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ote
1. 프랑스 대선의 블랙스완 가능성은 낮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대선은 '르펜과 마크롱이 결선에 진출하고 결선에서는 마크롱이 이긴다'가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였습니다. 그러다 멜랑숑의 지지율이 빠르게 올라오면서 '르펜 vs. 멜랑숑'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릿 속에 그리게 됐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며칠 사이에 멜랑숑의 지지율 상승세가 주춤하고, 다시 르펜과 마크롱의 지지율이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지지율 하락기에 르펜의 하락세가 마크롱보다 컸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르펜은 1차에서도 1등을 하지 못할 모양새입니다. 시장이 최악의 가능성을 그리는 동안 시장이 가장 원하던 그림이 그려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VIX의 하락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일에는 WTI 급락으로 미국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조금 상승했지만, 월요일부터 하락 추세로 전환한 것 같습니다. 일단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프랑스대선 우려는 완화되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 대선은 4월 23일 일요일에 현지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립니다. 현재 서머타임이 적용되고 있어 한국과는 7시간 차이입니다. 한국시간으로 다음주 월요일 새벽 2시에 투표가 종료되고, 3시경에 출구조사 결과가 나옵니다 (법적으로 현지시간 오후 8시 (한국시간 새벽 3시) 이전에 현지 방송사가 예측결과 공개를 못한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출구조사는 초반 개표를 반영하여 신뢰도가 높으므로 1%p 내외의 격차가 아닌 이상 최종 결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지난번 대선 때는 출구조사 결과 3%p 뒤진 사르코지 후보가 출구조사 발표 20분 후에 패배를 인정했었습니다. 초박빙이 아니라면 월요일 한국 시장이 열리기 전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 등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빗나가서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의사결정을 위해 시나리오를 검토할 때, 여론조사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약 8%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하몽 후보가 후보 사퇴 후 멜랑숑을 지지한다면 시장이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도 낮아 보입니다.
2. 미국 2017회계연도 예산안과 정부폐쇄 가능성도 낮다
이달 7일부터 쉬었던 미국 의회가 다음주 화요일부터 다시 열립니다. 4월 말까지 예산안을 임시편성했던 상황이라, 다음주 금요일 (28일)까지는 2017회계연도 예산안을 확정지어야 합니다. 다음주에 불안감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가 끼어들지 않는 한) 합의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공화당도 2013년에 16일 간의 정부폐쇄(shutdown)를 주도하고 정치적 타격이 있었던터라, 정부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양당 합의가 기본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만약에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고 정부폐쇄로 치달으면, 그나마 남아 있는 트럼프의 정책 기대도 일시적으로나마 소멸해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현재까지는 무난하게 지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회가 열리면 다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3. 연준 금융감독 부의장과 금융규제
도드-프랭크법에 따르면 연방준비이사회(FRB)의 7인 이사 중에 금융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부의장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오바마는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을 지명하지 않았고, 그 업무는 사실상 타룰로 이사가 담당했었습니다. 지난 5일자로 사퇴한 타룰로의 후임으로 랜달 퀼스가 물망에 오르면서 이 분의 성향에 관심이 높습니다. 도드-프랭크법의 폐지는 정치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고려해볼만 하다고 했습니다. 금융규제에 부정적인 언급이 있었다는 점에서 시장이 환호하긴 했지만, 부의장은 의장의 통제를 받습니다. 만약 금융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옐런 의장이 연임하면, 현실적으로 지역은행을 스트레스테스트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기준을 낮추는 정도의 규제 완화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타룰로 이사도 주장했고, 옐런도 이미 동의한 내용입니다. 그런 점에서 시장이 정말 원하는 '대형은행 규제 완화' 기대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랜달 퀼스의 지명 여부보다 옐런의 연임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요인을 제외한다면, ‘옐런이 퇴임해야 은행주가 산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4. 연준의 통화완화기조와 트럼프
공화당은 통화완화기조를 반대하면서 통화긴축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는 규제완화로 해결하는 해법을 지지합니다. 반면, 현재 연준에서 매파보다 조금은 우세한 비둘기파 인사들과 민주당은 통화완화기조를 유지하되 버블 가능성을 금융규제를 통해 제어하는 방식을 지지합니다. 대선 전에 트럼프는 공화당의 생각을 말했지만, 최근에는 둘을 섞은 '규제완화 + 통화완화기조'로 방향을 잡은 것 같습니다. 통화긴축을 좋아하는 대통령이 없기도 하거니와, 기업인 출신답게 돈은 싸게 빌릴 수 있고 규제는 없는 환경을 원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공화당의 반대로 옐런의 연임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대한 의문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추구하는 규제완화, 조세개혁 등의 정책이 3분기까지도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트럼프와 공화당은 옐런을 연임시키거나 비둘기파 공화당원을 차기 의장으로 임명해 '통화완화기조'라도 유지해야 할 상황에 몰릴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치적 상황을 보면, 연준의 통화완화기조는 더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어제, 공화당 텃밭인 조지아주의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오소프 후보가 48%를 득표해 1위가 됐습니다 (과반수가 되지 못해 결선에서 승부를 봐야합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100일의 중간평가 성격이 강해서 트럼프도 선거 지원을 했습니다. 오소프 후보는 'Make Trump Furious' (트럼프를 화나게 하자)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습니다. 오소프 후보는 나머지 후보들의 후원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모았는데, 대부분 조지아주 바깥에서 왔다고 합니다. 트럼프 100일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국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렇게 정치적 환경은 연준의 통화완화 기조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5. 현재 자산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연준의 완화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는 미국 금리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텀 프리미엄으로 보면 연준의 통화완화기조는 금리에 꽤 많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도 많이 약해졌습니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확률을 정리하면,
연내 1~2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 같은데,
① 6월에 안 하면 9월에 하고, 9월에 안 하면 12월에 한다
② 6월에 하면 12월에 한 번 더 할 수도 있다.
입니다.
매크로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대외 불안요인이 부상하거나 미국 경기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져 ②의 기대가 사라지면, 위험자산 시장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괴리를 보였던 하드 경제지표와 소프트 경제지표가 하드지표의 둔화 및 소프트지표 가파른 하락으로 진행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그러나 기대 인플레이션과 실질 단기금리 평균의 합인 명목 단기금리 평균치는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정책 기대는 약해졌지만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꺾이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②의 기대가 유효하다는 것이 현재 기본 시나리오입니다. 물론, 경기 모멘텀 약화가 경기 부진으로 전환되면서 ②의 기대마저 꺾일 조짐이 보이면 위험자산의 조정에 대비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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