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도 금융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까?
탄핵안 이슈 부상과 단기전략
행여나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불거지면서 간밤에 미국 증시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탄핵 가능성이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긴 하지만, 치명적인 악재로 보기는 일러 보입니다.
박근혜 전대통령과 브라질 호셰프 대통령의 사례를 보면 경험적으로 탄핵은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도 그럴까 싶긴 합니다만, 안타깝게도 미국의 탄핵사례는 세 가지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1) Teapot Dome Scandal(1922/4월~1927년 10월)
당시 하딩 대통령의 내부장관이 해군 소유 정부 유전을 대여해주고 경제적 이익을 취하다 들통난 사건(Teapot Dome 유전)입니다. 탄핵 절차가 진행되긴 했으나, 1923년 하딩 대통령이 돌연 사망함으로써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미국 경기가 호황이었습니다. 탄핵 이슈로 주식시장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2) 닉슨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1973년 2월~1974년 8월)
탄핵 직전 닉슨대통령이 사임함으로써 사건이 끝났습니다. 닉슨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4일 만에 사임했습니다. 당시 미국 주식시장은 상당히 안 좋았습니다. 그런데 정치적 문제보다는 경기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침체 국면이었습니다. 71년 달러의 금태환 중지 조치 이후 발생한 달러 약세 때문에 인플레가 심했고(연준의 긴축), 거기에 73년 2차 오일쇼크가 겹쳤습니다.
3) 클린턴 대통령의 일명 지퍼게이트(98년 1월~99년 2월)
당시 탄핵안이 하원에서 통과되었으나 상원에서 통과되지 않아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는 있었으나, 미국은 95년 이후 호황이 지속되던 시기였습니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습니다.
앞서 세번의 경우로 보면 너무 오랜 일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탄핵 이슈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보다는 역시 경기가 더 중요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더구나 실제 미국에서는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잃어버린 사례는 없었습니다(닉슨대통령은 자진 사임, 하딩대통령은 돌연 사망). 아직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인 만큼 실제 탄핵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입니다. 오히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는 하원과 일부 상원의원들의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오히려 공화당 입장에서는 세제개혁 등 정책들을 강화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해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라면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여지도 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이슈가 미국경기나 주식시장의 중장기 상승추세를 훼손할 요인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단기 모멘텀 측면에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제(5/17) 미국 증시 하락을 주도한 것은 리플레이션과 성장에 민감한 산업들이었습니다. 은행주가 -4%, 반도체 -4%, 운송 -3%, 소형주가 -2.5% 하락했습니다. 반면 필수소비/유티릴티/REIT는 견고했습니다.
탄핵은 직접적인 우려보다는 조정의 빌미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1) 추가 성장 모멘텀이 다소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서(미국 CPI 등) 주가와의 괴리가 다소 커졌고, 2) 1분기 실적 시즌이 끝나면서 재료 및 모멘텀 공백기에 진입했으며, 3) 변동성이 극도로 낮아져 있고 매수심리가 일부 나스닥/반도체 등에 쏠려있는 상태에서, 4) 정치적 불확실성이 불거지면서 세제개편안 등 향후 성장에 대한 신뢰를 흔들어 놓았다는 점이 원인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고세율 상위 50개 기업의 바스켓은 S&P500 지수 대비 작년말 한때 대선전보다 +5.2%나 벌어졌었습니다만, 어제는 대선전보다 오히려 -1.5% 낮아졌습니다. 세제개편안에 대한 기대 자체는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모멘텀이 약한 상태에서 탄핵 이슈가 조정의 빌미가 된 만큼 미국증시는 단기적으로 상승탄력이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과 코스피가 괜찮고, 중국도 긴축을 다소 진정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장기 차원에서의 긍정적 시각은 여전합니다.
그렇다면 전략적으로 언제, 어디서 실마리를 찾아야할 지가 관건입니다.
