으로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은 부진한 데 과다부채로 내수도 어렵다. 노동인구는 감소한다. 중앙은행들은 공통적으로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를 원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채권전략: 국고10년 2.55%는 분할매수 영역, 커브 평탄화 예상

옐런의장은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했지만 방점은 여전히 ‘정상화의 완만한 속도’에 있다. 연방기금금리는 16년말 최대 1.00~1.50%을 넘지 않을 것이다. 국고10년 금리는 9월까지 박스권(2.40~2.60%) 형성 후 하락할 것이다. 현재 국고 3/10년 스프레드에는 두차례 금리인하와 추경편성, 장기채 추가공급과 메르스 진정 등이 반영되어 있다. 50bp대 후반으로 축소를 예상한다.




1. 그리스 채무협상 타결, 가혹한 조건으로 향후 진통 예상


결국 채무구조조정과 그리스 은행에 대한 ESM의 자본확충으로 진행될 것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을 논의하기 위한 유로그릅회의를 하루 앞둔 7월10일, 영국 가디언(The gardian)지에 의미심장한 칼럼이 실렸다. 바루오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의 글이다. 강경파이자 게임이론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국민투표 직후 ‘원활한 협상을 위해’ 장관직을 사퇴했다.


그는 ‘독일은 그리스를 깨뜨리는데 관심이 있으며, 우리의 고통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Germany won’t spare Greek pain - it has an interest in breaking us’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그리스의 목표는 언제나 채무 구조조정(debt restructuring)이었지만, 일부 유로존 지도자들의 목표는 그렉시트(Grexit)’였다면서,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유로존 회원국들의 규율 강화 수단으로 그리스를 퇴출시키려고 하고 있으며, 프랑스를 협박하여 독일의 엄격하고 규율적인 유로존 모델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한 것임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바루오파키스의 선동 때문이었는지, 국민투표 전후 ‘그리스 對 유로존’으로 형성되었던 대결구도는 ‘프랑스(남유럽) 對 독일(북유럽)’으로 전환되었다. 내수위주의 성장패턴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는, 수출중심의 성장전략을 추진하는 독일이 유로존 위기에 따른 유로약세의 수혜로 성장하면서도 주변국에는 과도한 긴축을 요구함으로써 위기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독일을 견제하기 위해 자의반 타의반 프랑스와 남유럽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리스와 프랑스는 물론 독일도 그리스의 채무상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1) 그리스 정부에게는 만기연장과 이자율조정 등 채무 구조조정(reprofiling)을 거쳐 구제금융이 지급될 것이며, 2) 유럽재정안정기구(ESM)의 자본확충 지원을 통한 그리스 은행들의 재자본화(recapitalization)도 진행될 것이다. 유로그룹회의 직전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원금탕감은 불가능하지만 제한적인 부채스왑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리스의 요구대로 ECB가 보유한 그리스국채의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율을 대폭 낮춰 유럽재정안정기구(ESM)로 하여금 인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시사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채권단은 부채의 원금탕감이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고, 치프라스 그리스총리는 실질적으로 부채탕감을 이끌어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채무협상 전선의 변화, 독일 對 프랑스

안정을 중시하는 독일과, 성장을 중시하는 프랑스는 유로존 위기해법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차이를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독일은 경제활동에 대한 국가간섭을 최소화하는 새고전학파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반면 프랑스는 국가가 경제활동에 직접 개입하는 국가통제적 시장경제를 중시해왔다. 위기관련 해법에 대해서도 독일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엄격한 원칙에 입각한 접근방법을 선호하는 반면, 프랑스는 유연하고 실용주의적인 접근방법을 선호한다.


구제금융협상 타결? 가혹한 협상결과, 치프라스는 무엇을 한 것일까?

13일 유로존 정상들은 17시간의 밤샘 끝장토론 끝에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협상을 개시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그리스의회는 지체없이 7월15일까지 개혁법안을 입법해야 한다. 12가지 핵심 개혁법안이 통과되면 7월16일 ‘제3차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 협상을 개시한다는 내용이다. 그에 따라 유럽재정안정기구(ESM)를 통해 3년간 최대 86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이 그리스에 지원된다.


표 2. 그리스에게 요구된 12가지 핵심 개혁법안 내용(요약)

1. 부가가치세 시스템의 간소화, 세수 기반을 추가 확대할 것(부가가치세 인상, 징세제도 개선)

2. 장기적으로 연금시스템을 지속시키기 위한 선제적 방안 시행(연금개혁 등)

3. 그리스 통계청의 법적 독립성을 보장할 것

4. 사법부 시스템에 대한 점검, 신속한 사법처리

5. 재정지출 자동삭감 조치 취할 것 

6. 은행회복정리지침(BRRD, 금융기관 파산시 국민세금이 아닌 주주와 예금주들의 손실부담)으로 이행(주내)

7. 적극적인 연금개혁 실행. 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zero deficit clause) 또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2015년 10월까지 마련할 것

8. 상품시장(product market)의 적극적 개방. OECD toolkit1 (시장자유화를 위한 구조개혁, 경쟁강화 조치) 권고 조항을 조속히 이행할 것

9. 송전공사 민영화

10. 노동시장 단체교섭권 축소 

11. 부실채권 처리할 것. 그리스 금융안정기구(HFSF)와 은행 지배구조 강화(정치적 개입을 차단할 것)

12. 그리스 당국은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독립기구를 수용하고 그리스 민영화기구(TAIPED)의 독립성을 높일 것. 500억 유로 이상의 가치 있는 그리스 자산은 현재 있는 외부 또는 독립적인 펀드로 편입시켜 민영화시키고 부채를 줄여나갈 것. 이 펀드들은 그리스 당국과 관련 유럽기구의 감독을 받을 것

(250억유로는 은행 재자본화(recapitalization)에, 125억유로는 부채상환에, 125억유로는 투자에 사용)


자료: 유로그룹, 하나대투증권

주: 1, 2, 3, 5는 7월15일까지, 4, 6은 7월22일까지



12가지 핵심 개혁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협상 타결’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그리스는 유로존에 잔류할 수 있고, 채무경감(debt relief)에 따라 실질적인 원금탕감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는 국민들이 반대했던 거의 모든 것들을 내주었다. 국민투표 강행으로 ‘신뢰’를 잃어버린 댓가 치고는 혹독하다. 개혁법안에는 노동법, 연금 및 부가가치세, 사법시스템 개혁과 재정지출 자동삭감 등이 모두 포함되었으며, 경제적으로도 상품시장의 적극적 개방, 송전공사 민영화 등도 입법화해야 한다.


나아가 향후 그리스 은행에 대한 그리스 정부의 주권이 상실되고, 그 자리를 ESM, ECB 등 유로존의 공동기구들이 소유하게 될 은행 재자본화(recapitalization)의 길도 열어 주었다. 은행 파산시 주주와 예금자 손실부담 원칙이 입법화될 것이며, 함께 입법화될 부실채권 처리 과정에서 이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부채상환에 쓰여질 500억유로 규모의 독립적인 국유자산 매각 펀드는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국민투표 직후 그리스가 요청했던 구제금융 규모가 535억유로였다. 치프라스 총리는 무엇을 한 것일까? 그리스의회 통과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며, 치프라스 총리의 실각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150714_신동준_Bondston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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