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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를 주고 받는 연준의 매파와 비둘기파

bondstone 2017. 7. 13. 16:27

[Weekly Note] 카드를 주고 받는 연준의 매파와 비둘기파

어제 옐런이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면서 연준의 Data-dependent 원칙이 재확인됐습니다. 옐런의 발언은 매파의 이른 대차대조표 축소 카드와 비둘기파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카드가 맞바꿔지는 연준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는 듯 합니다. 연준의 과속단속 강도는 누그러지는 것 같지만, ECB와 BOJ의 매파 기조가 선명해지는 전조로 볼 수도 있습니다. 금리의 단기 반락이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연준 국제통은 연준과 ECB이 정책속도를 맞출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연준의 더딘 기준금리 인상과 유로/달러 환율의 안정화를 추구하는 비둘기의 의견이라고 해석합니다. 옐런은 처음으로 양적긴축이 장기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했습니다. 뉴욕 연은의 대차대조표 업데이트 보고서를 보면서, [수 년에 걸쳐 장기금리가 매우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발언을 생각해봤습니다. 


Data-dependent 재확인
어제 옐런 의장의 의회 증언으로 시장은 크게 안도했습니다. 옐런은 인플레이션 둔화가 지속된다면 정책을 변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시장은 6월 FOMC 이후 결국 인플레이션은 오를 테니 제 갈 길을 가겠다던 옐런의 강경한 태도가 누그러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중앙은행 관찰자들이 모인 FOMC 기자회견과는 달리, 의회 증언은 정치적 의도가 깔린 질문들이 나오는 곳입니다. 공화당 의원들은 대규모 양적완화에 부정적이었던 터라, 통화정책을 FOMC라는 암실에서 결정하지 말고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준칙을 바탕으로 결정하라고 연준을 압박해왔고 어제도 그랬습니다. 반면 평소 민주당 의원들은 옐런을 칭찬하는 역할을 주로 했는데 어제는 조금 달랐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강하지 않은데 왜 성급하게 통화정책 정상화를 향해 가는지를 캐물었습니다.


옐런은 일단 기존 입장을 다시 반복했습니다. 필립스 곡선 상의 두 요인, 물가(임금)와 실업률의 관계가 이전에 비해 약해졌다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여전히 필립스 곡선은 시차를 두고 작동한다고 했습니다.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 요인은 수 개월 내에 사라지면서 연준의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게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2% 물가목표를 가는 경로 하에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는 건 성급하다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중장기 통화정책 경로에 관한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옐런은 톤을 누그러뜨렸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된 상황 하에서도 연준이 매파적 경향을 보이면서, 시장은 Data-dependent 원칙이 깨졌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의 압박 질문을 통해 Data-dependent 원칙이 살아 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매파와 비둘기파의 카드 교환
시장이 어제 옐런의 발언에 환호한 건 전일 연준 인사들의 발언 영향도 컸습니다. 먼저 브레이너드 이사의 발언들이 꽤 의미 있었습니다. 브레이너드는 기준금리를 충분히 올렸으니 대차대조표 축소는 곧 개시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습니다. 대신 (기준금리를 충분히 올린 만큼) 대차대조표 축소가 시작되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결정 시 인플레이션을 더 주의 깊게 관찰한다고 했습니다. 실질균형금리가 0% 부근이므로 기준금리를 급하게 올려야 할 상황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어제 옐런 의장도 비슷한 발언을 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된 상황에서의 기준금리 인상을 더는 봐주지 않겠다는 비둘기의 의지로 보입니다.


매파로 분류되는 하커 총재와 메스터 총재의 조심스런 발언도 영향이 컸습니다. 하커 총재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일단 시작하되, 시장 반응을 관찰하면서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자고 했습니다. 지난 달 런던 연설에서는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했는데, 약간 조심스러워졌습니다. 메스터 총재로 대차대조표 축소는 일찍 시작하는 게 낫다고 했지만, 인플레이션이 두 어번 더 이렇게 둔화세를 이어가면 심각하게 봐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매파의 조기 대차대조표 축소 (9월) 카드와 비둘기파와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 카드가 교환되는 분위기입니다. 옐런의 어제 발언은 이런 연준 내부의 분위기를 확인해줬습니다.


연준의 과속단속은 끝났나?
6월 FOMC에서 연준이 물가안정, 완전고용 등 이중책무보다 금융안정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물가가 어차피 빠르게 오르지 않는 거라면, 저금리를 틈탄 자산가격 상승이라도 막아야겠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게 시장의 평가였습니다. 어제의 발언으로 한 달 만에 연준의 과속단속반이 철수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2014년 중반, 옐런은 바이오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연준의 자산가격 언급은 꽤 이례적이었습니다. 그만큼 충격도 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바이오기술주는 3% 정도 조정을 받았을 뿐, 2015년 중반 유력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의 고가 약값 발언으로 무너질 때까지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바이오기술주만 놓고 보면 중앙은행의 구두 개입이 무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S&P 500의 상승세는 그 이후부터 무뎌졌습니다. 6월 ECB의 과감한 부양책과 부양 의지로 하반기부터 유가가 급락하면서 에너지주가 급락한 영향이 컸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연준은 ECB의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 (달러 강세, 유가 하락)을 경계하고 미리 경고했는지도 모릅니다.


