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정부의 행정력 공백 우려 완화와 세제개혁안 전개방향
지난주 후반, 트럼프의 리더십과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북한리스크에서 벗어나 회복되던 시장이 의외의 한방을 얻어 맞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새벽 미국시장에서는 “세제개혁안에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는 뉴스 한방으로 시장이 급반등하기도 했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내용파악과 함께 기존의 중기뷰를 다시 점검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력에 이어 행정적 모멘텀도 peak out 할 뻔했던 트럼프정부
3월말 조세개혁의 전제조건인 건강보험 개혁안 통과가 공화당 반발로 무산되면서, 그때부터 트럼프의 정책은 무력화되는 수순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런 주장을 펼치면서도 당시 주식을 좋게 봤던 이유는 1) 트럼프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사라져 주가에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았었고, 2) 무엇보다도 글로벌경기가 반등하고 있었으며, 3) 기업실적 개선도 놀라울 정도로 견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히려 트럼프라는 노이즈가 지워지면 더 나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도 했습니다.
이후 트럼프가 택한 방법은 의회를 통과하지 않는 행정부를 통한 업무처리였습니다. 행정명령이나 규정개정 등 행정력을 통한 돌파를 선택했습니다. 보호무역정책, 규제완화 등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목요일(미국시간) 차기 연준의장으로 거론되며 트럼프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평가받는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사퇴를 비롯하여 백악관 내부가 들썩이고 있다는 소식들은 심각한 사안이었습니다. 한달 전 극심한 의견충돌로 어수선했던 백악관에 군기반장으로 영입된 해병대장 출신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백인우월주의를 두둔하는 트럼프의 인터뷰 도중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고, 공화당 주류(부시 전 대통령 부자, 메코넬 공화당 상원대표, 폴 라이언 하원의장)와 군 수뇌부(육, 해, 공군 합참의장), 월가를 포함한 재계의 CEO들이 집단적으로 트럼프의 인식에 대해 반발 혹은 비판적인 성명을 발표하며 동요했습니다. 3월말 건강보험 개혁안 통과 무산을 계기로 "트럼프의 정치적 모멘텀"이 peak out 했다면, 샬러츠빌의 백인우월주의 유혈사태를 계기로 “트럼프의 행정력”도 peak out 할 뻔 했던 사안이라고 판단합니다.
우려했던 트럼프정부의 행정력 공백 우려는 주말 국수주의자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보호무역과 이민규제 정책 등을 주도)의 사임을 계기로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리더십을 상실한 트럼프에 대한 우려와 의심은 여전했습니다.
BIG6가 주도하는 세제개혁안의 상당한 진전 소식으로 행정력 공백 우려 완화
그러나 어제(미국시간 22일)를 기점으로 “행정력 공백”에 대한 우려는 대부분 완화된 것으로 판단합니다.
1) “게리 콘 NEC위원장과 므누신 재무장관, 멕코넬 공화당 상원대표,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과 정부의 핵심인사들이 포함된 소위 BIG6가 주도하는 세제개혁안이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는 뉴스가 있었고,
2) 트럼프가 아프가니스탄 파병 연설에서 “나는 본능을 따르는 편이고 아프간 철수는 내 본능이다. 그런데 백악관에 들어와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보니 파병이 맞는 것 같다”라는 고백(?)이 있었습니다. 이 고백은 주말 스티브 배넌의 사퇴, 그리고 오늘 새벽 활짝 웃으며 회의장을 나서는 BIG6의 사진들과 오버랩되며 리더십 부재와 행정력 공백 우려를 빠르게 완화시켰습니다.
복잡한 세제개혁안에 대해서 정리하자면,
1) 세제개혁안 통과를 위해서는 상원에서 60표 이상을 얻어야 합니다. 50표 이상만으로도 통과되기 위해서는 “세제개혁 결과가 향후 10년동안 미국재정을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검증작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 3월말 건강개혁법안 폐기에서 봤듯이, 지금까지는 공화당 내에서조차 미국재정을 악화시키면 안된다는 원칙론자들과, 더 강하게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대치로 50표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주말의 헤프닝과 위기인식을 계기로 공화당 양극단의 입장이 일단 세제개혁안 통과에 주력하자는 모양새로 집결되면서 일단 50표는 확보된 것으로 보입니다.
3) 의회예산국(CBO)의 검증을 위해서는 정부부채한도 협상과 내년도 예산편성은 당연히 통과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4) 의회 휴회가 끝난 9월부터는 세제개혁안 논의와 검증에 집중해야 하는 수순입니다. 결국 공화당의 50표가 결집되었다면, 시끄럽겠지만 일단 세제개혁안은 “통과”되는 방향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물론 “실질적인 경제효과”에 대한 논의가 또 있어야겠지만 그것은 나중의 문제고(어제는 법인세율 22~25%가 유력하다고 보도되었습니다. 법인세 15%를 언급했던 지난 4월 발표 당시에서 조금 후퇴했습니다. 법안통과 가능성을 높인 반면 감세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굳이 리스크를 꼽자면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해서 트럼프가 다시 “제 버릇”으로 돌아올 가능성일 겁니다.
이제 다시 원래의 시각으로 돌아오면,
트럼프의 정책이 무력화되는 수순에 들어갔다고 말씀드리면서도 3월말 당시 주식시장을 좋게 봤던 이유들은 확연히 힘이 빠져 있습니다.
1) 내년 봄까지의 글로벌경제의 우상향 추세는 여전히 살아있지만 단기모멘텀은 둔화되고 있습니다. 미국경제는 2~3Q 횡보 후 4Q에는 살짝 둔화된 후 적어도 내년 봄까지는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2)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도 예전만 못합니다. 미국기업의 실적은 3Q에 쉬었다가 4Q에 다시 올라오겠지만 모멘텀이 약해졌습니다(한국 IT의 고점은 3Q, 여기서의 표현은 모두 전년동기비를 말합니다. 전체 레벨은 꾸준히 올라갑니다).
3) 나아진 것이 있다면 EM은 개선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도 선진국 경제는 모멘텀이 다소 둔화되고 있는 반면 EM는 상대적으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리더십과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일단 봉합된 만큼 매크로와 실적 측면에서 모멘텀은 약해졌지만, 내년 봄까지 경기와 주가의 완만한 우상향 추세라는 시각을 유지합니다.
주말 잭슨홀 미팅은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에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연준이 대차대조표(B/S)를 축소할 것이고, ECB도 테이퍼링(자산매입규모 축소)에 나서겠지만, “시장의 충격을 주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진행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9월의 이벤트들을 활용하여 주식과 채권 모두 저가매수 타이밍으로 삼으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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