결국 성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2.2% 수준까지 떨어진 미국10년 금리가 이전 저점을 깨지 않고 안정을 찾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참고로 과거 미국10년 금리의 고점은기준금리의 고점에서 형성되었습니다.
작년말 자연이자율이 Zero까지 하락했으니, 향후 미국10년 금리(기준금리)는 물가목표(물가전망)와 동일해져야 합니다. 현재 core PCE 목표(2%)나 과거 물가(과거 20년간 최대 2.5%) 수치로 미국10년 금리의 감을 잡아보시면 될 듯 합니다. 연내 추가 2차례 금리인하 전망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국10년 금리가 2%를 하회하기는 단기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2.30%을 중심으로 2.0~2.5% 수준에서 움직이는 미국10년 금리는 합리적입니다. 만약 주가가 고점 대비 약 5%(S&P500 기준 2,290~2,300pt) 조정 받는다고 가정하면 기술적으로 저점은 2.10% 수준에서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식의 경우 단기조정은 불가피해 보이나 적어도 3분기까지는 기회가 남아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주가상승분 중에서 이익 상향조정분을 제외한 밸류에이션 상승분을 다 되돌린다고 가정하면 S&P500 기준 약 5%의 추가 조정이 가능합니다만, 그러나 탄핵은 펀더멘털(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니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까운 사례인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의 경우 최순실의 국정농단 파문이 급부상한 이후 KOSPI는 저점까지 약 4.3% 하락했습니다. 이후 탄핵안이 가결되고 파면되는 과정에서 주가는 오히려 반등했습니다. S&P500가 고점(2405pt) 대비 5% 하락한다면 저점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2,290~2,300pt 수준이 됩니다.
탄핵시나리오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들
1) 탄핵사유로 주장하는 사법방해죄(obstruction of justice)는 법률적 요건이 상당히 까다로우며(한국은 국회가 소추, 헌재가 심판. 미국은 하원이 소추, 상원이 심판. 탄핵심판시에는 상원의장이 부통령이 아닌 연방대법원장), 2) 트럼프가 집권한지 4개월에 불과한 데다 탄핵 반대여론이 아직 30%대로 높고, 3) 여대야소라는 점에서 결론적으로 탄핵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코미 전FBI국장의 메모나 증언, 녹취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만큼 이제는 탄핵까지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짚어봐야 할 때입니다(과거 정보기관의 메모를 증거로 채택한 사례는 다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은 대통령 탄핵 시 보궐선거 형식으로 대선을 치르지만, 미국은 부통령이 남은 임기를 승계합니다. 현재 미국의 부통령은 마이크 펜스입니다. 인디애나 주지사였기에 러스트 벨트 표를 얻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트럼프에 미온적이었던 전통 공화당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공화당은 그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습니다. 실제로 펜스가 부통령 후보로 선택된 후 공화당 지지자의 트럼프 지지율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주지사로 당선되기 전, 6선 하원의원이었습니다. 트럼프와는 달리,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의 관계도 좋습니다. 당적을 몇 차례 바꾸기도 했고, 공화당 주류를 공격하며 경선에서 승리했던 트럼프와는 다른, 정통 공화당원입니다.
펜스 부통령은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감세를 지지하는 공화당의 주류입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트럼프가 추진 중인 세제개혁, 감세 등과 같이 공화당 색깔이 짙은 정책은 유지하고 보호무역처럼 공화당과 어울리지 않는 정책들은 포기할 수 있습니다. 주식 등 위험자산 시장에 긍정적입니다. 탄핵 과정에서의 소란스러움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 당시에는 탄핵 과정이 13개월 정도 걸렸습니다(결국 부결). 현재 주요 IB들은 공화당이 다수인 상황에서 내년 11월 중간선거까지 트럼프의 탄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탄핵 사유(닉슨의 녹취와 같은)가 나오고 헌법 수호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모양새(명분)만 갖춰지면 공화당 의원들은 재빠르게 탄핵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통령직을 승계한 펜스가 내년 말 중간선거 전까지 안정된 모습을 보여줄 만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탄핵은 하원의 과반 동의를 얻어 소추안이 통과되면 상원의장(원래는 부통령이나 탄핵심판은 연방대법원장이 맡음)의 주도 하에 상원의원이 배심원 역할을 하고 상원 표결로 탄핵 여부를 결정합니다. 탄핵심판이 되려면 상원 정족수의 2/3(67명)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탄핵이 실제로 이뤄진 적은 없었으며, 과거 두 차례 상원에서 기각된 적은 있었습니다. 현재와 상황이 매우 유사한 닉슨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안이 발의된 후 4일만에 사임했습니다. 사임 전에 부통령이 사임한 적 있었기에 부통령이 됐던 포드가 대통령직 승계했습니다.)
