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파월 연준의장의 잭슨홀 연설 요약: 변화하는 경제에서의 통화정책

bondstone 2018. 8. 27. 10:40

파월 연준의장의 잭슨홀 연설 요약


파월 의장은 지난주 금요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변화하는 경제에서의 통화정책’ (Monetary Policy in a Changing Economy)이라는 제목으로 연설했다.


요약하면,

1) "자연실업률과 잠재성장률,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추정한 중립금리 등 다양한 균형수준 추정치들은 매우 불확실하다. 이렇게 불확실한 추정치를 바탕으로 정책을 집행하기보다는 다양한 증거들을 모아가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현재 실업률은 자연실업률 추정치를 하회하지만, 물가 압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점진적 인상이 바람직하다."

3) "경제는 계속 강하므로, 점진적 인상을 추가적으로 더 진행해야 한다."


시사점은 세가지다. 파월 의장은, 

1)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재확인했다.

2) 그러나 현재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추정치를 하회한다는 이유만으로 긴축 정책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나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와 같은 비둘기파 인사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다. 경기회복세가 강해지더라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지지 않는다면 점도표를 상향조정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3) 또한 강한 경기확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립금리 추정치를 높이면서 기준금리를 천천히 오랫동안 올릴 가능성을 높였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질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이 과도하게 안도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덧붙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완화적이었다. 연설 전후 채권선물 가격에 반영된 9월과 12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시장에는 긴축 기조가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오히려 앞으로 완화적인 신호들이 나올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상에 불편한 내색을 비쳤다. 연준 의사록과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아직 파월 의장은 FOMC의 주도권을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석인 연준 이사직 4자리가 채워질 내년 연준은 보다 트럼프 정책에 친화적인 인사들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파월 의장의 연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변화하는 경제에서의 통화정책 (Monetary Policy in a Changing Economy) 


통화정책에 대한 논의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 두 가지가 있다.


1) 지금 실업률이 자연실업률보다 낮은데, 왜 FOMC는 과열을 막고 인플레이션을 예방하기 위해 더 긴축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나?

2) 인플레이션 문제가 없는데, 왜 FOMC는 일자리 증가와 경기확장을 막는 긴축정책을 펼치나?


이 두 질문은 1) 너무 느리게 움직여 과열을 용인하거나, 2) 너무 빨리 움직여 불필요하게 경제확장을 막을 위험을 피해야 하는 연준의 두 가지 고민과 같다. 1) 인플레이션, 2) 실업률, 3) GDP 성장률 등의 변수는 정상 (normal), 자연 (natural), 목표 (desired) 등으로 표현되는 '균형’ 수준을 중심으로 변동한다. 


1)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2%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인플레이션 목표, Π*), 2) 자연실업률 (u*)과 3) 잠재성장률 등 나머지 두 변수는 추정해야 한다. 자연실업률과 잠재성장률, 그리고 장기 기준금리 (longer-run federal funds rate)에서 장기 인플레이션을 차감한 실질 중립금리 (neutral real interest rate, r*)는 정책 결정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테일러룰에서도 위 변수들을 모두 사용).


이 변수들의 측정은 매우 어렵다. 연준은 변화하는 균형수준을 어렴풋이 추정하면서 과열과 조기 긴축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균형수준을 추정하는 게 쉽지 않으므로 조심스럽게 정책을 수행한다는 의미. 직역하면 ‘변화하는 추정치를 바라보는 흐릿한 시각에 의존해 과열과 조기 긴축 사이를 항해하고 있다’. 주요 추정치의 명칭 (Π*, u*, r*)에 별(*)이 붙어 있는 것을 빗대어, 추정치들을 '천체', 추정치를 추정하고 정책을 펼치는 것을 '항해술'에 비유).


1960~1980년대의 예: 불확실한 추정치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시기

1965년 즈음부터 1980년대 초까지 미국의 인플레이션의 변동성과 수준이 상승했다. 정책 담당자들은 ‘실시간’ (real-time) 자연실업률이라는 불확실한 변수에 과도하게 의존했고 이게 문제를 심화시켰다.


시간이 지나고 사후적으로 측정한 자연실업률은 당시 실시간 자연실업률 추정치에 비해 높았다. 당시 실시간 자연실업률 추정치에 근거한 정책은 노동시장을 타이트하게 만들었고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됐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는 증거를 소홀히 여긴 반면, 부정확한 자연실업률 추정치에 과도하게 의존한 게 잘못이었다. 이후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를 고정하는 게 통화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1990년대의 예: 확실한 증거가 보일 때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성공적이었던 시기

1996년 중반, 실업률이 실시간 자연실업률 추정치 하회했다.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상회하고 있을 거라 생각할 수 있었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당시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 경제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성장이 빨라지고 실업률이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문제가 생기지 않는 ‘신경제’ (new economy)를 경험하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FOMC는 1996년 중반부터 1998년 말까지 금리를 한 차례만 인상했다. 경제는 호황이었고 실업률은 하락했지만, 경제원리와는 달리 인플레이션은 하락했다.


그린스펀은 '다음 회의 때 확실한 인플레이션 신호가 나오면 긴축을 시작하고, 그 때까지는 기다리자!'라고 하면서 1960~1980년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let's wait one more meeting’). 신경제 시기의 경험을 통해, 이전보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잘 고정되어 있다는 것과 그린스펀의 '기다려보자' (wait and see)는 접근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추정치의 변화 위험 관리

1960~1980년대와 1990년대 후반의 경험을 통해, 1) 추정치는 실제 인지되는 것과 크게 다를 수 있으며 (특히 자연실업률 추정), 2) 그 반대도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인플레이션이 타이트한 고용시장과 자원활용 압력 상승의 첫째 또는 최선의 지표가 더 이상 아닐 수 있음)


추정치를 잘못 인식할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FOMC는 깊이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정책의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면 보수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약효가 분명하지 않다면 적은 양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브레이너드 원칙'이 있지만, 1) 위기 시에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하겠다' (do whatever it takes)는 입장이 더 효과적일 수 있고, 2)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질 조짐이 보일 때 약하게 반응하면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FOMC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과도하게 위나 아래로 치우지면 단호하게 무엇이든 할 것이다. 그리고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와 민간영역의 발전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였다.


현재 상황

현재 FOMC의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앞서 언급한 1) 너무 빨리 움직이거나 2) 너무 늦게 움직이는 위험을 제어하는 방법이다. 현재 실업률이 FOMC의 자연실업률 추정치보다 낮지만, 추정치는 매우 불확실하다. 중립금리 추정치 또한 불확실하다. 인플레이션은 최근에 2%를 넘나들고 있지만, 2%를 넘어 가속된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고 과열 위험도 없다. FOMC 성명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강한 소득과 고용시장 성장세가 계속된다면 추가적인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하다.