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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달러 상승 시나리오

bondstone 2017. 3. 13. 16:51

1.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담 프리뷰

이번 주말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담이 독일에서 열립니다.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변화된 미국의 통상정책 기조를 G20 코뮤니케에 반영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국의 의지는 코뮤니케 초안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습니다.


1) 징벌적 관세와 같은 정책에 대한 문구 변화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은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을 지양한다'는 기존 문구를 삭제하려 합니다. 이 문구가 기존 무역협정 재협상, 국경조정세 도입 등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이 이번 G20 회담의 핵심입니다.

대신 미국은 ‘공정하고 정당한 무역’이라는 문구를 넣으려 합니다. 트럼프가 언급했던 평평한 운동장 (a level playing ground)과 같은 맥락의 문구입니다. 여기에서의 핵심은 '공정'(fair)입니다.


2)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에 관한 문구를 삽입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미국 이외의 주요국들이 글로벌 수요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 충분히 수입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로 인해 세계 경제가 불균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와 므누신 장관의 의견입니다.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절하시켰기 때문에 수입을 적게 하고 그래서 불균형하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다른 국가들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불균형'은 미국의 시각일 뿐이고, '공정'을 정의할 때는 힘의 논리가 개입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과 독일의 갈등이 가장 눈에 띕니다. ECB가 통화약세를 이끌도록 압박했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지만, 올해 G20 의장국인 독일은 미국의 주장을 여러 차례 부정했습니다. 드라기 ECB 총재도 G20의 기존 내용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G20는 미국이 세계 질서를 설정하는 도구이고 (G7 확장판),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담은 강대국의 뜻을 공개적으로 인준하는 자리일 뿐입니다. 따라서 코뮤니케 초안에서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2. 트럼프 정책 중간 점검

이번주 수~목요일에 트럼프 행정부의 2017년도 예산안이 제출될 예정입니다. 이미 지난 의회 연설에서 큰 그림은 잡은 터라, 구체적인 숫자를 제외하면 크게 새로운 내용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에 즈음하여, 트럼프 정책을 다시 점검해보겠습니다. 트럼프 정책의 핵심은 1) 조세개혁, 2) 보호무역주의, 3) 규제완화, 4) 인프라 투자 등입니다. 개략의 우선순위는 번호를 매긴 순서대로인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 조세개혁

오바마케어가 트럼프케어로 대체되는 것이 조세개혁의 선제조건입니다. 그 이후에 법인세 인하, 국경세 조정, 코드 단순화 등이 진행됩니다.


트럼프케어는 지난 9일에 세입위원회와 에너지상업위원회 등 하원 2개 상임위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하원과 상원의 표결입니다. 하지만 공화당 상원 의원 4명은 보조금 혜택 축소에 반대의사를 보였고, 강경 보수파는 수정안이 과감하지 못하다며 볼멘 소리입니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이번 관문을 넘어야 다른 일들이 찬찬히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케어 관련 소식이 추가되는대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2) 보호무역주의

조세개혁과는 약간 별개로 국경세 조정을 비롯해 기존 무역협정 재협상, 환율조작국 지정 등과 같은 보호무역주의가 정책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일단 NAFTA 협상 시기는 계속 오락가락한데,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이 NAFTA 재협상을 3개월 이내 (6월 하순~7월 초순)에 개시할 것이라고 한 것이 가장 최근 소식입니다. 분위기는 중국으로 잡기 시작했고 다음 타자는 유로존이지만, 일단 미국이 확실하게 쥐고 흔들 수 있는 협상은 NAFTA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번 G20 코뮤니케 수정은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기타 보호무역주의 정책들은 보다 과감해지고 속도도 빨라질 수 있습니다.


3) 규제완화

또 위 정책들과는 별개로 규제완화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금융규제완화는 6월 이전에 시작하지 않을 분위기입니다 (부통령의 경제자문역이 밝혔습니다.)


4) 인프라투자

인프라 투자는 적어도 올해는 우선순위에서 조금 밀려 있습니다. 인프라 투자는 경기를 지나치게 뜨겁게 만들고 기준금리 인상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는 요인이었는데, 어쩌면 이렇게 미뤄져 있어서 다행입니다. 



3. ECB에서 스멀스멀 흘러 나오는 긴축의 기운

ECB 통화정책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드라기 총재는 ‘향후 정책금리를 현 수준 또는 더 낮게 (lower)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문구에서 ‘lower’를 제외할지에 대해 짧게 논의했다고 했습니다. 드라기 특유의 '기술'이 들어갔다고 시장은 평가했는데, 지난주 금요일에는 양적완화 축소 이전에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논의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ECB는 심각하게 논의한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시장은 테이퍼링 간보기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ECB의 테이퍼링이 명시화되는 것은 8월 즈음이고 실제 시행은 내년 초중반일 것이며 그 이후에 정책금리 인상’이 시장의 컨센서스입니다. 하지만 드라기 특유의 '선제공격' 기술이 본격화된다면 이 긴축 기조가 천명되는 시기는 2분기로 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시장은 이미 이를 반영해서, 연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50%로 높여 잡았습니다.



4. 위 주제를 종합해서 본, 유로/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

ECB는 테이퍼링을 저울질해보는 상황인 반면, 트럼프 정책 중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높일 수 있는 정책들 (인프라투자, 규제완화 등)은 우선순위가 다소 밀려 있습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올해 4분기부터 본격화되면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느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대차대조표 축소 논의로 단기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진다면, 이번 FOMC에서 점도표에 큰 변화가 없다면, 그리고 ECB는 긴축 분위기를 더 잡아가고, 메르켈을 만난 트럼프는 '유로존의 환율조작' 운운하고, 므누신은 G20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통상정책 기조를 못 박으면 유로/달러의 상승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가격에 반영된 것들도 적지 않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들도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유로/달러 강세는 최근 급락한 원자재 가격의 반등 모멘텀이 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