중앙은행 음모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체는 있습니다. 2014년 2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는 회원국간 조정과 소통에 합의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엔화 약세를 추진하던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를 겨냥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자국통화 약세를 통한 근린궁핍화를 지양하자는 합의였습니다. 이후부터 구로다의 기행은 중단됐고, 과감한 부양의지를 보였던 ECB는 통화약세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아무도 안 물어봤는데도) 반복했습니다. 그만큼 효력 있는 합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소 무모한 추측을 해보자면, 연준은 과속단속반이 굳이 필요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했는지 모릅니다. 1) ECB가 테이퍼링을 빨리 선언하거나 큰 규모로 진행하게 된다면, 또는 2) BOJ가 통화정책 정상화를 향해 가면, 금리가 오르면서 연준이 굳이 과속단속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ECB의 양적완화는 독일의 매입가능 국채량이 감소하면서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로존 경제지표들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대규모 양적완화의 필요성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화요일에 정리해 드린 바와 같이, 현재 ECB의 월 600억 유로 양적완화가 상반기 월 400억 유로, 하반기 월 200억 유로로 낮아진다는 시나리오가 현재 시장 전망의 중간값입니다. 하지만 몇몇 IB들은 월 100억 유로씩 또는 매 회의마다 150억 유로씩 매입규모를 축소해 상반기 중에 테이퍼링을 종료하는 시나리오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BOJ도 화요일에 정리한 것처럼 통화정책 정상화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주 통화정책회의가 아니라면 9월에도 문은 열려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옐런 발언의 안도감으로 추가 하락할 수 있겠지만, 연준 과속단속반이 철수해도 될 정도의 정책 변화가 ECB와 BOJ에서 나온다면 금리는 단기 반락 흐름을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더 긴 그림에서 보면, 아마존 전략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장기적으로 금리의 상승 여력은 그리 크지 않다고 봅니다).


연준 국제통이 제시한 Fed-ECB 공조 필요성
브레이너드 이사의 발언에서 눈여겨볼만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브레이너드는 [연준과 ECB가 같은 정책 도구를 사용하면, 정책 도구가 다른 경우에 비해 환율과 교역 흐름에 덜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 쪽은 대차대조표를 변경하고 또 다른 한 쪽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기준금리를 인상한 쪽의 통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수출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연준의 국제통답게 두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봅니다. 현재 ECB는 테이퍼링을 먼저 하려 하고 있고, 참고로 시장은 ECB 기준금리가 2018년 중반경에 인상된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내년 6월 회의에서 인상 확률을 60%로 보고 있습니다). 연준과 ECB가 발을 맞춘다는 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또한, 유로/달러 환율의 급변동 가능성을 낮춰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을 추구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뉴욕 연은 보고서로 본 옐런의 장기금리 전망
어제 옐런은 처음으로 대차대조표 축소가 장기금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장기금리 하락에 효과적이었다고 본다]고 평가하면서,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장기금리는 매우 점진적으로 수 년에 걸쳐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큰 영향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이틀 전에 뉴욕 연은이 업데이트한 대차대조표 보고서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뉴욕 연은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1) 만기도래 채권 재투자 축소를 통해 대차대조표가 적정수준까지 줄어들면, 국채 매입을 재개해 대차대조표가 다시 추세적으로 증가 (MBS는 계속 만기도래 시 상환해서 국채 비중을 높이고 MBS 비중은 축소)

2) 정책 정상화 원칙과 계획 (Policy Normalization Principles and Plans, PNP&P)에 의하면 MBS 매각은 하지 않을 것

3) 2018년에는 국채의 만기상환 상한만큼 국채 보유금액이 줄겠지만, 2019년 이후부터는 만기상환 금액이 상한에 미치지 못할 전망 (Chart 1 참조)

4) 모기지금리가 급등하면 Agent-Debt과 MBS의 실제 만기상환 금액이 감소 (Chart 2 참조). 반대로 모기지금리가 급락하면 Agent-Debt과 MBS의 실제 만기상환 금액이 증가 (Chart 3 참조)

5) 현재 3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중간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보면, 2021년말에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2.9조 달러까지 감소하고 이후 2025년까지 3.27조 달러까지 다시 증가할 전망 (Chart 4 참조)


연준은 금융위기 이전 0.85조 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4.5조 달러까지 늘렸습니다 (작년 말 기준). 2021년까지 이걸 채 절반도 줄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 년에 걸쳐 축소를 진행하기 때문에 그 영향도 수 년에 걸쳐 흩뿌려질 수 있습니다 (옐런 의장은 지난 FOMC 기자회견에서 이걸 [페인트가 마르는 걸 지켜보는 것 같을 것 (watching paint dry)]라고 표현했습니다).


아직 영향을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계속 분석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가 #1. 엊그제 미국 의회는 7월 31일부터 시작하는 휴회 일정을 두 주 미뤘습니다. 7월 말까지 건강보험 개혁안과 2018회계연도 예산안 합의에 진전이 없으면 시장 불안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는데, 시간을 조금 벌었습니다.


추가 #2. 외신 보도에 의하면, 게리 콘 본인이 원하면 차기 연준 의장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저금리와 규제완화를 선호하는 공화당원으로서, 트럼프 입장에서 보면 가장 마음에 드는 카드임에 틀림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정보를 바탕으로 보면 시장에서 가장 좋아할 인물입니다 (특히 은행주).


추가 #3. 연준 이사 공석 중 하나에 마빈 굿프렌드 연준 이사 후보가 유력하다고 합니다. 기존의 시장 예상과 같습니다. 단기금리를 조정하는 것 이외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반대했던 터라, 대차대조표 축소에 적극적일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