탄핵 시나리오를 살펴봤지만, 실제 탄핵 가능성이 높아지려면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이 헌법 수호를 이유로 트럼프 탄핵을 지지할만한 결정적 증거(명분)가 나와야 합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백악관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민주당과 주류 언론의 불온한 공격으로 치부하면서 방어하는 중입니다. 자기들이 후보로 내세워 당선된 사람을 끌어내리는 모양새도 공화당 의원들에게는 부담스럽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탄핵 가결의 전례도 없습니다.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을 아직은 낮게 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빠른 속도로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는 분명히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입니다. 차라리 탄핵이 빠르게 진행돼 잡음을 털고 가는 것이 길게 보면 좋은 시나리오일 수도 있습니다.
VIX가 하루밤 사이에 40% 이상 치솟았습니다. VIX의 최근 5일 변화율이 +40%인 경우, 5일 이내로 VIX는 다시 하락했습니다. VIX가 계산되기 시작한 이후 예외는 2008년 금융위기 단 한번 뿐이었습니다. 따라서 단기관점에서 지금 해야 할 좋은 질문은 '트럼프 탄핵 가능성이 경제위기로 전개될 수 있는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은 미국의 정치 불안정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글로벌 불확실성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선 이후 (재정지출과 감세안의 기대는 다 소멸되고 좌충우돌과 인종차별, 보호무역주의만 남아있는) 트럼프를 '자산시장의 잡음'이었다고 규정한다면, 오히려 잡음을 제거하는 이벤트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를 공화당의 적자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의원들에게는 빠르게 그를 털어내야 할 이유도 많습니다. 빠르게만 진행된다면 탄핵은 자산시장에 호재입니다.
문제는 탄핵이 미적지근하게 진행되거나 탄핵이 기각돼 트럼프가 대통령인듯 대통령 아닌 대통령 같은 사람이 되어버리는 게 문제입니다. 입장이 애매해진 공화당 의원들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도 높아질테고, 그러면 잔여임기 3년 8개월 내내 미국 정치는 안정을 찾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관전포인트는 여당(공화당) 의원들 중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입니다. 존 메케인 상원군사위원장이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처럼 꾸준하게 트럼프에 부정적이었던 사람들 이외의 의원들이 얼마나 동참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엊그제와 어제 밤에 몇몇 공화당 의원들이 '탄핵'을 주정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탄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쪽으로 바뀌게 된 것 같습니다.
연준은 3월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기준금리 경로'를 강조했습니다. 점진적으로 올려가겠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언제 올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연내 3번 올리는 게 중요하지, 3, 6, 9, 12월 중 언제 올리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준은 금융시장이 안정됐던 3월에 올렸습니다.
시장은 6월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6월 인상 기대가 꺾이고 실제로 인상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부정적 이벤트가 나와 금융시장 스트레스가 높을 때는 기준금리 인상을 '연준의 경기우려'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망설이는 이유가 '경기'인지 '이벤트'인지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6월 중순까지 정치불확실성이 고조되고, 그리고 연준 인사들이 6월 인상 기대를 낮추기 위한 발언들을 한다고 해도, 시장에 추가 악재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추가로 알려지는대로 또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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