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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본 유럽 정치 위험

bondstone 2017. 3. 2. 08:57

[런출장 후기] 런던에서 본 유럽 정치 위험


지난 주말부터 어제까지 런던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다녀오신 분들은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특이하게도 막상 런던에서 의외로(?) 영어보다 영어가 아닌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브렉시트가 발생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BOA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Blackrock을 방문했고, 주로 이코노미스트, 전략가들을 만나 최근 유럽 쪽 정치 경제에 대한 시각을 듣고 왔습니다. 이번 출장에서 시장과 관련된 내용들만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유럽 경기는 좋아지고 있으나, 자신감은 약했습니다. 펀더멘털은 개선되고 있다는데 거의 동의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유로존 PMI 수준을 감안하면 유로존 성장률은 2%대라는 의견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확대와 ECB 정책, 유가 하락 등에 기인했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향후 성장률 및 인플레 전망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웠습니다. 지금까지 유로존 경기를 회복시킨 요인들(유가 하락, 재정확대 등)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가 지난해보다 같거나 조금 낮게 보고 있었습니다. 


인플레 전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가는 2분기까지 상승(기저 효과)하겠으나, 이후 주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대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유로존 경기가 좋아지긴 했으나, 노동시장의 유휴 인력(slack) 문제가 여전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2) 유로존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향후 성장률과 인플레에 대해서는 Downside Risk가 좀더 큰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ECB 정책이 적어도 올해 중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ECB Tapering은 2018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3) 반면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걱정은 있지만 현지라서인지 유로존 분열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한국 금융시장이 막상 북한 문제에 대해 둔감한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네덜란드 총선(3월 15일)과 독일 총선(9월)에 대해서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 정치는 불안하나 당장 임박한 이슈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역시 현재 가장 이슈는 프랑스였습니다. 


프랑스 대선의 경우, 2차 대선 투표에서 르펜이 최종적으로 당선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었습니다. 프랑스는 미국 대선, 브렉시트 당시와는 달리 언론 여론 조사의 신뢰도가 비교적 높은 편인데다 프랑스는 헌법 상 EU 회원국이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는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실현되기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프랑스와 독일 간 국채금리가 확대된 이유는 1) 르펜 후보의 지지율이 당초 17~18%에서 20%대 초반으로 상승했고, 2) 프랑스 국채 가운데 12% 이상을 외국인 투자자(주로 일본)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그 비중이 다른 국채들에 비해 꽤 높은 편이며, 3) 프랑스 정치적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프랑스 대선 경선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했습니다. 최근 파리를 다녀온 독일 출신 Economist에 따르면 이제 거리에서 팜플렛을 나눠주는 등 이번 대선에서의 열기가 이전보다는 뜨겁다고 언급했습니다. 


4) 특이했던 점은 장기적인 유로존에 대한 전망이었습니다. 저희가 만난 독일/이탈리아 출신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래도 유로존이 통합 쪽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도 유로피언이라고 언급하면서 오히려 최근 정치적 위험이 개혁과 통합의 반전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프랑스의 마크롱/피용 등의 정책은 개혁 성향이 상당히 강하다는 점과 독일 SPD당 슐츠 후보 역시 Pro-EU 성향이 강하든 점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영국 출신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통합에 대한 확신은 별로 없었습니다. 즉 출신 국가와 성향에 따라 유로존의 미래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엇갈렸습니다. 


5) 많이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브렉시트와 관련해 영국 또는 런던의 금융 중심지로의 위상이 약해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었습니다. 일부 프랑크프르트, 파리, 밀라노가 대안으로 떠 오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자금과 인력 이동은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예컨대, 외국인 입장에서 영국 또는 런던에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자녀들이 영어권 국제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지역 즉 독일/프랑스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장점이라고 보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은행 시스템에 대해서는 궁극적인 해결책은 없다는데 입을 모았습니다. 임시봉합적인 대책들의 지속성은 약하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거 재정위기 당시와 같은 시스템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이탈리아 은행들 만의 지역적인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6) 유럽 자산이 저평가되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습니다. 특히 주식시장. 즉 최근 유로존 경제 지표가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는 정치적인 위험 때문에 약하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기업들의 이익이 5년 만에 처음으로 (+)로 반전하고 있는데도 전혀 흥분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주식시장 측면에서는 유로존 정치적 위험 때문에 은행 등 금융주가 저평가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은행 외에 에너지/광업 관련 주식들도 저평가 또는 보유 비중이 크지 않다고 지적(under-owned)한 반면 Cyclical 산업(산업재/소재)는 이미 호재를 꽤 많이 반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습니다(Morgan Stanley). 모건스탠리는 상반기는 긍정적, 반면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 인상 싸이클이 빨라지면서 자산가격 상승에 불리할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Blackrock에서는 다른 해외 IB들에 비해 좀더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했습니다. Blackrock에서는 중국 등 신흥국 경기와 유로존 경기 회복이 좀더 지속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모처럼 동반 회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신흥국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금리가 높은 Hard Currency 신흥국, 즉 브라질/아르헨/인도/인도네시아를 긍정적으로 전망했습니다. 터키에 대해서도 정치적 위험이 다소 완화되면서 기회 요인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출장기간이 짧아 좀더 깊이있는 이야기들을 듣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장 특이했던 점은 출신에 따라 유로존 문제를 보는 시각이 많이 달랐다는 사실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유로존이 분열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생각했던 것에 대해서는 의외로 독일이나 이탈리아 출신들은 영국에 비해 EU의 미래에 대해 덜 비관적이었고, 최근 정치적 이슈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